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맞아본 찌룽...

Posted 2007. 11. 28. 17:24, Filed under: 알흠다운 꽃띠냥이
자기가 먹는 음식보다 풀을 더 좋아하는 찌룽의 습성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뭐 하녀들이야 풀을 먹이라고 캣그라스 씨앗을 사다주기도 하니
사실 풀을 먹인다고 난리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데...
찌룽이에게 줄 캣그라스를 아부지가 기르지 않거나
아직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지 않았을 때에 난리가 난다.
찌룽이 혼자 베란다에 나가서 잎끝이 길고 뾰족한 것이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먹거나
아니면 아부지가 화단에서 자라는 잡초를 마구 뜯어다 먹인다는 것.
실내에 기르는 화추 중에는 독성이 있는 것도 있을 수 있어서 안 되고,
밖의 잡초 역시 무슨 독성이 있는지 모르는 데다가 약을 치기 때문에 안 된다.

안 된다고 누누이 얘기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무리 안 된다고 버럭거려도
가볍게 나를 무시하고 밖의 풀을 뜯어다 먹이는 걸 즐기는 아부지다.

결국 오늘도 사단이 났다.
신나게 밖에서 풀을 한 웅큼 뜯어온 아부지는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며 찌룽이에게 먹이려 한 것이다.
가뜩이나 자주 토해서 캣그라스조차 탐탁찮은데 그 억센 잡초를...
내가 신경질을 냈더니 도리어 버럭거리며 다시는 풀 안 준다고
내 눈앞에서 휴지통에 잡초를 버리셨다.

그러나 이게 웬일~
내가 주방에 간 틈에 그 휴지통에 버렸던 잡초를 도로 꺼내서
찌룽이에게 먹인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화가 나다못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나의 분노는 아부지를 넘어서서 찌룽이에게까지 도달했다.
눈치는 빤한 넘인지라
어느새 소파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어 있던 녀석.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하녀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듣고
결국 주둥이를 얻어맞았다.

한 식구가 된 이후로 나한테 한번도 야단맞거나 맞아본 적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쇼크가 컸는지 한동안 쇼파 밑에서 나오지를 앉았다.
두어 시간 정도 지나니 곁에 와서 구슬프게 한번 "애옹" 울고는
이후로 내내 음침 모드~
조르는 일도 없고 밥 먹고 슬그머니 사라져서 찾아보니
뵈지도 않는 의자 구탱이에서 자고 잇다.
평소엔 늘 내가 보이는 현관의 옷 깔아준 데서 자는데...

에휴~
내가 도리어 미안해지네..................
울 곤냥 아씨는 왜 이리 예민한 거야~ ㅠ.ㅠ
기분 풀어준다고 달래도 보고 일광욕하라고 창가에 안아다 놓기도 했었는데
이후로 여엉 기분이 별로인 듯....

그 와중에도 일광욕시켜놓고 사진 찍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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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룽, 기분이 안 좋아????????
내가 잘못했어...
여기 좀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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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보기 싫어하는 걸
카메라를 흔들어서 억지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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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평소의 도도함이 느껴지질 않아.........
역시
역시.... 충격이 컸던 걸까? ..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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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외면........
창밖을 보는 것 같지도 않고
기분을 알 수가 없구나.......
암튼 미안, 찌룽~
네가 뭘 알겠니.......... ㅠ.ㅠ
소리질러놓고 내 맘만 더 아프네~

Response : ,

벌써 3주 전부터 그녀에겐 목욕의 압박이 들어왔다.
"쟤 씻겨야겠다"
"저 털 빠지는 거 봐라.. 털이 한 웅큼씩 빠지네.. 목간시켜라" (목간=목욕)

자매는 주말에, 주말에,로 응수하며
한 주, 또 한 주, 그리고 또 한 주를 버텨내고는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주도 무사히 넘어가네..ㅋㄷㅋㄷ"
"찌찌, 우리 굳건히 이겨내는 거야"
찌찌 : ...............

에휴~
그렇게 3주씩이나 버티고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한 달의 고지도 채우는데
결국 오늘 그녀는 목간당했다.
왜???????
털이 많이 빠져서인지 최근 2~3일 간격으로 그녀가 헤어볼을 생산하고 있엇기 때문이다.. ㅠ.ㅠ
이게 도대체 몇 번째 헤어볼인지..
헤어볼 토했다고 말한 기억이 너무도 생생한데
또다시 헤어볼을!!!!

