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수뎅이를 만났을 때 산 스콘을 미처 못 먹어서
스콘이 바삭바삭 쿠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깜놀하다~.
부랴부랴 스콘 해치우기에 돌입하여 부스럭부스럭 차봉지가 가득한 상자를 뒤지니
손에 '포트넘 앤 메이슨'의 '애플티'라고 쓰인 나눔 봉지가 잡혔다.
글씨체를 보아 하니 예전에 행아님이 주신 것인듯 한데, 상미기한 무시하고 꺼내들었다.
(요즘은 상미기한 지난 차만 마시고 있다. -V-)

서둘러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생각없이 물 팔팔팔 끓이고
티팟을 꺼내 뜨거운 물에 2분 30초 정도 푸욱 우렸다.
살짝 풍기는 애플 향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인증샷이나 찍자고 
어여쁜 법랑머그를 꺼내 차를 붓고 사진을 찍었다.



뭐 대충 이런 티타임 풍경 연출이 되시겠다.
한껏 여유로워 보이지만 정말 허겁지겁 해치워야 하는 분주한 티타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수색을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순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뒷골을 관통하는 이 이상한 기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잔 찍고, 수색 찍고, 스콘 찍고..하는 순서로 대강 사진을 찍은 다음,
드디어 편안한 기분으로 차를 한 모금 마시는데,
앉은 채로 얼어붙어 버렸다.
입안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그 떫은 맛 때문에........ ㅠ.ㅠ
그제서야 내가 우린 차가 '홍차'가 아니라 '녹차'였음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버리기도 아깝고 스콘도 먹어야 해서 독약을 마시듯 차를 마셨다.

'애플티'....'애플티'.....가 어째서 녹차인 걸까?
머릿속의 혼란은 둘째치고
더 슬픈 것은 왠지 '포트넘의 애플티'에 당한 기억이 처음이 아닌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 ㅠ.ㅠ
나 바보?
분명 블로그 어딘가를 뒤지면 이와 유사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흙흙



정말 말 그대로 쿠키 같아진 던킨도넛의 크랜베리 (추정) 스콘.
마치 쥐가 홍당무를 갉아 먹듯 갉아가며 먹었다.
한참 갉아먹다가 독약 한 모금 마시고,
또 한참 갉아 먹다가 독약 한 모금 마시고...



한동안 법랑 머그를 쓰다가 아무리 닦아도 찻물이 잘 지워지지 않아서
오랫동안 법랑은 피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법랑만의 독특한 느낌이 좋아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때가 찌들면 찌든 대로 쓰자, 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나 역시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손때 묻은 물건에 너그러워지려는 건가? 풉!



요건 에말리아의 빨강 머그.
실제로 봤을 때의 색깔이 훨씬 더 예쁜데 사진으로 표현이 잘 안 된다.
에말리아는 폴란드 법랑 회사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하는데, 역사야 어찌되었든
모양도 예쁘고 두툼한 무게와 멋진 그립감을 자랑하면서도 가격이 참~ 착하다는 게 맘에 든다.
살짝 들어간 허리와 귀엽게 나온 궁뎅이가 매력 뽀인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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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창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에 사진 찍어 올렸던 것들을 다시 둘러보니
개중에는 깨진 것들도 있고,
아직도 고이 모셔둔 것들도 있고,
어무이용 티팟이 되어 보이차를 열심히 우려내다 꼬질해진 것도 있네...

싸이를 다시 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예전 사진들을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몇 개 찾았는데
이것도 막상 하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얼마나 하려나....)



이건 싸이 할 때 찍어서 올렸던 찻잔 사진들 중 하나.
예전에 서초동에 있던 출판사 다닐 때 롯데백화점 갔다가
구석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구입한 에스프레소잔이다.
정말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서 브랜드고 뭐고 모르면서 샀는데
찻잔 바닥에 괴벨이라고 쓰여 있다.

고양이인 듯, 사람인 듯한 오묘한 얼굴과
마치 알록달록 베네통 옷을 전시한 것처럼 화사한 색깔들.
그런데도 맑고 경쾌한 것이 결코 어지럽게 느껴지지 않는 건
저 맑은 하늘색, 깨끗한 군청색 때문일 거다.



