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Posted 2009. 11. 11. 17:23, Filed under: 디 마이나

피곤하고 힘든 몸뚱아리.
몸이 무거울 땐 정말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이도 아니니 아프다고 무작정 떼를 쓸 수도 없다.
문득 생각이 밀려온다.
내가 살고 있는 건가
살아지고 있는 건가.

화장실에서 무비위크를 뒤적이다가
'바람'이라는 영화의 광고 문구를 보았다.

"폼 잡고 싶었던 열여덟, 당신은 어땠나요?"

18..............
누군가에게는 욕을 떠올리게 하는 숫자이겠지만
그 찐득거리는 욕만큼이나
가슴을 후비는 욕망이 자유롭게 분출되는 그런 숫자,
그런 나이다.
Skid Row의 '18 & Life'를 거론하지 않아도
어른을 코앞에 둔 방만한 청춘들의
최고로 똥폼잡는 시기.

굴레를 향해 거침없이 침을 뱉고 싶었고
기성세대를 향해 손가락질 해주고 싶었고
완전한 자유를 위해서라면 질식당해도 좋을 것 같았던 그런 시기.
적어도 내게는 그런 시기였다.

아직은 돈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었고
시간이 돈의 가치를 지니지 않았던 그런 나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지만
한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열정을 쏟아부었던 나이.

내게 열여덟이란 그런 때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고 믿었기에
자신있게 세상을 비난했고
기성세대를 향해 손가락질했었다.

어느덧 내가 그 기성세대가 되었다
부르짖던 열정이나 세상을 향한 비난 따윈
휴지통에 구겨서 던져버리고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었다고 조롱받는 그 386세대.
산다는 게 뭐 그런 거지... 반은 자포자기하면서
솟아나는 흰머리를 안고 인생의 남은 반을 걱정하는 세대.
세상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도 없듯이
인생도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잃어버렸다.
대신 촘촘히 촘촘히 거미가 오늘 하루를 위해 그물을 짜듯이
그렇게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때론 당연한 듯이
때론 힘을 짜내어
때론 서글픈 마음으로
때론 넉넉한 여유를 지닌 척 폼을 잡으며.

그러고 보니 나이 들어도 똥폼잡고 싶어하는 마음은 마음 한구석 어디엔가 남아 있나 보다.

12월이면 '건즈 앤 로지즈'의 공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엑슬 로즈의 공연이 있다.
방만했던 열여덟을 지나
그래도 아직은 세상을 향해 뻣뻣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던 20대 때의 내 우상.
그 우상이 나이를 먹고 먹어
똑같이 남은 생을 고민하는 시기에서야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헤드폰 속에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20대 그대로인데
지금 다시 그 노래를 불러줄 우상의 마음은 그때 그대로일까?

아침 햇살의 눈부심에 움츠리다가
"웰컴 투 더 정글"의 노래 속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대로 과거를 향해 빛의 속도로 날아가버린 듯한 충격과
그 무렵 느끼던 갈증과 열망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혈관 속을 타고 흐른다.
울컥 눈물이 난다.
겨울 공기 속의 눈물은 차갑게 볼 위를 흐르는데
마음은 오히려 뜨겁구나.

젠장, 세월이 뭐람.
아마 그도 나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엑슬의 노래를 듣기 위해 기다려왔던 사람들 모두 다 그럴 것이다.
누군들 순결하지 않았던 때가 있으랴.
누군들 방만하지 않았던 때가 있으랴.
그 온몸으로 아파했던 시기를 지나 오늘에 이르렀지만
불씨는 항상 지펴지기를 기다려왔던 것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다.

12월에는 오랜만에 한번 그 불씨를 다시 터뜨려볼 것이다.
가뭄 끝에 터지는 홍수 같은 축제.
열여덟의 방만함과 방종과 자유는 순수의 바탕 위에 서 있었다.
죄 짓지 않은 자의 특권이었다.
이제는 그 순수를 추억하는 축제를 벌일 때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열정을 떠올리며 눈물 흘릴 수 있는 추억이 내게 있어서.

방종했던 청춘의 기억들이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그날 그 자리에 모일 분들, 모두 그러하기를~
마음껏 그날로 돌아가
세상을 향해 침을 뱉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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