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번 주에는 어떻게든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에 걸쳐 쉬는 날을 만들어 보리라 결심했건만
월요일이 시작되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일어나니 우선 깜깜한 하늘이 그 서막을 알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비온다.
수욜과 목요일에도 비오고...."
어무이의 말을 들으며 제일 먼저 내뱉은 말은
"이런 뎅장!"
따사로운 햇살과 흐드러진 봄꽃을 보면서
하루쯤은 가까운 야외로 나가 마음에 바람 좀 쐬어주고 오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면 일단 물거품..ㅠ.ㅠ
하늘이 나를 막으려는 건가.
(그래도 지금까지 늘 여행 때마다 하늘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으니
혹시나 하고 기대를 버리지는 못한다.)

그런데 연이은 전화 한 통에 기운이 다시 쪽 빠진다.
오늘 약속 잡힌 시간이 펑크났다.
다른 날로 옮겨야 하는데
선뜻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이거 혹시 목요일쯤 잡히는 게 아닌지 불안해진다.
안 되는데........ㅠ.ㅠ
휴~~~~~~~~~~

한숨을 내쉬면서
빈 시간이니..하고 습관처럼 주전자에 물을 올리다가
꿀꿀한 날, 오랜만에 밀크티를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크티 안 마신 지 두세 달은 지난것 같다.



그래서 꺼낸 것은 카렐의 크리스마스티.
여덟 봉밖에 안 들었는데도 워낙 못 해먹어서
아직 네 봉이 남아 있다.
비 오는 날, 계피향과 사과향이 향긋한 이녀석이 제격이다.



따뜻한 느낌의 코렐 머그컵.
허브 그림은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지만
이 잔은 사이즈도 적당하고 따사롭고 묵직해서 질리지가 않는다.



남는 시간에 괜히 한번 찍어본 티매트.
색깔이 차분하면서도 화사해서 요즘 잘 쓰는 매트인데...



프린팅된 글씨를 보고 혹시 마메종에서 나온 것?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진위 여부야 알 수 없지만 사실 다이소에서 산 거다.
2천냥짜리 티매트인데 어차피 면으로 만든 거라서 비싼 매트랑 별반 차이도 없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주로 다이소표 티매트만 쓰고 있네..ㅎㅎㅎ

남는 시간을 요긴하게 썼으면 좋으련만
어무이 버스 노선 찾아드리고
이렇게 블로그질 하며 노닥이니 시간이 다 가버렸다.
이노므 인간은 언제나 이렇게 허접한 것이냐...
도대체가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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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루피시아의 머스캣..;;

Posted 2010. 4. 1. 18:38, Filed under: Happy Teatime
지난주에 마셨던 것 같은데
오늘에서야 포스팅을...;;;

잠시 시간이 나서 뭔가 뒤지다가
뒤늦게 발견한 루피시아의 머스캣.



예전에 호야님이 두 봉인가 주셨는데
한 봉 마시고 아직 아끼고 안 마셨던 건가 보다.
요즘은 상미기한 지난 차만 마시는 것 같은데
이건 아직 날짜가 남아 있구나....^^;



불현듯 티팟 꺼내기도 귀찮아지고
그래도 뭔가 평소와 다른 걸 써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또다시 이리저리 다구를 뒤적이다가
바우하우스에서 사두고 일 년 넘게 고이 모셔만 두었던 티머그를 꺼냈다.
그런데 정말 예쁘긴 한데
도자기 티망은 잎이 구멍 사이로 삐져 나오는 게 흠이다.



예쁜 백장미가 그려진 뚜껑~



밑에는 빠져나온 찻잎들이 가라앉아 있다.
그러려니 하고 마심...

찻잎이야 어쨌든
머스캣의 상쾌하고 기분 좋은 향과
루피시아 홍차의 맑고 깨끗한 맛이 어우러져 기분 좋게 마셨다.
아쉽다면
좀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차를 즐기지 못해서 슬프다.
기억에 의하면 부랴부랴 상 치우고 다시 바빴던 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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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베란다에 물을 주고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없어서... 차 마실 시간이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최근의 내 모습을 돌아보며
한마디로 지쳤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바닥나는 느낌.

지난주 일요일엔 홍여사와 <모네에서 피카소까지>라는 미술전을 보러갔다.
없는 기운을 그러모아
일욜 아침부터 예술의 전당으로 항햐고 있으려니
의당 신나야 할 발걸음도 힘겨운 지경이었다.

"그렇게 힘든데 왜 나가냐?"
나가는 나에게 동생이 쏘아붙였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남는 게 없으니까."
라고 답했지만 혼자서 몇 번이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도 안 만나고
아무것도 즐기지 않는다면 사는 게 뭐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즐기면서 산다는 것 자체가 내게 사치가 아닐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밀려왔다.
삶이란 여전히 고단함과 즐김의 중간을 찾기 힘든 어려운 과제다.



어쨌든 오늘은 간만에 억지로 의욕이라는 걸 끌어내어
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티팟 하나를 꺼냈다.
차 마시기를 시작하던 무렵에 장만한 내 두 번째 티팟.
그대로 잊혀져 있었는데
최근 레트로 티팟이라며 판매하는 걸 보니 딱 이거랑 흡사했다.
(솔직히 요게 더 예쁘다. 그건 너무 길쭉해서~;;)
데꼴 플라워 티팟으로 판매되었던 건데
이제는 구하기 어렵다.



이런 단순 패턴화된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레트로란 이름으로 인기를 끄는 걸 보니~



이렇게 보면 꼭 보온팟 모양이랑 비슷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사용하니 새삼 애정이 샘솟는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ㅋㅋ



이건 지난달에 바우하우스 가서 사가지고 온 코렐의 삼구 접시~
백합 무늬도 있고 다양한 무늬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역시 심플한게 좋은 것 같아서 가장자리에 초록 땡땡이가 있는 걸로 골랐다.
삼구라서 찻잔 놓고, 티푸드 놓고, 우려낸 티백을 놓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매번 티트레이랑 티푸드 접시 놓기도 다 귀찮아짐..;;;




홍여사랑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스벅 갔다가 사가지고 온 마카롱.
청량리 스벅에는 초코랑 바닐라밖에 없는데
딸기가 있어서 방가~
홍과장이 준 박스에 잘 담아왔는데도 역시 가장자리가 뽀새져있다..;;;

역시 딸기는 우유든 잼이든 주스든 홍차든 젤루 좋아하는 것!
씨가 톡톡 씹히는 것도 재밌다~



정작 차는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시원한 얼그레이가 마시고 싶었는데
느낌상 트와이닝의 레이디그레이 같았다.
블루플라워가 보이고
살짝 베르가못 향도 나면서 어딘가 꽃향이 어우러진 것이~
오늘은 그 꽃향이 살작 거슬렸지만
그래도 상쾌한 베르가못 향이 뒤를 받쳐주어서 맛있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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