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중에도 차 마시랴, 카푸치노 마시랴, 핸드드립까지 챙겨 마시랴....
생각해보면 나도 참 마시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다. (술만 빼고~)
오늘도 겨우 바쁘게 할 일을 해놓고서
 나가기 직전의 짬을 이용해 핸드드립을 마셔야겠다는 전의를 불태우며 부랴부랴 다구들을 챙겼다.
그런데 뜻밖에 몇 달 전에 동생 친구인 림스양이 맛보라고 준 일회용 드립 커피가 눈에 띄었다.
받자마자 아빠한테 한 잔 드리고 한 봉지는 고이 모셔두었는데
마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


기억에 의하면 림스양이 코스트코에서 사온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사은품으로 많이 받았는데 그땐 정작 드립 커피에 관심이 없어서
남에게 주거나 아빠에게 드렸기 때문에 정작 나는 제대로 마셔본 일이 없었다.


뜯어내면 요런 필터 안에 1회용 분쇄 원두가 들어 있다.


위를 뜯어내고 쫙 팔을 벌려 컵 위에 고정시키면 드립 준비 끝!


90도가량 되는 끓인 물을 졸졸졸 부어준다.
요즘은 드립의 원칙도 다 무시하고 드립한다.
중앙을 중심으로 봉긋하게 거품이 솟아오르게 나선형을 그리며 일정한 물줄기 어쩌구 저쩌구.... 전부 무시...;;;
아무리 해도 용암줄기처럼 멋대로 흘러나가는 거품과 물줄기들을 다스릴 수가 없다.
게다가 손은 또 왜 그리 떨리는지 수전증 환자처럼 후달달달....


섬세하게 나선형 물줄기는 포기하고
최대한 빠르게, 그냥 대충 우리는 방법으로 드립한 커피.
커피 기름도 살짝 보이고 커피 향도 은은한 것이 일단 보기엔 꽤 괜찮다.

그럼 맛은?
요샌 스뜨롱~은 포기했기에 가능하면 쓴맛이 없기를 바라며 두근두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어라? 이녀석 제법 무겁지 않게 깔끔하면서도 쌉쌀하게 쏘는 커피다움도 지녔다?
어쩐지, 쓰다와 연하다의 그 중간맛을 득도한 듯한 쾌감에 온몸이 전율하다. (ㅠvㅠ)
그리고 아주 기분좋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홀짝홀짝 마시다.
림스양이 맛있다고 하더니 역시 추천할 만한 커피인 듯.


이건 오늘 찬조 출연해주신 잔, 보덤의 더블월 컵.
비알레띠 브리카를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에스프레소용을 받았는데
집에서 에스프레소는 마시지 않다보니 별로 쓸 일이 없었다.
이건 200밀리 용량이라서 카푸치노도 담을 수 있겠다 싶어 구입했는데,
오늘 보니 일회용 드립커피를 내리기에도 딱 좋은 듯.


철쭉을 연상시키는 예쁜 꽃보라색 실리콘 밴드.
하필이면 이 색만 없어서 오래오래 기다렸다가 구입했다. ^^
딱히 밴드가 없어도 이중 유리라서 뜨겁지 않을 것 같지만
밴드 덕분에 미끄럽지 않고 잡을 때 손에 잡히는 느낌도 더 좋다.
앞으로 드립커피는 요녀석을 애용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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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느끼고 싶을 때에는 딸기!!

Posted 2011. 2. 14. 01:31, Filed under: 디 마이나
날씨가 다시 추워져서 영하 9도를 오르내리지만 마음은 이미 봄을 느끼고 있다.
일주일 이상 따뜻했던 날씨에 몸도 마음도 전부 다 풀어져서 기운이 없다.
봄이 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 일상인데도, 어느샌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분주하게 토요일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기분 전환 삼아 마트에 들렀다.
마트 밖에는 귤과 사과, 바나나 같은 과일들이 "싸요~!"를 외치며 손짓하고 있었는데
정작 마트 안에 들어가니 내 눈길을 확 잡아끈 것은 요 '딸기'였다.

예쁘게 투명 팩 안에 차곡차곡 들어앉아 새초롬하니 유혹하는 딸기들.
아직 비닐하우스 딸기들일 테니 싸지 않을 걸 알면서도 눈길을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
비싸게 치르고 맛보는 "봄"이 더 향기롭기 때문에? -_-;;

고작 몇 십개 들어 있는 딸기 한 팩에 9천원 돈을 쓰기는 아까워서
결국 할인 판매하는 녀석 중 싱싱해 보이는 넘으로 집어들고 말았다.


다행히 무른 것도 거의 없고 싱싱한 녀석들이었다.
오자마자 접시에 담지도 않고 바로 수돗물로 씻어서 몇 입을 입에 물어 넣는데
캬아~!!!!
봄은 역시 딸기맛이다!