그루밍을 너무 쌀랑하는 그녀인지라
털이 많이 빠지면 헤어볼 생산량도 부쩍 증가하고,
수시로 토해내느라 가뜩이나 까다로운 식성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결국 오늘은 아부지, 동생의 도움도 없이
날카로운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그녀와 함께 목욕탕으로 고고씽~!!

내 몸을 나무 기둥마냥 타고 기어올라가는 그녀 땜시
어깨와 등짝엔 여기저기 홈이 패이고 상처가 나고
승질 부리는 그녀의 앞발에 맞아 손에도 살짜쿵 생채기!!

동생과 같이 씻기던 것을 혼자 씻기고
혼자서 드라이하고 빗질하고 했더니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헉헉!!

그녀와의 전쟁
"캬웅~ 으르르릉~~ 아아아앙~~ 깨깽"
오만 소리를 내지르는 그녀를 달래가며 윽박질러가며 목욕시킨 오늘을 기념하여
전리품으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자, 그럼 간만에 훔쳐보는 그녀의 따끈한 목욕 씬!!
(아니징... 목욕 후 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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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저 눈빛!!
꼬실꼬실해진 이마 털!!
사은품으로 받은 펫타월을 몸에 걸치고
흠............
나를 째려보고 있구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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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찌향아, 고개를 들라~!!
흥!! 냄름~!!
-_-;;;
그래도 그대 혓바닥은 장미 꽃잎처럼 알흠답고나........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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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고개를 들지 않으면 내가 숙이면 된다........하였건만
이번엔 갑자기 왜 고개를 번쩍 쳐드는 거냥??? -_-; (너무나 비협조적인 모델이로세)
으으......그나저나 그리 빡빡 씻겨도
회복되지 않는 저 누런 가심털이라니.. 흙흙
(근데 가심털이 꼭 할아버지 수염 같구낭..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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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가 끝나고 목욕탕서 해방되자마자
다시 제 침으로 그루밍을 하더니(안 해도 되는데..흙)
햇빛이 내리쬐는 거실 한켠에서 일광욕에 돌입~
아아...........
미모가 눈이 부시옵니다~~~(실은 햇살이 눈부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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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향의 굳은 정절..
"절대로 카메라는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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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두????
카메라를 대굴휘에 가까이 들이대자
눈살을 찌푸리며 반대쪽으로 외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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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에서 휘파람 불고 쌩쑈를 해서 간신히 시선을 잡았으나......
-_-;;;;
복수가 두렵다...........................
두려워.................
오늘 목욕 당했으니
한동안 또 날 괴롭히겠군............. ㅠ.ㅠ

Response : ,

최근 홍차카페를 드나들면서
이리저리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좀더 맛있는 홍차 마시기'에 골몰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본적인 다구와
기본적인 홍차와 설탕과 우유 등을 갖추고
곁들여 간식거리까지 챙겨놓고도
여전히 뭔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궁리들이나 남의 레시피를 읽어보는 과정이 행복하고 즐겁다.
행복하고 즐거우니
당연히 티타임은 즐겁고 기분 좋은 시간이다.
몇 분 동안 기울이는 정성의 끝에는
내 코와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기분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다리는 시간도 마냥 행복하다.

지금도 충분히 맛있고 즐겁지만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의 홍차 즐기는 법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나도 해봐야지, 하고
결의를 굳힌다.
누구는 시나몬 가루를 넣는다고 하고
누구는 생크림을 넣어 먹는다고 한다.
누구는 무슨 차에 무슨 밀크를 넣고 어찌어찌 해서 마신다고 한다.
누구는 시럽을 넣고, 누구는 꿀을 넣고
단맛을 내는 것도 가지각색이어서
저마다 자신만의 레시피로 즐거운 티타임을 갖는다.

