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사진 한 장 찍어보지도 못하고
구석구석 처박혀 있는 찻잔이나 티팟들이 어쩐지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차를 잘 마시지도 못해서
줄창 쓰는 건 인스턴트 타 마시는 막 쓰는 머그뿐이라
내 다구들은 엄마의 찻장 안에서, 구석구석 쟁여진 박스 속에서 그대로 먼지만 하얗게 쌓여가고 있는 실정.
불현듯 예전에 송 반장이 사준 커피잔의 소서가 깨진 것이 다시 떠오르면서
사진으로라도 남겨두었더라면 조금 덜 아까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앞으로는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둘씩 꺼내서 사진이라도 찍어 두어야지.
그래야 물건은 깨져 없어져도 사진으로나마 남을 게 아닌가.



운좋게 짧은 틈을 내어 차를 마시기도 했지만,
어쨌든 기록하는 마음으로 찍은 파이렉스의 버터플라이 잔.

종종 사진상에 디스플레이용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저게 뭘까.. 상당히 궁금해했는데
우연히 이 잔을 '버터플라이 잔'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 레트로한 무늬들이 꽃과 나비를 형상화한 것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듯.
예전 코렐에서 나오다가 단종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건 코렐이 아니라 파이렉스 제품이다.
파이렉스, 코렐, 코닝이 전부 같은 계열 회사라는 것도 예전엔 몰랐던 사실.



제일 인기 있는 것은 미사용 코렐 버터플라이 제품인 것 같은데
사실 이 빈티지 파이렉스도 나는 대만족~~ ^^
개인적으로 코렐 재질보다는 이 도톰한 밀크글라스 재질을 더 좋아하는 데다
쥔장이 원래 없는 소서까지 다 맞춰서 주셨기 때문이다. ^^



시간이 많지 않아 잎 홍차는 패스하고, 아크바 딸기를 우려서 마셨다.
커피잔보다는 티컵이라고 보는 게 더 알맞다.



아크바 티백 꽁다리도 어여쁘게 받쳐주시는 예쁜 밀크글라스 잔.
몰랐는데, 홈스테드에서 새로 재현했다는 밀크글라스 도트 잔이랑 크기, 모양이 완전히 똑같다.
다음에 두 잔의 비교샷을 함 올려봐?? ㅋㅋ

아크바 딸기 홍차는 딸기 향은 정말 좋은데
이상하게 마실 때마다 티백의 종이 맛이 느껴진다.
내 미각이 그토록 뛰어났던가...;;;
예전에 행아님이 주신 아크바 딸기는 전혀 그런 느낌을 안 받았는데
어째서 내가 산 아크바는 종이 맛이 느껴지는 걸까.
게다가 밀크티로 마시니 너무나 밍밍하고 싱거워서 그것도 안 된다.
아무래도 행아님이 주신 아크바랑 다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땐 티백 하나로 밀크티 타서 마셔도 괜찮았는데~
(내 미각이 예리해진다는 징조? 그건 아닌 것 같은데...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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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토니모리 머그와 예가체프...^^

Posted 2011. 1. 15. 01:13, Filed under: Happy Teatime
스타벅스 잔에 커피를 담아 마시든
사발에 커피를 담아 마시든 커피를 마신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
왜 토니모리 머그에 커피를 마셨다고 하려니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
어쩐지 화장품 용기에 커피 담아 마셨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래도 중요한 건 이 토니모리 머그가 참 예쁘다는 것.
작년 행사 때 딱 이 머그잔 모양으로 생긴 스크럽 제품을 사면 머그잔을 주었는데,
요 머그가 넘 맘에 들어서 결국 화장품을 사고 말았다. -_-;;
그리고 며칠 전 오랜만에 틈을 내어 
이 잔에 예가체프를 따라 마셨다. 
 


사발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250밀리 안쪽의 작은 머그를 선호하는데
요 녀석이 바로 딱 내 타입의 머그잔이다.
꽉 채워야 200밀리가 될 것 같은 사이즈의 작은 머그잔인데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기에 딱 좋은 크기다.



150밀리 정도의 예가체프를 담아낸 어여쁜 머그.

요즘 너무 바빠서 커피든 홍차든 거의 마시지를 못했지만
어쩌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를 통해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난 커피는 진한 걸 못 마신다는 사실... ㅠ.ㅠ
괜히 책 보고 정통 고집하며 20g씩 커피 붓고 스뜨~롱하게 드립했다가
위벽이 헐어 문드러지는 줄 알았다.
그 쓴맛도 고통이고, 위벽도 고통이었다.

