비알레띠 브리카와 핸드밀을 생일 선물로 손에 넣은 후로
주말마다 한두 번씩은 꼭 타서 마시던 나의 카푸치노 생활이 드디어 정점에 달했다. ㅎㅎㅎ

아무리 손으로 열심히 원두를 갈고
풍성한 크레마를 즐겨가며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도
마지막 완성인 거품이 언제나 불안정해서 조마조마했던 그간의 카푸치노 생활을
보다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 음홧!

건전지 넣고 손으로 돌리는 우유거품기를 쓸 때마다
문제는 일정하지 않은 거품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던 것.
거품 입자가 굵은 건 그렇다 치고
어떤 날은 커피에 부우면 문자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버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심정이 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독설가 동생은 거품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 품에 온 건 바로 이 녀석.
에어로치노라고 부른다는 건 얼마 전에야 알았고
암튼 몸값이 브리카를 능가하는 녀석이라 꾸욱 참고 다시 생일이 되기만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기다리는 중에 몸값이 더 뛰었다는 슬픈 현실....
결국 생일비 성금 모금에 나의 추가 지출이 들어감..... ㅠ.ㅠ)

하단에 무선 주전자처럼 열판이 있고
그 위에 몸체를 얹어서 사용하는 건데 구조와 작동법은 정말 심플하다.



안에 이렇게 카푸치노용 회전기를 끼우고
맥스라고 써 있는 곳까지 찬 우유를 부은 다음



저 까만 버튼을 꾹 눌러주면
스스로 알아서 카푸치노 거품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 돌아간다.
(길게 눌러주면 라떼용이 된다는데 단순한 우유 데우기가 아닐지..;;)



쓰지 않는 라떼용 회전기는 자석처럼 뚜껑에 끼워서 보관하니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것 같다.



멈추고 나서 뚜껑을 열면
요리 풍성하고 고운 거품이 하나 가득~~~ ^0^
커피를 끓이는 동안 이 녀석도 붓고 다 되기만 기다리면 되니
카푸치노 만드는 과정도 한결 한가하다.



잔에 가득 따라 부은 풍부한 거품~
머신에서 스팀 분사로 만드는 것처럼 빡빡하지도 않고
입자가 고우면서도 부드러운 거품이 만들어진다.



그 위에 시나몬을 솔솔~~
동생 없이 해 먹다 보니
에스프레소 양이 무지 많아 엄청 큰 잔에 카푸치노를 해 먹었다.

바우하우스 8층에 DCX라고 수입 잡화, 문구를 판매하는 곳이 있는데
1월에 창고 대개방을 하면서 무지막지하게 싸게 파는 걸 업어 온 잔이다.
스프잔으로 쓰면 좋겠다 싶어서 담았는데 무려 22000원짜리를 2천원에 샀다..ㅋㅋㅋ
(근데 한번도 저기에 멋지게 스프 먹어본 적은 없고
뜻하지 않게 사발 카푸치노를 해 먹었구나...)

그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배가 불러 먹기 힘들었다.
역시 아무리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건가..
(비록 독설가일지라도..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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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제까지 드립커피에는 별다른 호기심을 못 느끼고 살았었다.
십수 년 전에 무슨 사은품으로 드립퍼랑 드립서버가 딸려오고 나서
원두를 사서 드립을 해본 결과
맛도 없고 기다리느라 속터져 죽을 뻔한 경험이 있은 뒤로
"이거 마시느니 차라리 좋아하는 맥심 커피를 마시겠어!" 라고 외쳤던 경험 때문이다.

이후론 카푸치노에 반해 열심히 카푸치노만 해먹고 있었는데
최근 갑자기 드립커피가 모락모락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거다.
아마도 원인이 된 건 두 가지.
동생이 사준 커피북에 핸드드립하는 법이 소개된 걸 보고
"아, 예전에 내가 무식하게 정말 드립을 했구나.."라고 뒤늦게 깨달은 것이 하나요,
동생이 부암동 커피집에 갔는데
동생 친구인 림스양이 드립커피를 마시고는 정말 맛있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탓이 둘이다.

