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에 수뎅이, 정희와 함께 소망하던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기 위해
부암동에 갔었다.
부랴부랴 나가느라 카메라 가져가는 걸 잊어서
예쁘고 아늑한 부암동 분위기는 사진에 담아오지 못하고...
갔다온 족적으로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원두를 두 봉지 사가지고 왔다.
하나는 카푸치노 만들어 먹을 에스프레소용,
또 하나는 핸드드립용으로 구매한 콜롬비아 티에라덴트로..라는 치약이 떠오르는 이름의 커피.
에스프레소용은 200g에 9천원.
스벅이 250g에 15000원이니까 스벅보다 싸다.
어쨌든 그간 해 먹은 핸드드립용 커피 역시 스벅에서 무턱대로 구매한 것이었는데
과테말라 안티구아...였다.
드립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감당키 힘든 오묘한 맛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럴 수가~!!
담배 연기 같은 스모키한 향이 특징인 커피였다. -0-;;;;;
초심자 주제에 엄청 특이한 커피를 집어온 것이다.
홍차도 그다지 스모키한 건 좋아하지 앟는데
이걸 집어오다니~!!!
암튼 이번엔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시험삼아 마셔본 걸로 사왔으니
이번에도 실패하면 역시 내 엉터리 드립 솜씨가 문제일 터.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마셔본 결과
이 커피는 정말 넘넘 맛있었다.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쓰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고
어딘지 가볍지 않은데도 향긋한 달달함이 입안에 남아서 같이 마셔본 수정이도 극찬을 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바랄 게 없으련만...
두려움에 떨며 오늘 핸드드립에 도전했다.
클럽 에스프레소의 원두 봉지.
종이라니? 하고 의아했으나 열어보니 안에 은박 포장이 되어 있었다.
로스팅은 약배전인 듯.
지금까지 본 에소용과 지난번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모두 중배전 이상이었기 때문에
까맣지 않은 원두가 조금 생경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핸드밀로 가는데도 더 힘이 든다.
원두 알갱이의 단단함과 씨름을 하는 내 가녀린 팔목...;;;
갈아놓은 원두 20g.
원두를 갈 때 나는 그 고소하고 그윽한 향이란~
부모님도 핸드드립하느라 용쓰고 있으면 옆에서 냄새가 좋다고 극찬을 하신다.
문제는.... 분쇄 정도인데
난 그냥 에스프레소용에 맞춰놓고 갈아서 너무 고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디선가 읽은 글을 보니 핸드드립은 굵게 갈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쓴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매번 조절 나서 풀었다 조였다 하기가 넘 번거로워서 그냥 갈아버림.....쩝
바우하우스에 맡긴 시계 찾으러 갔다가
하리오 매장서 왕창 세일을 하기에 업어온 드립포트.
그냥 저렴한 법랑포트를 살까
아니면 중국산 드립포트를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인터넷보다 더 싸게 파는 바우 매장에서 세일을 겸하니 중국산이랑 큰 가격 차이가 안 났다.
게다가 이건 밑이 넓어서 직화도 편하겠다 싶어서 이걸로 구입했다.
정말 갖고 싶었던 건 칼리타 호소구치 0.7리터짜리였다.
혼자 마시니 1.2리터짜리는 필요없었는데 어쩔 수 있나. 그냥 맘 접기로 했다.
진짜 문제는 드립하는 솜씨.
뜸들인다고 물 부어 놓은 모양새를 보라..ㅠ.ㅠ
여과지가 3~4인용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불편~
세상에 이 제어도 안 되는 거품 봐라...;;
호빵처럼 둥글게 부풀어야 한다는데
거품이 이리저리 휘날리며 떠돌고 있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도다............ㅠ.ㅠ
이론대로라면 가운데를 중심으로 드립을 하여 부풀어오르면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물줄기를 돌리는 것인데
뭐 부풀기 전에 거품이 멋대로 떠서 돌아다니는 형국이다.
잔에 옮겨 부은 모양새만 그럴싸..;;;
맛을 보니 저번에 먹은 과테말라 안티구아보다는 괜찮았지만
내가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먹은 그 커피 맛은 전혀 아니었다.
형편없는 내 드립 솜씨 때문일까?
원두 분쇄한 굵기가 너무 곱기 때문일까?
게다가 물 온도도 대충 감으로 잡은 부주의함 탓일까?
1인용 원두 20g이 내게는 너무 진한 걸까?
추출 과정이 너무 길었던 걸까?
머릿속을 온갖 의문들이 헤집고 돌아다닌다.
뭐 여러 조건 중 하나만 안 맞아도 맛이 달라진다는데
나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왜 내가 드립한 건 쓴맛이 나는 걸까????
핸드드립 과정은 책으로만 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내가 멋지게 성공할 날이 언제일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