예쁘면서도 경쾌하고 기분 좋은 빛깔과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사랑스럽다.
루이스와치마이어라는 동화 작가의 일러스트인 듯한데 당시에 받았던 책자도 잃어버렸다.
캐릭터마다 이름도 다 있다고 했는데.....;;
하긴, 있어도 독일어니 내가 읽을 리가 없나? -_-ㅋ



이때만 해도 집에 모카포트가 없어서 에스프레소를 해 마실 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딱 한 번 저 아름다운 잔에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신 게 전부...ㅎㅎㅎ;
생각하니 참 안 어울린다.
그저 찻장 맨 아래칸에 고이고이 모셔지고 있는 나의 애장품.

요즘은 모카포트가 있어도 카푸치노를 마시니 역시 또 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
다시 봐도 환상적으로 예쁘다...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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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토록 연애라곤 해본 일이 없었던 후배가 뒤늦게 연애를 하면서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해의 끄트머리에서
"도대체 남자와 여자는 왜 만나는 걸까요?"라는 뜬금없는 문자를 던지기에
그저 단순히 남자라는 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정도의 원초적 궁금증인 줄만 알았는데
난생 처음으로 상대방에게 끌리고 있었다.

올해 초만 해도 호기심 반으로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름 정도 지난 사이에 후배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남의 연애 문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내 일이 아닌 문제에 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일이 자신에게 닥치면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때론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조차 보지 못한다.
어쩌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걸 아니까 상대가 진지하면 진지하고 힘들어하면 힘들어할수록 쉽게 이야기해 줄 수가 없다.
더구나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가름지을 수 있는 일일 때에는
더더욱 섣불리 재단할 수가 없다.
나도 나의 일을 모르는데 남의 일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지만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구나... 하는 거였다.
나쁜 남자,라고 하면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그런 남자를 떠올리겠지만
그 정도로 질 나쁜 남자들은 현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나쁜 남자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자기 위주로 행동하는 이기적인 남자들,
그렇게 멋대로 굴면서도 여자에게는 마리아 같은 인내와 모성을 기대하는 남자들,
남자다운 척은 다하면서도 정작 여자더러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하는
덜 자란 남자들... 이랄까?

나라면 워낙 허세 부리는 인간, 자기 멋대로인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에
애시당초 그런 타입에 연애 감정조차 느끼지 않겠지만,
지인들이 이런 문제로 가슴아파하면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이 고민하는 바를 함께 들어줄 뿐이다.

그런데 왜 내 지인들을 힘들게 하는 그들은 하나같이 비겁한 것일까.
"나는 이런 못난 놈이지만 너를 정말 사랑한다."라고 외칠 용기조차 없는 사람들.
온갖 자존심과 허세로 무장했지만
"난 이런 놈인데 그래도 네가 사랑하길 바란다."고 외친다.
"난 이런 나쁜 놈인데, 네가 나를 잡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다가서서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도 없으면서
"이런 나를 잡아줘, 이런 나를 사랑해줘"라니, 무슨 떼쓰는 아이 같다.

물론 안다.
그들의 허세가 사실은 그만큼 나약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껍데기라는 것을.
그 틈새의 모습이 때론 불쌍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 남자가 변하는 것은 여자에게 달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마찬가지로 한 여자가 변하는 것 역시 남자가 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변하고 변하지 않고는 누구를 만나느냐, 누구를 못 만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스스로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네가 나를 바꿔 봐, 네가 나를 바로잡아 봐" 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 달라질 거야."로 치환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성숙한 남자, 성숙한 여자가 생각할 일일 것이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은 길라임에게 주문처럼 "물거품처럼 사라져줘."라는 이기적인 요구를 해대지만
오히려 스스로 물거품이 되겠다며 목숨을 내던진다.
그건 그가 운좋게 그를 구원해줄 성모 같은 여인상 길라임을 만나서가 아니라,
그의 적극적인 사랑이, 바로 그 자신이 스스로를 구원한 거다.

정말 나쁜 남자는 멋대로인 남자가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자신의 짐을, 자신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그런 남자가 바로 나쁜 남자다.
그 점은 나쁜 여자도 역시 마찬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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