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인 <쾌도 홍길동>에 이어
나를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열청 드라마 정금이~ ㅠ.ㅠ
장금이도 아닌 정금이다.
사실 원 제목은 <천하일색 박정금>이지만.........훗훗
이혼한 아줌마 형사 배종옥이 주인공인 분명한 아줌마 삘 드라마인데,
이게 또 사람을 갖고 논달까...
웃기다가 울리다가
분노하게 하다가
꼬소해하다가
한편으론 동정심을 느끼게 하는....
그야말로 작가 농간대로 쥐락펴락되면서(나, 바보?)
희노애락을 느끼는 중에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가버려서 아쉬운, 그런 드라마다.
재밌는 건 등장인물들마다 지니고 있는 콤플렉스다.
나문희는 배종옥의 친엄마지만,
자기 집 가정부였던 청주댁(이혜숙)에게 부인 자리를 빼앗기고,
이혼당한 채 딸인 배종옥과 살고 있는 인물.
오로지 남편만 믿으며 살림하는 것밖에 모르고,
정에 이끌려 사람 무서운 줄 몰랐던 이 아줌마는
그 바람에 배신의 칼을 맞는 구시대 엄마의 전형이다.
그러나 슬픈 운명의 피해자답게 가녀리고 조신한 현모양처 아줌마가 아니라,
이중 분양 사기로 한 아파트에 같이 살아야 할 노총각들에게도
인정사정봐주지 않는 전형적인 무대뽀 아줌마.
예쁘지도 않고 애교 부릴 줄도 모르고
억척같이 살아온 것이 죄인 그런 아줌마,
그러나 주책같은 너스레가 밉지 않은, 우리들 엄마 같은 그런 아줌마다.
배종옥.. 빌딩을 다섯 채나 갖고 있는 부동산 부자 박근형의 전처(나문희) 소생 딸.
엄마가 예뻐야 딸에게도 애정이 가는 건지
결혼할 때 혼수비용으로 아버지한테 딸랑 5백만 원밖에 받은 게 없는 영낙없는 콩쥐의 처지다.
그러나 순종적이고 늘 계모에게 당하는 그런 콩쥐가 아니라,
말끝마다 이혜숙을 향해 "청주댁~ 당신은 죽을 때까지 청주댁이야"!라고 소리치는
악에 받친 콩쥐다.
잃은 것, 뺏긴 것이 한둘이 아닌 한 많은 인물이지만
절대로 죽는 소리 하지 않는 자존심으로 버티고,
가슴속에 아픔을 숨긴 채 활짝 웃는 시원시원한 가장이기도 하다.
억척스럽고 끈질기고
한마디도 지지 않는 나문희의 복사판이고,
정도 많아서 직업이 형사인데도 잡은 범인 여럿 놔준다.
게다가 엄마 팔자 물려받았는지 똑같이 이혼녀가 되었고,
그 와중에 큰아들마저 길에서 잃어버려 죄책감과 상처까지 안고 산다.
'천하일색'이란 제목은 그래서 붙인 것인지?
천하일색이지 못해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나문희나 박정금의 콤플렉스는
여성들 심리 깊숙한 곳에 내재된 기본적인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많은 여성들이 정금이를 응원하게 되는지도..ㅋㅋ
이혜숙(사여사이자 청주댁)...오갈데없어 "제발 밥만 먹여달라며"
나문희에게 애걸복걸해 들어와서
청주댁이라고 불리다가 마침내 '사여사'라는 지위까지 갖게 된 인물.
데리고 온 딸 사공유라(한고은)에게
한 푼이라도 더 영감 재산 빼앗아 물려주겠다는 집념을 갖고 있고,
청주댁이었던 과거를 벗어던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자.
돈 2천만원을 미끼로 배종옥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해봐도
따귀를 올려붙이며 "어머니 소리 듣고 말겠다"고 해봐도
아직까지 성공 못했다.
적절한 애교와 토라짐과 농염함으로 남편을 주무르지만,
의외로 이 남편이 구두쇠라 은근 애가 닳는 인물이다.
자신의 천한 과거가 꼬리표처럼 그녀를 괴롭히지만,
딸을 위해서,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여자.
변호사 사위를 맞기 위해 혼수비용 뜯어내느라 한창 고분 중이시다.
김민종(한경수 역)..
있는 집 자식이고 변호사라는 그럴싸한 지위를 갖고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 가슴에 응어리가 많은 인물.
친부모인 줄 알고 자라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로부터 직접 '입양아'라는 통고를 받고
내내 가슴 졸이며 살아온 사람이다.
자기를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착한 아들 콤플렉스에
결혼마저 부모가 원하는 여자라면 할 수 있다고,
아니 하려고 한다.
그 정혼 상대가 바로 이혜숙의 딸 사공유라(한고은).
제멋대로인 한고은을 다룰 줄 아는 부드럽고도 강한 남자이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따뜻한 모성애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간절하다.
가족 인사 자리에서 배종옥과 마주친 이후
둘 사이는 자식을 잃어버린 자와
부모를 잃어버린 자 사이의 애틋한 동질감이 피어난다.
....
끙~ 하지만 결말은 모른다.
김민종의 짝이 누구인지는........ ㅠ.ㅠ
사공유라(한고은)...청주댁이었던 엄마의 과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 위해 자신의 엄마가 저지른 일들을
벌레 보듯하면서 자신을 부정하고 흥청망청 사는 인물.
엄마에 대한 경멸과 애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돈에 기대어 사는 자신에 대한 경멸로 되돌아와
스스로를 자학하고 괴롭힌다.
또한 모든 것을 잃고도 언제나 당당한 배종옥에 대해서
묘한 콤플렉스를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불안해하는 인물.
:"그렇게 살아야 해?"라고 엄마에게 묻지만
그 자신도 거기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엄마의 삶을 답습하며,
"그렇게 자신 없느냐?"는 말을 김민종과 배종옥 모두에게 듣고서 스스로 냉소한다.
그리고....
여기에 배종옥과 한 집에 살게 된
의사 손창민이
알고보니 초등학교 동창으로 등장하는데,
아직 손창민만은 딱히 어떤 콤플렉스나 딜레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좋고, 순진해 보이고, 넉살도 좋은 데다
시골노인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도 하는 좋은 의사지만,
사실 형의 뒷바라지로 의사가 되었다는 책임감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형에게 갚아야 할 은혜도 많지만,
정작 이제는 그 형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처지다.
그럼에도 그는 밝고 꿋꿋하고 얼굴에 어둠의 그림자 하나 없다.
유쾌한 인물이긴 한데.......
아직 딱히 어떤 지점을 찾을 수가 없이 동떨어진 느낌이랄까.
대신 그 형과 나문희 간의 좌충우돌은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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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정금이> 하는 날~
나는 저녁을 먹자마자 또 TV 앞으로 달려간다~~
흠흠.....
뭐 어때??
일주일에 몇 시간 안 보는 TV인걸...
스스로 변명하면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