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철로 온양온천역까지 간 이유

Posted 2010. 1. 4. 11:35, Filed under: 디 마이나
만성 요통과 견비통에 시달려서 늘 파스를 달고 산다.
전에는 정형외과라도 자주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요즘은 그조차도 시간이 없고 피곤해다 보니
주로 파스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상의를 벗으면 어깨, 목, 날갯죽지, 등뼈, 엉치뼈 옆구리까지
덕지덕지 파스를 붙이고 있거나
파스 뗀 자국이 남아 있다.

결국 오늘 어무이가 날을 잡아
온양 온천에 허리 잘 고치는 병원이 있다면서 가보자 하셨다.
원래는 이사한 지 일년이 되어가도록 집들이 방문을 안 한 정희네에 갈 계획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어두운 새벽에 집을 나셨다.
일어난 시간이 새벽 5시 40분.
찌룽이 밥 챙겨 먹이고 세수만 한 채 집을 나서니 6시 15분쯤 되었다.

전철로 온양까지 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무려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
본래 KTX를 타고 갈까 했으나
KTX를 타려면 용산역이나 서울역까지 가야 하니 거기까지 가는데만도 이미 1시간 소비.
또 천안아산역인가에서 다시 일반전철로 갈아타야 하는 것도 너무 번거로워서
결국 전철 한번에 가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집서 KTX 타고 온양 가려면 얼마나 험난한 경로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
집에서 버스 타고 청량리역 가서
청량리서 전철 타고 서울역 가서
거기서 다시 KTX로 갈아타고 천안아산역까지 가서
다시 국철로 갈아타고 온양온천역에 도달.
이리 되면 시간은 거의 2시간 소요에 비용은 18000원 정도 부담.
왕복이면 4시간 소요에 비용은 36000원 부담.
나와 어무이 두 사람이면 합쳐서 72000원 부담이다.

그에 비해 그냥 청량리서 국철 타고 온양까지 바로 가면
집에서 버스로 청량리역까지 가는데 15분 소요에
청량리서 온양까지 직통이지만 2시간 반 소요.
뭐 2시간 45분 소요에 비용은 나 혼자 2300원 정도 나왔다.
왕복으로 4600원 나왔고
어매는 경로 우대를 받아 무료....

도대체 그 편리하고 빠르다는 KTX는 어째서 서울역과 용산역에만 있는 것인지?
호남선이 어쩌고 경부선이 어쩌고 중앙선, 영동선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저런 설명 같은 건 듣고 싶지도 않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진 까닭은 그런 사회 상식 같은 걸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니깐.
옛날도 아니고
밀레니엄이 한참 지나 이제 2010년이 된 마당에도
'서울'은 모두 하나의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야 하는 게 우습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도시 서울 안에서
나는 영등포 쪽으로 가는 일이 거의 없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관악구, 도봉구, 금정구.. 역시 내가 거의 발 디딜 일이 없는 또다른 도시다..
웬만한 도시 몇 개를 한데 모아놓은 슈퍼울트라 빅 사이즈의 대도시의
한가운데에 출발역을 만들어놓고(그것도 용산이나 서울은 바로 옆옆이고만)
엄청나게 빠르니 와서 이용하시오~한들
이미 거기까지 한 시간이 걸리니 짜증이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다.
세상에 자랑할 궁리보다는 이용할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만들어볼 발상들은 없는 것인지?
구태의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온갖 공사 사람들과 윗분들 말이다.
하긴...
그분들 어디 기차를 타기나 하겠는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가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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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쭈물딱 쭈물닥 하다 보니
2009년의 감회를 쓰려던 게 그만 2010년이 되어버렸다.
곧장 써야 했던 감회가 그 바람에 순식간에 과거 시제가 되어버렸네..ㅜ.ㅜ

TV에서는 정말 관심없는 연예인들의 무슨 대상 잔치만 흘러나오고
재미없는 TV에 지친 어무이와 아부지는
보다보다 결국 TV를 끈 채
코를 골고 주무셨다.

오랜만에 저녁에 시간이 생겨
떡볶이랑 오뎅국을 끓여 먹고서
혼자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고만 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동생과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친구 만난다고 동생이 나가고 나니 
2009년의 마지막 날이 평소보다 더 썰렁하고 허허롭다.

떠들썩한 TV의 소리와 대조적으로 마음이 급격히 울적해져서
뭔가 나를 위한 조촐한 티타임이나 가져볼까 했더니
이미 12시가 다가오는 시각이라 선뜻 홍차를 꺼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수뎅이와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종로에 나갔다가
밤새 온 카페를 전전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희부윰하게 새벽이 밝아오던 그 카페에서
우리는 따끈한 코코아를 주문해서 마시곤 그대로 앉은 채 잠이 들었더랬다.
이후로 그날 마신 코코아의 맛만큼 기억에 남는 게 없다.



