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홍여사가 기나긴 휴가를 받았다고 해서
약속을 잡아 대학로로 gogo씽~~!!
때아닌 왠 휴가냐, 했더니
작년에 안 쓴 월차를 무조건 써야 해서 그렇다나...
흙흙~~
IMF 터지고 나서 연봉제로 바뀌고 난 다음에
중소기업에서 연월차라는 건 의미를 잃은지 오래인데,
역쉬나 대기업은 좋아...... (부럽, 부럽, 울먹, 울먹)
뭐 그쯤하고,
평소부터 카페 사람들 사이에는 성지 순례의 한 장소쯤으로 되어 있는
홍차 카페 <느린 달팽이의 사랑> 성대점으로 홍여사를 이끌었다.
홍차 카페라고 가본 데는 종로의 <T42>가 전부인데
최근 초창기 같은 분위기도 많이 없어지고,
홍차보다는 과일 허브 믹스차가 많은 듯해서 제대로 된 홍차 카페라는 델 가보고 싶었더랬다.
근데...
슬프게도 사진이 없다. ㅜ.ㅜ
정말 이런 곳에 찻집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허름한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데,
첨 갔을 때 사진 찍으러 온 잡지사 기자 외에는 사람이 없어서
어쩐지 같이 카메라 꺼내들고 찍기가 머쓱...;;
게다가 먹을 게 나오면 사진 찍는 건 철저하게 잊어버리고
음식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언제나 다 먹고 난 사진만..... OTL
사람이 없어도 썰렁하고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아니라
아늑하고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 그런 분위기의 카페.
"나 인테리어 했거든??"하고 거리감을 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누구든 잠시 와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 하는 그런 얼굴에
이곳에서는 시간도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쉬었다 갈 것 같은 그런 기분의 카페다.
역쉬나....
메뉴판에 가득한 브랜드별 홍차들...
안 마셔본 홍차가 많지만,
입소문이 자자한 헤로즈의 14번을 마셔보기로 했다.
홍여사는 초심인지라 일단 위타드의 애프터눈티를~
홍여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수다를 멈추고 잠깐 찍은 티코지~
손뜨개 티코지가 정말 이쁘다..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훨훨 예뻐 보였다. (근데 귀찮아서 티코지를 잘 안 쓰는 게 문제~)
마시고 난 헤로즈 14번...
거기다 도중에 치즈케이크를 떨어뜨려서 바닥이 여엉..... -_-;;
6가지 홍차가 블렌딩되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실론의 맛은 확실히 잡아내는 내 혀가
이거 실론이 들어 있군..하고 말해줬다.
누군가는 클래식티의 최고라고 극찬하고,
누군가는 이런 밍밍한 티를 왜???? 하고 과장된 평가라고 하는 14번.
밍밍하다고 하기엔 나름 괜찮았지만
아쌈을 좋아해서 그런지 2% 부족한 느낌의 차였다.
아직 6가지 블렌딩의 조화를 느끼기엔 내 미각이 한참 부족한 거겠지 한다.
차라는 게 한번 마셔보고 좋다, 나쁘다를 논할 성질은 아닌 듯해서.
참고로, 우리는 서로의 차를 한번씩 시음해보는 것도 했는데,
위타드의 애프터눈티가 뜻밖에 맛있었다.
베르가못 향이 풍기기는 했는데
금세 사라지고 자스민의 향기가 화악 풍겨오는 거다.
홍차 소분 판매도 하고 있어서
일단 쉽게 구할 수 없는 포트넘 앤 메이슨의 티를 두 개 구입해서 나왔다.
50그램에 시음용이라며 2그램씩 더 넣어 주셨다.
저렇게 예쁘게 포장해주시고...
이리 예쁜 네임텍도 달아주셨다.
로얄 브랜드와 퀸앤.
로얄 브랜드는 일단 지명도가 있는 차다 싶어서 구입했고,
퀸앤은 솔직히 이름 때문에?? ㅎㅎㅎ;
어린 시절 <1000일의 앤>이란 영화를 몇 번씩이나 본 기억이
비운의 '앤 왕비'에 대해 이다지도 몰표를 주는 걸까?
(어쨌든 여자관계 복잡한 헨리 8세는 우리나라 숙종 임금만큼이나 별로 안 좋아함..)
<느린 달팽이의 사랑>이 좋은 건 착한 가격도 한몫한다.
인스턴트도 아닌 그런 차들이 3900원...
2인 세트를 주문하면 10000원에 차 두개를 고르고, 치즈케이크도 나온다.
그 전날 예약하면 애퍼터눈티 세트를 맛볼 수가 있는데
이건 2인의 티세트에 맛있는 티푸드들이 가득~
가격도 16000원밖에 안 하니... (남는 건 있으신지??)
종로의 <T42>에 가면 두 사람이 차만 주문해서 마셔도 14000원인데...
예전에 6천원씩 받던 차들이 7천원으로 올라서 만만찮은 가게가 되어버렸다.
담에는 꼭 애프터눈티 세트를 맛보리라... 다짐하면서
<느,달,사>를 나왔다.
<이후의 행적>나오고 나서 스파게티 집을 찾아 헤메다가 결국 늘 가는 소렌토로 직행...
난 언제나처럼 해물크림 스파게티를 주문하고
홍여사는 간만에 안 먹어본 거 먹는다면서 칠리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진짜 매움...ㅋㅋ;;
서로 번갈아 먹으면서 혀를 달랬다.
그리고 더이상 갈 데가 없어 거리를 헤메다가
'DVD방' 가자는 홍여사의 제안을 따랐는데,
ㅋㅋㅋ..
서로가 서로의 영화 취향만 신경쓰는 모습이라뉘...
다들 나를 공포영화 마니아로만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자기는 무서운 것도 못 보면서 <궁녀> 같은 걸 보자는 것이다.
음악 영화는 좋아하기 때문에 결국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으로 방점 찍었다.
이미 작년에 OST만 매일매일 몇 달간 들었던 터라
음악은 너무나 익숙한 영화.
재밌었다.
잘생긴 휴그랜트도 눈요기가 되고,
코라 역의 섹쉬한 가수도 눈요기가 되고~~;;
다음에 홍여사 만날 때엔 미리 보고 싶은 영화를 생각해두고 가야겠다. ㅋㅋ
(근데 13000원 주고 디비디방 가기 돈 아깝다.
화면도 엄청 퍼져서 집에서 컴터로 보는 게 낫고,
차라리 제대로 된 스크린에서 개봉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낫겠다 싶은...
아아..그나저나 코엔 형제의 '노인'은 또 언제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