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 영화를 함께 볼 사람들을 찾느라 머릿속이 마구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다려왔던 영화.
그러나 아는 거라곤 오직 <왕의 남자> 감독인 이준익 감독의 영화라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오로지 그 정보 하나에 모든 걸 걸고... -_-;;
재밌는 영화와 마음을 두드리는 영화 중에서
제법 후자를 좋아할 만한 지인들을 꼬드겨 이 영화를 봤다.
세상 물정 모르는 올드스타의 행태를 보면서 혀를 차고
마치 철없는 남편의 뒷바라지에 여념없는 일편단심 같은 매니저의 모습에 혀를 차다가
마침내 미소짓고 눈물 흘렸다.
그 눈물은 슬픔 때문에 짭쪼름한 맛이 났고,
뭉클한 시려움 때문에 어딘지 시큼했고,
그러면서도 따스하게 젖어드는 그리움 때문에 달콤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머릿속을 스친 건 영화 속 인물들이 아니라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나의 친구들, 그리고 나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복합적인 눈물과 웃음의 맛을 만들어내는 이 괴물같은 감독은 누구냐?"
"이 사람이 그 코믹영화 <황산벌> 만든 사람 맞아?
어째서 이런 감수성을 아는 사람이 그런 코믹영화부터 만든 걸까?"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감독.. 산다는 게 뭔지 아네...."였다.
사실 삶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은 한마디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드라마는 이런 복잡한 감정선을 표현하기에 역부족인지라
매순간 희와 비가 분명하다.
기쁜 순간이 있고, 슬픈 순간이 있다.
한참 웃는 순간이 있으면, 이어서 고난의 순간이 다가오며
마침내 감동적으로 이를 뛰어넘으며 부르짖는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인간의 승리에 마침내 감동하라~감동하라~"
그런데 <라디오스타>에는 기쁜 순간과 슬픈 순간이 특별히 따로 있지 않았다.
매장면마다 짜증날 법한 일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 웃음이 있었고,
그러면서도 슬펐고,
또한 행복했다.
삶의 매순간 느끼는 감정이란
때론 행복이 50, 불안이 20, 짜증이 5, 인내가 10이거나
때론 슬픔이 55, 희망이 20, 그리움이 10, 의지가 5 등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빛난다는 걸 이 감독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나는 웃으면서 울었고, 슬프면서 행복했다.
산다는 건
항상 행복한 것도, 항상 불행한 것도 아니고,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공처럼 이리저리 구르며 우리의 마음이 기울어질 뿐이다.
기뻐도 슬퍼도 살아갈 수 있는 건
그래도 분명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 거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라고 외치지만,
그래도 인생은 혼자 사는 게 또 아니다.
그래도 영화 속 사람들은 여전히 어렵다.
둘 사이의 우정을 지켜나가려면 현실 속의 처자가 김밥장사라도 나서야 한다.
우정과 사랑은 결코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우정을 선택하려면 사랑을 버려야 하고,
뜨거운 사랑을 선택하려면 결국 친구를 버려야 하는 게 현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감독은 사랑에 인색하다.
남자의 로망과 우정이 처자보다 중요하다는 걸 매영화마다 역설하고 있으니...
실제출연한 노브레인.. 노래 듣는 맛도 훌륭한 영화..
왜 이런 걸 스틸사진으로 했을까..엔딩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