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어서인가.
몸도 마음도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것만 같다.
몸만 아프거나
마음만 우울하거나 해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 판에
두 가지가 다 힘드니 요즘 같아선 사는 게 정말 지친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2월부터 3월 중순 무렵까지 힘들어했던 것 같다.
봄을 타는 계절병이 오는 건지, 이맘때면 오래도록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올해엔 마음만 무기력한 게 아니라 몸도 피곤하다.
푹 쉬었다 싶은 날이 없어서인가.
연휴가 며칠 있어도 밀린 약속으로 몇번 외출하면 어느새 일상이 돌아와 있으니.
작년엔 어떻게 이 울적함을 떨쳐냈더라?
재작년엔 또 어떻게 이 우울에서 벗어났더라?
딱히 무슨 수가 있었던 건 아닌지 아무 기억도 안 난다.
하루 시간 내어 부모님과 일산에 꽃구경을 가면서 콧바람을 쐬었던 것도 같은데
아직은 그조차도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오래 오래 오래 침잠해야 하나.
가라앉다 보면 언젠가 다시 솟아오르겠거니... 믿으며.

<사족>
오늘 동생과 오랜만에 영화 <콘트롤러>를 봤다.
간만에 보는 영화인데도 왜 이리 재미가 없던지.
로맨스 영화라는 걸 알고 봤는데도 정말 별로였다.
차라리 <아일랜드>처럼 애시당초 로맨스 영화를 표방했으면 아기자기한 재미나 설렘,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의 만족감이라도 있었을 텐데
이건 딱히 로맨스의 애틋함이나 재미난 장치도 전혀 없고,
그렇다고 액션 영화로서의 긴장감이나 볼거리도 없고,
게다가 SF는 더더욱 아니어서 맥빠지는 그런 영화였다.
광고는 SF 액션 스릴러,라고 붙여놓고 낯부끄럽지 않은지.
천사가 중절모 쓰고 다니는 것 역시 미드에서 하도 보아온 소재라 신선하지조차 않았다.
걍 <슈퍼내추럴>이나 <프린지>를 보는 게 더 신선하고 스릴감있지...-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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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룽아, 유치원 가자~^^

Posted 2011. 2. 21. 00:43, Filed under: 알흠다운 꽃띠냥이
예전에 찌룽이 홈피를 운영하던 시절에 자주 찾아와주셨던 라노마님도 이 블로그에 와주시고
또 라카님도 우연히 여길 찾아 와주시고 하니
사람의 인연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라노마님은 예전에 나랑 음악 취향도 비슷한데다 영화도 좋아하셔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이분들이 다 찌룽을 검색어로 찾으신 듯한데
요즘 들어 찌룽이 사진 올린 적이 거의 없어서 어째 양심에 조금 찔림...-_-;;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딸랑 두 장 건진 찌룽이 사진과
동생이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을 몰래 가져다 이곳에 올린다.;;;;;


캣타워에서 취침 모드에 진입하기 직전인 찌룽 마님.
한 팔을 늘어뜨린 자태가 참으로 고혹적이지 아니한가.

찌룽이는 원래 여름에는 저 캣타워를 안 쓴다.
아마도 푹신푹신한 인조털이 더워서 그런 것 같은데
대신 겨울에는 항상 저 자리에 올라가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겨울에는 날씨가 연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도 캣타워에 올라가지를 않는 거였다.
그냥 단순한 변덕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날 캣타워에 붙은 찌룽이 털을 제거하려고 들여다보았다가 그만 경악~~ -0-;;
시상에.... 언제 토해놓은 건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토사물이 인조털과 뒤엉킨 채 말라붙어 있었던 거다.
제딴에도 더럽다고 안 올라간 모양.
캣타워를 빨 수도 없는 노릇이라 궁여지책으로 밍크담요를 깔아주었는데,
요 여시같은 것이 토사물이 안 보이니 냉큼 올라가 뒹굴며 잔다. -_-;;


치사한 놈~!!
고거 사진 한 장 찍었다고 완전히 등돌려 버린다.
우리가 저한테 들인 밥값이 얼마인데,
백만년 만에 찍는 사진 모델도 되어주지 않는거냐?  ㅠ.ㅠ
집요하게 반대편으로 가서 겨우 사진 한 장 찍음.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안..다...ㅎ.ㅎ.ㅎ

