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본 얼티메이텀"에 반하다

Posted 2007. 9. 30. 12:24, Filed under: 끄적끄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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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본 시리즈를 들먹이며 보라고 한 지 꽤 됐다.
<본 아이덴티티>가 재밌으니 꼭 보라고 말했었지만
이미 그 시점에선 극장에서는 <본 슈프리머시>인가가 돌아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하지만 극장 측이나 영화제작사, 배우 등등 관계자들의 수입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귀차니즘과 산만한 정신력 때문에(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진득이 영화에 몰입을 못한다..-_-)
다운로드받은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관계로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영화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못했다)

추석이 무슨 날이냐...
내 인생에 있어서 명절이란 그래도 영화 한 편은 꼭 본다는 의미가 있는 날이다.
한때는 성룡 영화에서 이후로는 <월레스 앤 그로밋>같은 애니까지...
그런 관계로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볼 영화를 물색하던 중
동생의 강추로 <본 얼티메이텀>을 보게 됐다.
"난 그거 1편,2편 다 안봤는데 괜찮을까?" 걱정했더니
동생은 "돈 월!!" 하더니 1편과 2편의 스또리를 신이 나서 얘기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첫장면만 자질구레 장면묘사를 하면서 열심히 얘기하더니
전체 이야기의 500분의 1도 해주지 않고
"어쨌든 다 해결됐어~ 끝!!!" 하고는 극장으로 고고씽~!! @0@;;

결국 쥔공인 본이 전에 CAI 같은 곳의 암살조직의 일원이었는데
뭔가 사연이 있어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현재는 그 조직으로부터 오히려 쫓기는 입장이며
전에 자기를 도와준 여인은 2편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미 어디선가 읽어서 알고 있는 내용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은 채 영화를 보게 됐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하는 컴컴한 극장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다 같이 모여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첫 장면부터 러시아 복장을 입은 사내들에게서 피를 흘리며 쫓기고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
아슬아슬 두근두근 마음을 졸이며 영화를 보게 하더니
사방팔방 감시카메라와 음성도청이 이뤄지는 그물망 같은 일상사(정말 그런 걸까?? 무셔~)의
아주아주 작은 틈서리를 잘도 비집고 요리조리 혀를 내두르게 쏙쏙 빠져나가는 우리의 본~!!
어느샌가 나는 그야말로 "미꾸라지 같은 본"의 활약에 혀를 내두르며
열심히 열심히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1편과 2편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느 편의 액션 장면이 더 멋졌는지 비교할 길이 없지만
치고박는 현장 속에 본이 되어 싸우는 듯한 생생한 충격파를 온몸으로 느끼며
격돌하는 자동차 속에서 어지럽게 보이는 끝내주는 스릴을 체감하면서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액션에 감동했다.
게다가 본은 주먹의 힘까지 갖춘 서양판 성룡 같았다... 절도감이 끝내줬다... ㅜ.ㅜ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멋진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던 건
액션 신이 멋지다거나 자동차 신이 멋지다거나
손에 땀을 쥐는 스릴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액션 영화는 "나는 정의, 너는 악"이라고 외치면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다.
적을 제거하는데서 오는 '쾌감'이나 '탈출구'를 제공한달까.
아무튼 게임 속의 적처럼 한 방에 죽고, 한 칼에 날아간다.
아니면 반대로 죽어가는 고통을 보여주는데(show) 몰입해서 즐기라고 하거나...
그런데 본은 말한다.
"내가 너를 죽여야 할 이유가 뭐지? 너는 왜 나를 죽여야 하지?"
사람을 죽인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사람이 죽는다는 게 시간이 들고 시간이 드는 만큼 괴로운 일이라는 걸 말한다.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본이 딱 한 번 사람을 죽인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두 사람 간의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그 기나긴 사투 속에서 목숨을 빼앗는 방법은 목조르기이다.
본이 목을 조르는 시간은 제법 길다.
그 시간은 아마 실제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시간일 것이다.
손에 힘이 조금이라도 풀어지는 순간이면 이번에는 반대로 그가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마음이란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편할 리 없다.
목숨의 무게란 그리 가볍고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영화는 '살인'의 장면을 통해 반증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진즉에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ㅠ.ㅠ
이미 1편과 2편을 극장에서 볼 기회는 놓쳤으니
비디오를 빌려 본들 다운을 받아 본들,
극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감동과 재미를 주지는 못할 것이다. 흙흙
왜 그당시에 이 영화를 보자고 한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아흙흙~~~
(참고로 혼자서는 절대로 극장에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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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되어 있다는 게 어떤 공포를 느끼게 하는지 체감하는 기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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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열심히 뛰고 건너고 건물 사이로 몸을 던지던 액션 장면... 멧 데이먼이 멋져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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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자동차 액션장면~ 추격신 별로 안 좋아하는데 본은 진짜 "앗!"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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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태 파악을 몬하는 여자 같아서 "바보 아냐?"하기도 했지만 뭐 결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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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유 없이 기분도 좋고 살만한 세상을 외치고 싶을 때도 있고
또 이유 없이 기분이 다운되어 왜 사나~ 싶을 때도 있는데
요즘이 딱 그런 시기인갑다.