왜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마셔야 하는가?
처음 홍차에 입문할 때 스스로 반문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올라
이제는 백번 양보해서 보다 순한 쪽으로 선회 중이다. 
최근에는 8g 정도의 커피를 초반에 빨리 내려서
그것도 조금 불안하면 살짝 물을 더 타서 마시고 있다.

결과는 대만족~
특히 예가체프는 커피 중에서도 아주 순한 편이라고 한다.
딱히 물을 더 부을 것도 없이 8g 정도 드립해서 150밀리 정도 내리니
어딘지 입에 감칠맛도 느껴지고 순하면서도 고소한 커피의 맛이 느껴져서 넘 좋다.



토니모리 머그의 정면샷~
토니모리 로고도 예쁘고
향기 피어나는 그림 로고도 예쁘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스트레이트 민자 허리가 아니라,
살짝 애교스럽게 들어간 듯 만 듯한 머그의 라인이다.
스타벅스 커피 머그 못지않은 심플하면서도 예쁜 디자인의 요 머그.
나의 베스트 초이스다. 쿄쿄

참고로, 이 머그 구입할 때 샀던 스크럽 제품도 제법 괜찮습니다.
흠.. 이건 나중에 다시 한번 소개하도록 할게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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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들이 지고 있다...

Posted 2010. 11. 29. 00:35, Filed under: 디 마이나
주초마다 찬바람이 불면서 시베리아의 한파가 몰아친다 싶더니
드디어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록색, 붉은색, 노란색으로 곱던 잎들조차 파스스 마른 잎으로 거리를 뒤덮고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겨울을 미리 드러내고 있다.

운치라면 운치 있는 길,
가슴 후비는 쓸쓸한 거리라면 그런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난데없이 어울리지 않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구린내...라고들 말하는 그 냄새.
누군가 쌌을 리 없는 그 냄새의 진원지는 역시 은행나무들이다.
뒤늦게 떨어진 은행들이 보도를 뒹굴고, 때론 구둣발에 밟히고 때론 그대로 물러 가면서
시멘트 바닥에서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그순간 갑자기 몇 주 전엔가 읽은 영화 잡지 <무비위크>에서 편집장이 썼던 글이 생각났다.
G20 같은 행사로 치장하지 말고
거리에 진동하는 이 냄새나는 것들을 어떻게 해달라는 투의, 현 정부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글이었다.
원래 편집장이 되기 전, 기자 시절부터 그 사람이 쓴 글을 좋아했지만
그 글을 보는 순간 가슴이 싸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냄새나는 것들.
정부가 하는 일이 못마땅하다는 거야 그 사람 마음이니 상관없지만
어째서 그 화살이 아무 죄없는 은행에게 돌아가야 했는지?
마치 그건 * 누는 인간더러 왜 너는 그런 고약한 냄새가 나느냐고 질책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차라리 조금 더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한껏 성과를 뽐내는 정부를 비꼬아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가을에 단지 인간의 *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피운다는 이유로 은행나무를 매도해야 했을까.
이 지구상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거의 없으니
은행나무는 인간을 불쾌하게 한다는 인간의 잣대만으로 모조리 없어져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점잖고 너그러운 스님들 사는 절 옆에만 심어야 한다는 건지.

좋아했던 이의 글이라
그도 역시 인간 위주의 이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씁쓸했다.

가만히 앉아 보도 블럭 위를 뒹굴고 있는 은행들을 바라보았다.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힌 은행들도 불쌍하지만
다행히 아직은 성한 채 시멘트 위 한자리를 겨우 차지한 녀석들도 불쌍하긴 매한가지다.
은행에게도 산중이 더 좋았을 것이다.
싹조차 튀우지 못한 채 차가운 시멘트에서 썩어가야 할 운명으로 떨어졌으니.
은행나무도 이런 공해에 찌든 가로수로 서 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라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열심히 열악한 환경에서 군소리 없이 계절에 맞춰 살아가는 은행나무들이 가엾다.

어느 순간, 또 누가 가로수를 바꾸자고 할까 두렵다.
그 많은 은행나무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데?
싹둑싹둑 소리 없이 베어지고 말 은행나무.
차라리 용문사 깊은 산중에나 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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