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가을엔가 영화 잡지에 
영화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다시 코믹북 <왓치맨>을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기사가 났었다.
그때 <왓치맨>에 대한 인물과 내용 소개를 보고 꼭 보리라 다짐, 다짐했던 영화.
왜 그토록 보고 싶어했는지는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기존의 액션 히어로물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과
내가 꽤 좋아할 만한 내용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악을 무찌르는 그런 구도의 히어로물이 아니라
어떤 사회상이나 인간 군상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고.

어쨌든 작년 이맘때 개봉했던 영화 <왓치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진짜 짜증났던 <슈퍼맨 리턴즈>나
애들 장난 같았던 <판타스틱 4>와는 차원이 다른 히어로물.

그런데 막상 작년에 본 영화들을 죽 정리하다 보니
안타깝게도 당시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흥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머릿속에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ㅠ.ㅠ
보고 나서 흥분했던 사실과
영화 속 캐릭터와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을 뿐
왜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는지 당췌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다.
영화를 다시 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원작을 보면
영화 속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시대 상황까지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국 이번에 <왓치맨> 만화를 구입했다.



두 권짜리 도서인데 권당 14000원이나 한다.
하지만 종이질이 흰색 모조지에 올칼라인 만큼 소장해두기엔 괜찮은 책.
(누런 만화용지들은 너무 쉽게 변색하고 닳는다.)

게다가 칸마다 빼곡하니 들어찬 깨알 같은 말들이
하나하나 곱씹을 만한 것들이어서
음미하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제법 시간도 걸린다.
가령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려는 장면에서도
마침TV에 나오는 말들이 칸마다 제시되고
신문장수와 잡지를 읽는 소년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에도
잡지 속 만화의 대사가 제시되는데
이것들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게 아니라 연관성과 암시를 지니고 있다.
이런 것들은 영화에서는 음미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 또다른 즐거움이 있다.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극중 인물이 쓴 책에서 발췌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몇 페이지씩 나온다.
이 부분을 읽음으로써 히어로들이 활약하기 시작하던 1930년대부터
이야기의 현재인 1980년대까지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의 처리가 가장 어려웠을 것 같다.
퇴역한 히어로인 홀리스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 부분을
감독은 앞부분에서 옛 앨범 사진을 넘기듯이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들이 각자 어떤 마음으로 히어로가 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히어로들이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는지,
또 히어로들 간의 생각의 차이와 능력이 차이에서 오는 자괴감 같은 게 잘 드러나 있다.

영화를 볼 때엔 몰랐는데
이 책에는 평범한 인간이 코스튬을 입고 활약하는 히어로들을 가리며 '코스튬 히어로'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반해 정말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영화 속에서는 닥터 맨해튼이나 오지맨디아스)은
슈퍼 히어로라고 부른다.
즉,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은 코스튬 히어로이고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은 슈퍼 히어로인 거다.

어쨌거나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고 있다.
또 영화에 표현되지 못한 상황이나 인물의 심리도 세밀히 드러나서 만족스럽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미국 만화 풍의 그림!!!
일본 만화에 익숙한나에겐 진짜 이런 리얼리티가 적응이 안된다... ㅠ.ㅠ
게다가 저 노란 머리 캐릭터.
영화에선 꽃미남 뺨치게 잘생기고 젊은 오지맨디아스(바이트)인데
만화 속에선 버터 냄새 팍팍 풍기는 중년 아저씨.
그리고 영화 속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로어셰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제일 아쉽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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