혼자 부엌에 나가 뒤적뒤적 코코아 믹스를 꺼냈다.
'그날처럼 따끈하게 맛있는 코코아를 먹어야지....' 하면서
'이 코코아 한잔이 2009년 송년의 축배야...' 하면서



그랬는데....
이렇게 채 녹지 않은 덩어리도 보이고
2분이나 돌렸는데도
무척 미지근한 맛없는 코코아가 되어버렸다.



걸죽하니 사진으로 보면 그럴싸해보이지만
그날 서른을 맞이하면서 마셨던 코코아의 맛과는 천지차이다.
차가운 겨울 새벽의 한기 속에 마셨기 때문일까?

코코아 한잔과 함께 떠오르는 또 하나의 추억.
그렇게 몸을 녹이고 피곤에 겨워 잠이 들었는데 
촉촉한 새벽공기처럼 내 머릿속에 파고들던 포리너의 'I wanna know what love is'....
결코 차갑지 않은 보컬의 음색이 
지금도 내 기억속엔 서늘한 추억으로 남는 것도 아마 그때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랬던 때에 비하니
올해 내 송년의 밤은 참으로 쓸쓸하고 외롭기까지 하다.
송년.. 뭐 있나?
신년.. 그게 뭐 별다른가?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바로 한 시간 전에 2009년이었으니
2010년이라고 해도
단순한 숫자의 건너뜀에 불과하다.
시간도 점처럼 입자가 있어서 한 칸 한 칸 건너뛰며 표시되는 건 아닐 텐데~
무수히 쪼개고 쪼개지는 시간 속에서
무수히 포개지고 포개지는 시간 속에서 
갑자기 어지럽고 두려워진다.
내 인생의 좌표에서 지금 나는 어디쯤 있는 걸까?
취하자, 기뻐하라, 축복하라!!
마음껏 외칠 수 없는 나는 확실히 그때에 비해 죽음에 한걸음 다가섰나 보다.

그래도 소망만은 더욱 간절해진다.
부디 올 한해가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했으면.....
찌룽이가 계속 건강하고 오래오래 평생토록 함께했으면.....
마음에 여유를 담고 살다가 
죽음을 기뻐하며 죽고 싶다. 
자, 이제 됐어~~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며 눈을 감을 수 있기를.

그러려면 또 올 한해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느끼고
배우고
탐독하며
생각하며
체득하며
후회없이
살자...

복 같은 건 이미 믿지 않으니
그저 이왕이면 조금만 운이 더 좋기만 바라자.
불운이 있다면 나를 비껴가기만을 바라자.
이게 정말 소박한 나의 올 한해 바람~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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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카렐의 크리스마스티 개봉~~!!

Posted 2009. 12. 12. 23:35, Filed under: Happy Teatime
12월도 어느새 절반이 다 지나간다.
새로운 달력이 나오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크리스마스가 화제로 떠오른다.
문득 카렐의 크리스마스티가 생각났다.

작년에 사둔 것인데
굳이 시나몬 블렌딩 차를 다 뜯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간 커피빈의 <차이티>만 마시고 개봉도 안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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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사 개봉한 카렐의 2009 크리스마스티 틴.
커피빈은 20티백이나 되었지만
이건 고작해야 8티백일 테니 순식간에 다 마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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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팬에 팔팔 끓여서 완성한 밀크티.
커피빈 <차이티>는 홍찻잎 양이 적은 대신
카다멈 같은 온갖 향신 재료들이 화려하게 눈에 띄었는데
이건 검게 반들반들 윤이 나는 홍찻잎이 그득했다.

그러면서도 시나몬 향이 물씬 나고
어딘지 새콤달콤한 사과 향이 코끝을 스친다.
홍찻잎이 많아서인지 밀크티의 맛도 더 진해서 대만족.
한때 커피빈의 <차이티>는 별도의 홍찻잎을 더 넣기도 했으니깐..
(그러다 귀찮아서 그만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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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문구 코너에서 구입한 3천냥 머그.
본래 5천원 정도 했다는데 세일 중이었다.
사이즈가 작은 것도 맘에 들지만
귀여운 곰 그림, 도톰한 두께가 맘에 들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표면에 미세한 뽀로지가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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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크리스마스틴과의 비교샷~^^
누가 누가 더 예쁜가?
울 다 예쁘지만 역시 빨강이가 많은 왼쪽 것이 더 예뻐보인다..ㅎㅎ


           *   *   *

내일은 GNR의 콘서트를 보러 가는 날이다.
무슨 똥배짱인지 노래도 별로 안 들었다.
그 대신 결과적으로 보지도 못 하게 된 영화 <에반게리온-파> 때문에
에반게리온 TV판에 매진중이다.
도대체 언젯적 애니를 지금에사 뒷북이람...하면서도
보면서 전율하고 있다. (바보)
이런 애니를 십 년도 더 전에 만든 일본 넘들이 무섭다.

그래도 내일 공연은 내 인생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그런 공연이었으면..
(왠 횡설수설이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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