생각했다.
'아, 생크림을 넣고 시나몬을 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은 홍차랑 커피랑 같구나.
하긴 커피도 원래 블랙도 있고,
설탕만 넣어서 마시는 것도 있고,
우유를 넣어 마시는 밀크커피도 있지.
개인 취향에 따라 시나몬도 뿌리고 초콜릿 가루도 넣고.'
생각해보니 홍차든 커피든 유럽인들은 스트레이트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자기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레시피를 연구해서 맛있게 즐기는 법을 개발했던 것 같다.
꼭 원칙이나 한 가지 룰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그 차를 즐길 수만 있으면 그게 가장 좋은 레시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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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문득 '녹차'를 한번 되돌아봤다.
사실 녹차의 향은 풀 냄새 비슷하고
맛도 풀맛이 강한 편이고
어딘가 단맛과는 거리가 멀고 떫고 살짝 쓴맛이 돌기 때문에
그토록 엄청나게 마셔댔건만 도저히 녹차를 사랑할 수가 없었다.
'녹차'라고 하면 항상 소박하고 경건하고 깨끗하며 순수하고 맑아야 한다는
주입된 이미지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명상과 겸허, 경건을 수반하는 듯한 분위기의 '다도' 이미지 때문에
식탁 앞에서도 즐겁게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내 분위기와도 전혀 맞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하나같이 녹차용 다구들은 절대로 사고 싶지가 않은 것인지....
백자나 청자, 소박의 극치인 도기 스타일 녹차 다구들은,
심플, 모던한 스타일, 엘레강스 스타일, 화이트톤의 깨끗한 스타일,
로맨틱한 스타일, 고전적인 스타일, 고딕 스타일, 큐티 스타일 등
다구 자체의 다양한 멋과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커피잔이나 티잔과 달리
왜 그리 천편일률적이더란 말이냐!!!!!!!
(지금까지 서양식 테이블웨어나 티웨어 수집에 심취하는 주부들은 많이 봤는데
녹차 다구 수집에 열 올리는 사람은 별로 못 봤다. -_-;;
그냥 하나 정도 장만은 했을지언정
이것저것 수집가를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인 듯)

어쩐지 정갈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무 좌탁에 앉아서 덕담이나 나누면서 조용조용 마셔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녹차는
사실 '맛'보다는 '건강'으로 승부해서 생활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녹차는 몸에 좋아, 녹차는 몸에 좋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이제는 거의 세놰 단계에 이르러
녹차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회사에선 하루 두세 잔의 녹차를 기본으로 마셨을 정도니까.
그런 만큼 녹차의 농약성분 파동이 났을 때 충격도 엄청났을 것이다.
"몸에 좋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농약을 마시고 있었던 거야??"
대부분의 반응이 이랬다.

결국 뭔가를 즐기는 문화보다는
목적을 위해 참고 견디고 인내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인 문화의 단면,
즐기는 것은 천박한 것이라는 사고의 경직성이
동서양의 차 문화만 들여다봐도 보이는 것이다.

녹차 못지않게
"몸에 좋지 않아, 몸에 좋지 않아"를 귀가 닳도록 들어서
이 역시 세뇌의 수준에 이른 커피는
그럼에도 여전히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왜????
커피의 향이,
커피의 맛이,
예쁜 티웨어들이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원두를 좋아하는 사람은 원두커피로,
원두가 싫으면 인스턴트 커피로,
부드러운 밀크와의 조화를 좋아하면 밀크커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얹은 비엔나커피로,
보드카를 넣은 러시안커피로,
캐러맬을 넣은 커피로 등등..
다양한 맛의 세계가 우리를 유혹한다.
커피를 끊지 못하는 건 '카페인 중독' 탓이라고 말하는 건
매사에 제국주의를 논리를 내세우는 것과 다름없는 꼴통 같은 소리다.


녹차는 변해야 한다.
'건강'이 아니라
더 즐겁고 맛있게 행복하게 녹차를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양한 맛을 연출하는 레시피에 빠져들수 있도록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럼 더이상 녹차가 아니라고?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은 동양인이냐, 서양인이냐...
뭐 이런 논린데,
그것은 얼핏 본질을 거론하는 질문 같지만
개념의 장벽에 눈이 멀어 진짜 본질을 보지 못하는 오류일 뿐이징~

어쨌든, 이번 주말엔 녹차에 꿀을 넣어서 한번 마셔봐야겠다... (이상한 맛일까?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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