도대체 제대로 된 드립커피는 어떤 맛일까?
본래 호기심형으로 타고난 지라 궁금한 건 잊혀지지 않다 보니
결국 집에서 두어 번 드립을 시도했다.
다행히 티팟으로 쓸 수도 있겠다고 장만해둔 드립퍼 커피팟 세트가 있어서
핸드드립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는 이미 갖추어져 있던 터라
더 시도의 욕구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
물줄기가 가늘게 나오는 드립용 포트를 써야 한다는데
집에 있는 물 끓이는 주전자로 들이부어서인지 도대체가 책처럼 되지를 않는다.. ㅠ.ㅠ



요로콤 생긴 예쁜 커피팟과 드립퍼가 무색하다. ^^;;;



사실 요넘넘 예쁜 글씨 로고와
둥글고도 친근감 넘치는 부드러운 팟의 자태에 반한 것이었지만



어여쁜 드립퍼까지 사용하게 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드립퍼 넘 무겁다..고나 할까
예전에 사은품으로 딸려와서 쓴 건 플라스틱이서 무척 가벼웠는데...
책을 보고 나서야 알았지만,
저렇게 위아래로 세로줄이 쭉쭉 쳐져 있고 구멍이 세 개 뚫린 건 칼리타 식이라고 한다.
커피가 빨리 추출되기 때문에 마일드한 커피에 적합하다는데
뭐랄까... 시도도 해보기 전에 아메리카노 같을까 미리 걱정부터 하고
결국 한번에 진하게 마시자며 스트롱한 커피를 내리기로 결정....-_-;;



결국 커피를 힘겹게 추출하긴 했으나...
음..... 생각보다 무지하게 진해 보이는 커피가 만들어졌다.
책에 적힌 30g 원두를 다 쓰면 너무 진할 것 같아서
대략 25g 정도를 쓰고 아빠 것까지 두 잔을 추출하리라 다짐한 건데
드립을 기다리다 지겨워서 결국 도중에 멈추고 부었더니 저렇게 한 잔 분량밖에 안 나온 것...OTL
(참고로 저 잔 역시 애프터눈티의 커피잔.
아끼느라 거의 안 쓰는데 동생도 예쁘다고 했던 잔임)



꼭.... 한약 같다.
아니지.. 한약보다 더 진해 보인다. 정말 정말 까매...ㅠ.ㅠ
이번이 세 번째로 드립을 해본 건데
오늘이 가장 최악이었던 듯.
첫날은 향이라도 죽여줬는데 오늘은 향 이전에 너무 썼다.
설탕을 두 스푼 넣었는데도 오래오래 한약을 먹은 듯한 느낌뿐..ㅎㄷㄷㄷㄷ

아무리 물줄기를 가늘게 해보려 해도 한꺼번에 와장창 쏟아지는 물줄기와
부들부들 떨리는 손...
게다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를 참고 기다리기엔 아무래도 내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다.
동생 말대로 역시 카푸치노만 해먹어야 하는 운명이련가.
그런데 도대체 환상의 핸드드립 커피맛이란 어떤 것이란 말인지.
수뎅이와 한번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러 가야만 알 것 같다.

뱀발> 근데 신기한 건 커피 갈고... 티팟 데우고.... 
         커피 기다리는 게 한편으로는 재밌다는 사실.
         아직은 맛보는 즐거움보다 뭔가를 시도해보는 자체를 즐기는 게 맞는 것 같다. ^^


아무리 봐도 정말 정말 찐해 보인다..ㅋㅋ
이건 독약이었어..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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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이다.
봄이 저 남쪽에서 오는 게 아니라
먼저 내 마음 저편에서 봄바람이 불어온다.
꼬박꼬박 숨돌릴 틈도 없이 쳇바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생활의 틈새로
어느 작은 문틈에선가 살랑살랑 꽃바람이 불어들고 있다.
항상 대기 상태인 듯한 기분이 버거워지면서
하루라도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한순간 한순간을 마음껏 느껴봤으면.. 하는 욕망이 치솟는다.

