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인간사 힘들구나....
Posted 2008. 2. 25. 12:32, Filed under: 디 마이나교환이니 분양이니 하는 것들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남들 분양받고 하는 거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분양 신청하고 뭐 교환 품목으로 머리 싸매고 하는 게 다 귀찮고 번거로웠기 때문...
그런데 뜻밖에 나한테 교환신청이 들어왔다.
내가 갖고 있는 차를 맛보고 싶다면서 10그램 정도 교환하자는 것이었다.
뭐 이왕이면 서로 갖고 있는 차를 교환해서 맛을 보면 좋기야 하지..하면서 좋다고 했는데,
뜻밖에도 일이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꼬여 버렸다.
지난 목욜에 우체국에 가서 빠른등기 부칠 때만 해도 너무 기분 좋았는데...
한번도 교환을 해본 적이 없는지라
딱히 10그램을 밀봉해서 담아보낼 봉투도 없고,
궁여지책 생각해낸 것이 지인들에게 선물하듯이
일회용 티백에 담아서 풀봉투로 붙여보내자고 생각했던 것.
교환을 할 때 그램을 어떻게 다는지 알 길도 없고
(선물이면 내 맘대로 보내면 되지만, 교환이라니 은근 부담...)
하는 수 없이 계량스푼도 써가면서 티스쿱도 써가면서
3그램씩은 담았다고 생각되는 봉투 5개를 만들었다.
찻숟가락이 2그램 정도 된다니 이 정도면 한 봉투당 3그램은 되겠거니...
설령 2그램이라고 해도 봉투가 5개니 교환하기로 한 양은 되겠거니...
그러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어쩐지 내가 갖고 있는 티들 중에 좋아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가진 가향차 중에 고르고 골라 10봉투를 더 만들었다.
맛보고 싶어했다던 다른 차도 담고,
몸값도 나가는 가향 녹차도 담고...
그런데......
어쩌다보니 동시에 교환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보내게 되었다.
문제는 그담부터.......
하루에 몇통씩 날아드는 쪽지가
다른 얘기는 하나도 없고
첨에는 불편하게 왜 하나하나 나눠서 담았느냐,는 얘기로 시작하더니
그담에는 다 합치면 겨우 10그램이 될 것 같다는 얘기,
합쳐보고 쪽지 주겠다는 얘기... 온통 분량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부피와 중량이 같지는 않다.
그러면 교환할 때 10그램은 무게를 달아서 보내는 건가??
10그램을 달 수 있는 저울이 또 어디 있지??
흔히 찻잎 대중할 때 얘기하는 게 무게가 아니라 부피 아니던가???
(심지어 그분은 친절하게도 저울이 8천원밖에 안 하니 사라는 얘기까지 해주셨다.)
마음이 어쩐지 불안 반, 불쾌 반.... 예감이 좋지 않은 먹구름이 뒤덮기 시작했다.
이미 교환받고 싶은 마음도 상실... 잊은 듯이 주말을 보내고 오늘 다시 들어가 보니
쪽지가 와 있다...
역시나...
오늘의 내용은, 무게를 재보니 비닐 빼고 티백 빼면 한 봉투에 1그램밖에 안 될 것 같다나....
그리고 나한테 주기로 한 차가 뭔지 쪽지를 잃어버렸으니 다시 알려달라고.... 휴우~~
뭐랄까...
내가 많이 보내고 적게 보내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인심 좋은 사람들 얘기도 많이 들었고,
실제로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빡빡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것도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교환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사람이 갖고 있던 차가 꼭 궁금했던 차도 아니었고
(주로 레몬 계열의 차나 허브차였던 걸로 기억....)
그보다는 마시고 싶다는 차를 나눠준다는 기분에서 수락한 거였는데
어쩐지 내가 미안해해야 할 몹쓸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
결국 선물 받은 셈 치세요~ 하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교환받기로 한 티는 안 보내도 된다고 쪽지 보냈다.
앞으로 교환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고마운 선물을 받거나, 내 쪽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을 하는 쪽이 맘이 편하고 즐겁다.
내 성격에 "이런 거 저런 거 마시고 싶으니 나눠주실 분~" 하고 글 올릴 일은 없을 테니
마시고 싶은 차는 돈 주고 사서 마시겠지만,
그래도 좀 슬프네...
하필 처음 해본 교환에서 이런 씁쓰름한 기분을 맛보다니...
돈 주고 사서 마시는 거야 누군들 못할까마는
돈보다 더 소중한 정나눔에서 일단 고배를 마신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