물오른 딸기 속에서
달콤한 꽃의 샘물과 풋풋한 초록의 생명이 같이 느껴진다.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그저 온몸으로 느끼는 딸기의 봄.
딸기가 반가운 건 미리 맞는 봄이라서?

딸기야, 결코 가을에 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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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도 그렇지만 티팟도 정말 잠자고 있는 것들이 많다.
고이고이 찻장에 모셔진 채, 박스 안에 담긴 채 온기를 채울 날을 기다리는 녀석들....
그런데도 아까워서 차마 꺼내 쓸 수가 없다. OTL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에서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여자가 매일매일 티팟 위로 따뜻한 찻물을 붓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건 마치 티팟 위에 단순한 찻물을 부어주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생명수를 부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동양인이 나의 눈에도 경건함과 성스러움이 느껴졌는데,
제작자인 서양인의 눈에는 또 얼마나 신비롭게 보였을까.
어쟀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내가 가진 다구들은 세상에 난 제 몫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박제되어 가는 것도 같아 조금 미안하다.
(그래도 아까비....;;)


찻장 안에서 먼지만 쓰고 있던 딜마의 티팟을 몇 년만에 꺼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홍차 접하던 나름 초창기에 가져온 것으로 기억되는 티팟.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티팟은 여전히 저렇게 동글동글한 게 제일 좋다.
그러다 보니 가지고 있는 티팟들이 대부분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는 문제점이 있다... -_-;;

유난히 배가 부른 스타일의 딜마 티팟은 아주 깨끗한 화이트를 자랑한다.
어찌 보면 마치 하얀 A4 용지 빛깔 같기도 한데
덕분에 배부분에 딜마의 무지개빛 틴들을 연상시키는 저 사각 패턴들이 산뜻하게 살아난다.


뚜껑 절대로 깨뜨리지 말라고 양옆으로 걸쇠가 달려 있다. ^^
그래서 차 따를 때 뚜껑을 꼭 부여잡지 않아도 되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서 무조건 뚜껑은 누르고 따름..ㅋㅋ


좀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로 이 심플한 주둥이.
사실 디자인상으로는 티팟의 자태와 아주 잘 어울리는데
이미 학의 부리처럼 날렵하게 빠진 티팟에 익숙해져서 이 티팟 주둥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아무 차든 잡히는 대로 마시자..는 심정으로 차 박스를 뒤지고 있다.
그런 중에 이번에는 호야님이 주셨던 카렐의 체리티가 잡혔다.
봄기운에 설레는 요즘 같은 때에 딱 마시기 좋다 싶어서 개봉 결정~!!


곱디 고운 망사 티백 사이로 자잘한 잎들이 보인다.
부담스럽지 않은 달콤하고 기분 좋은 체리 향기에 마냥 향만 맡고 싶은 심정.
요즘은 상미기한 지난 차만 마시기도 분주해서 카렐이고 뭐고 차 구입은 절대 안 하고 있지만,
불현듯 카렐의 예쁜 틴들이 그리워진다. (카렐은 왜 이렇게 일러스트가 예쁜 거야.)


오늘의 찻잔은 홈스테드의 밀크글라스.
요즘 법랑 못지않게 왜 이리 밀크글라스가 좋은지 모르겠다.
질감도, 손에 잡히는 촉감도, 보일락말락한 반투명한 빛깔도 다 마음에 든다.

안에 품은 홍찻물을 살포시 내비치는 자태에서
하얀 커튼 뒤에 실루엣을 보는 것 같은 매혹이 느껴진다.


이 잔을 구입한 건 3년쯤 된 것 같다. 
그때엔 옛날 밀크글라스를 재현했다고 해서 호기심 삼아 샀더랬다.
이제 보니 코렐의 버터플라이 티컵이랑 완전히 생김새가 붕어빵이다.
매끄러운 표면 처리나 투명도에서 오히려 옛날 파이렉스보다 우수하지만,
내 눈에는 조금 거친 면이 있는 옛날 잔들도 정감 있어 좋아 보인다.


곶감을 연상시키는 고운 홍찻물.
사진을 한참 찍어대는 동안 많이 식어버렸지만,
향긋한 체리 향과 혀끝에 느껴지는 달콤한 찻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홍차를 마시던 때에는 단맛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훗!

잎이 자잘하고 티백 양이 3g은 넘을 듯해서 물은 300밀리 이상 충분히 붓고
2분 정도만 우렸는데 성공한 듯하다.
저 말라비틀어진 초코 스콘만 아니었다면
간만에 여유롭게 격식도 갖추어서 완벽한 티타임이 되었을 것을.... ㅠ.ㅠ
앞으론 과자나 사서 티푸드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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