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을 사랑해~~

Posted 2006. 10. 12. 17:32, Filed under: 꽃풀 이야기

식물을 기르면서 날씨를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
전에는 그저 비가 오면 귀찮거나
날씨가 흐리면 우울해지거나
청명하면 기분이 상쾌하다거나
매사가 나를 위한 날씨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보다 초록이들 생각이 먼저 난다.
며칠 내리 해가 안 보이고 날이 흐리면
"아아.. 오늘도 해가 안 나오네~" 하고 아쉬운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는 아파트가 5층이라 오르내리기 편하다고 좋아했는데
요즘은 일찍 그늘이 져서 고층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게 된다.
뭐 아예 마당 있는 단독이 좋겠지, 싶기도 하고.
넓은 마당에 연못도 파고 꽃밭도 가꾸면서 사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사실 해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책에서 '반그늘'에서 자란다고 하면 철썩같이 믿었다.
반그늘이란 완전 그늘이 아닌 어느 정도 빛이 있는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난 거실이 반그늘이라고 믿었고
거실에서 반그늘 성장 식물이라고 믿는 녀석들을 겨울부터 내내 길러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울 집 거실은 거의 그늘 수준이었다.
오히려 오전 해가 비치고 정오부터 그늘이 드는 베란다가 반그늘??
그 사실을 모르고 6개월간 내내 아무 변화가 없는 팔손이를 원망했고,
새순이 고개만 내밀고 자라지 않는 홍콩야자가 이상한 녀석이라고 말했다.

오전이나마 유일하게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울 집 베란다는
초록이들이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벌이는 장소.
아마 녀석들도 탁 트인 창으로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남의 집을 부러워할 듯... -_-;;

5월에 델꼬 온 홍콩이.. 꽤 풍성한 넘이었다



과습으로 앙상해진 홍콩이의 여름..내내 저랬다



9월 중순 베란다로 나간 홍콩이..10월 2일에 보니 새순이 제법 나고 있다



열흘쯤 지난 오늘 보니 새순이 부쩍 자랐다




2월에 와서 새 잎 한번 낸 적 없는 팔손이



베란다로 나간 지 2주만에 저리 새잎을 내고 있다



한 달이 좀 넘었다. 지금은 삼손이에서 완벽한 오손이로 승격!!



홍콩야자에 대한 책의 설명을 보면 반그늘에서도 자란다고 되어 있다.
팔손이에 대한 설명을 봐도 마찬가지다.
가끔 이런 설명 때문에 성장을 제대로 못하고 죽어가는 초록이가 생긴다.
해를 못 보면 약해지고 약해지면 병들기 쉽다.
해가 없으니 물마름도 좋지 않아 과습도 빈번하다.
식물은 해를 사랑한다.
한여름의 직사광선은 잎을 태우지만
나머지 계절에는 해가 보약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건 비단 사람만이 아닌 것이다.

Respons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