이건 동생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요샌 아이폰으로만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설 연휴에 들어온 배 상자의 포장 껍데기를 찌룽이 머리 위에 씌워주었다.
아, 그런데 울 찌룽이 대구리가 너무 커서 모자가 안 씌워지는 거다...ㅋ
모자를 쓴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모자를 얹었음.
하지만 엄청 깜찍하고 귀엽당~
찌룽아, 너 여름이면 9살인데 왤케 귀여운 거야~
우리 유치원 갈까? 응?? ㅎㅎㅎ


이 역시 동생이 아이폰으로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
고양이는 코 밑의 양옆 뽈살이 넘넘 귀엽다. (뭐, 어딘들 안 귀여운데가 없긴 하지만....)
암튼 야옹~하고 대답하느라 밀려 올라간 뽈살과
오른쪽 주둥이가 더 올라가서 시니컬해진 썩소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찌룽아,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항상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만 있어주면 돼~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줄 테니 늘 언니들 곁에 있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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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람도 맞춰놓지 않은 채 단잠에 곯아떨어져 있다가 뒤늦게 후닥닥 일어나 허둥지둥 사무실로 달려갔다.
지각한 주제에 인스턴트 커피까지 타서 강의하는 도중에 들어가니
오늘따라 강의하는 샘의 목소리가 유난히 경건하고 엄숙했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어떤 신념으로 사는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등
자신의 생활태도와 소신을 시종일관 경건한 자세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강의실 내 분위기는 숙연 그 자체.
옆자리에 앉은 샘은 경도된 눈빛으로 열심히 메모를 하며 듣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 자리가 답답하고 싫어서 박차고 나오고 싶은 거였다.
그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학창시절처럼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혼잣말을 쓰고 있었다.

그 열혈 분위기 속에서 어쩐지 나만 겉도는 느낌,
학교 다닐 때 모두가 열공하고 있는 교실 속에서
나 혼자 연습장에 낙서하던 고등학생 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나라는 인간은 그 무수한 세월 속에서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조직 속에서 언제나 불편해하는 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외칠 때마다 이건 아니라고 외치고 싶어 하는 나.
어딘지 남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길 거부하는 이 버릇 때문에
얼마나 인생을 허비하고 심지어 따가운 눈초리까지 받았는데....
학창 시절엔 무수히 농땡이질로 시간을 흘려 보냈고,
친구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면 교회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못해
그날 밤엔 악몽까지 꾸어야 했다.
나더러 지옥의 끓는 가마솥에 떨어질 거라는 협박까지 하던 친구에게는
고3 내내 싸늘한 냉대와 무시를 받기까지 했다.
농성이 곧 대학 생활이라고 믿었던 대학 친구들 틈에선
"비싼 수업료 내고 왜 수업을 안 듣느냐"는 소리를 해서 회색분자라는 눈길도 받았고,
지금도 집 안에서 엄마 아빠가 같은 목소리를 내면 꼭 반대에 서서 꿀밤을 맞고 있다. -_-;;

그렇다고 열혈 반골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어째서 이토록 한 목소리로 색깔이 규정되어지는 건 싫어하는 것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부모님께 착하고 반듯한 딸이 아니었고
학교에서 모범생이 아니었듯이
어느 조직엘 가나 나는 바람직한 직원은 못 될 것 같다.

강의하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안 봅니다. 내 취미 하나 줄여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드라마 같은 걸 왜 봅니까?
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기도하고 어쩌고저쩌고 하고
늦은 밤까지 일합니다."
"회원이 하나 그만두면 저 때문에 마음 아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회사의 터전이 나로 인해 무너지는 건 괴롭습니다."

난 이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말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대신 어이없어지는 내 자신을 보았고,
숙연한 주위 위기를 또 보았다.
이런 걸 '위선'이라고 생각하는 건 설마 나뿐은 아닌 거겠지?
라고 믿고 싶다.

친구가 말했다.
"넌 갈수록 더 시니컬해지는 것 같아."
친구는 틀렸다.
갈수록 시니컬한 게 아니라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이랬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고2때부터.
그리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타로 위장하고 자기를 속이기보다
이기를 인정하고 본질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사는 게 더 나은 거라고
예나지금이나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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