무작정 일본 여행을 갔다 온 이후로
현실에서의 실타래가 엉켜버린 기분.
일도 사람도 만사가 귀찮아지고
불현듯 앞으로도 남은 살아갈 날들이 끔찍하게만 여겨진다.
옛날, 누군가 했던 말..
"눈 뜨고 나니 노인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가끔씩 삶이 지겹게 느껴질 때마다 떠오른다.

낙천적으로 살자고
즐겁게 살자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재미있게 살자고
아무것도 걱정할 건 없다고
아침을 시작하면서 되뇌어보지만
되뇌일수록 분명해지는 건
비관적인 나,
즐겁지 않은 나,
재미없게 살고 있는 나,
늘 걱정투성이인 것 같은 나,의 확인일 뿐이다.

이 불확실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금 무언가 뒤틀리고 있는 걸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면
단순히 우울한 시기인 건지
아니면 뭔가 근본적인 뒤틀림이 있었던 건지 밝혀지겠지.
어쨌든 이왕 살다가 갈 세상
즐겁게 재미있게 살고 싶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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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노래하는 히데...

Posted 2007. 6. 9. 18:16, Filed under: 디 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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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고 지내다가
홍대 사무실까지 가야 하는 기나긴 여정의 동반자를 찾는 습관적인 행위로
생각없이 뒤적뒤적 오디오 제품들을 뒤적였다.
한때 들고 다니던 MD를 꺼내 열어보니 안에 '히데/X-Japan'이라고 쓴 디스켓이 나왔다.
"아... 히데..."
왜 그동안 잊고 있었을까. 하는 미안함과 반가움.
그래.. 이걸 듣는 거야...

그게 히데를 다시 떠올리고 히데를 다시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었다.

히데의 노래는 내가 히데 음악을 처음 듣고 흥분했던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를 들뜨게 하고 취하게 했다.
8년이나 흘렀으면 이제는 촌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8년 전에 들으면서 이렇게 앞선 음악이 있나 싶었던 그의 노래가
지금도 여전히 마음을 흔들었다.
그때 앞서 갔으니까 지금에서야 진도를 찾은 걸까?

출근길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문득 그는 세상에 없는데
여전히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잠들지 못하는 영혼처럼 슬프게 느껴져서 코끝이 시큰했다.
한때 러브송인가 했던 "텔 미, 섬바디 텔미" 외치는 그 노래가
한없는 외로움으로 다가오는 순간...
이미 10년 전에 죽은 그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는 뒤늦은 욕구가 치솟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에 관한 것들을 모으고 싶다.
자신을 옭아맨 지구의 중력조차 벗어나고 싶었을 것만 같은 히데의 음악,
자신의 영혼을 감싼 육체의 사슬마저 끊어버리고 싶었을 것 같은 폭발력,
이런 자취들이 묻어있을 것들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찾아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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