그 결과가 딸랑 하루의 콧바람이었으니
4월 22일 목요일에 모처럼 시간을 만들어 부모님과 행주산성이랑 일산호수를 다녀온 것이다.
딱히 어딘가 가보고 싶었던 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소는 아무데나 좋다고 생각했기에
'행주산성은 가봤냐?
일산호수는 봤냐?"는 아빠의 말에 무작정 "오케이!" 사인을 했던 것.
서울 살면서 63빌딩도 겨우 두어 번 갔는데
하물며 일산이나 행주산성이야..ㅎㅎㅎ;;

사실 남한산성 얘기도 나왔었지만
남한산성은 몇해 전 다시 가보고 실망만 하고 와서 이것만큼은 거절했다.
계곡마다 즐비한 음식점이랑 불쑥불쑥 솟아오른 모텔에
서울보다 더 시각 공해를 유발한다.




1. 행주산성을 돌아보다

원래는 일산호수를 먼저 돌아보고 행주산성은 오는 길에 볼 생각이었으나
아부지께서 길을 잘 못 드시는 바람에
행주산성을 먼저 들르게 되었다.
산성이라고 해서 산이 300미터는 넘을 줄 알았는데
100미터 좀 넘는 높이라서 뜻밖이었다.
울집 뒤에 배봉산 높이 정도밖에 안 되는 얕은 산인데 중요한 요지였다니~
아부지 왈 "서울로 가는 길목의 요충지기 땜시~"




행주산성을 들어서는 대첩문~
사진 찍는 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미리 들어가신 아부지의 뒷모습~
(뒷머리가 하나도 없으심..ㅠ.ㅠ)



들어서자마자 걸려 있는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읽을 줄 아느냐고 옆에서 사람을 시험하시는 부모님.
왜 이러셔요, 쓸 줄은 몰라도 읽는 건 쪼오끔 한다구요~ -_-;
그런데.....
성공과 명성만 생각하는 남자와
의로움만 중시하는 남자 중에 고르라면??
(아~~ 왠지 내 입장에서는 두 다 싫구나...ㅠ.ㅠ
전자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라 인성이 마음에 안 들고
후자는 유아 단계의  마초남 같아서 역시 싫다.)



산성 위는 선선해서인지 이제 갓 봄이 깨어나는 그런 느낌~
이날 비온다고 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대신 날씨는 엄청나게 흐려서 사진이...쿨럭!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권율 장군의 동상.
어릴 때 권율 장군이랑 행주대첩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옛날보다 시들해진 느낌.
시대에 따라 새롭게 각광받고 또는 잊혀지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다.
개나리가 길 양쪽으로 피어 오는 손님을 맞이해주고



가지마다 하얀 꽃이 핀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아무리 봐도 벚꽃은 아닌 것 같아 여쭈어봤더니 매화꽃이란다.
매화는 내 키만한 정도의 작은 나무일 줄 알았는데 헐~ 나무가 무지 커서 깜짝 놀랐음.
벚나무보다 가지가 촘촘하지 않아서 어딘지 단출한 느낌이 들고
하얀 여인의 소복이 생각나기도 한다.




얼른 점심 먹으러 가자고 서두르는 어무이.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치셔서
하는수없이 행주산성 근처에서 먹기로 했는데 막상 산성 주변을 뒤지니
전부 오리고기집이나 백숙집밖에 없었다.
어쩐지 이런데는 꼭 식당 한쪽에 오리나 닭을 기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TV 때문인가)
아무리 놓아기른 닭이 맛있네 어쩌네..해도
내가 시킨 주문 때문에 조금 전까만 해도 잘 살고 있던 닭이나 오리가 죽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결국 일산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행주산성을 떠나오다.



일산의 한 음식점에서 주문한 오삼두루치기.
같은 고기인데 이미 잡아놓은 건 먹어도
살아 있는 걸 잡아먹고 싶지 않다는 건 모순이다.
고기 자체를 먹지 않아야 마땅한데
먹으면서도 양심에 찔리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자기합리화와 변명을 한다.
그저 죽어간 돼지와 오징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뿐이지만
그 또한 자기 만족을 위한 변명일 뿐.



반찬은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오삼두루치기가 매콤하니 맛있었고



특히나 미역국이 맛있었다.
특별히 들어간 게 없어 보이는데도 시언하니 맛있어서 두그릇이나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2시 반이 다 되어서 서둘러 일산 호수 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하지만 일산호수 사진은 다음에....^^;;
Respons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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