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선물받은 홍차만 마시기에도 벅차서
정작 내가 갖고 있던 홍차들은 고대로 모셔져 있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소분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잊지 않고 계속 차를 보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야겠기에
그저께 밤,
간만에 틈을 내어 소분에 올인했다.

그중 작년 겨울엔가 사두고
아직 뜯지 않았던 마리나 드 부르봉의 아무르.
소분을 하는데 달콤한 향기가 내내 코를 간지럽혀서
당장 이녀석부터 마셔봐야겠다 작정했더랬다.



예의 소분할 때 느꼈던 단내가 진동한다.
가만가만 맡고 있으니
마리나의 '쥬레'인지 '아미띠에'인지와  비슷한 향인 것도 같다.
같은 회사 제품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사진이 좀 노랗게 나왔는데..
얼핏 눈으로 보기에는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가 떠오른다.



물 220밀리 정도 붓고 3분 정도 우렸다.
최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번번이스트레이너 챙기는 걸 잊는다.
그래서 티팟 안에 내장된 거름망을 쓰고 있는데
300밀리짜리 작은 티팟이라 거름망이 거의 바닥에 닿아서 편리하다.



투명하고 고운 수색.
이 존슨브라더스 잔이 일반 티잔에 비해 큰 편인데 색이 저 정도인 걸 보니
실제로 얕은 홍차잔에 따르면 아주 맑고 연한 색이 나올 거 같다.

화려한 향은 다소 죽었다.
맛을 보니 뜻밖에도 화려한 꽃향 속에 상쾌한 향이 스치고 지나간다.
쥬레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과 달라서 잠시 당황.
아주 살짝 베르가못이 블렌딩된 걸까?
찾아보니.. 블루베리 블렌딩이라고 한다.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바로 블루베리 때문이었나 보다.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씬을 이미지화햇다고 하는데..
영화는 본 적 없지만 어쨌든 맛있다.
홍차 자체의 맛은 약한 편이어서 특별히 향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듯한 그런 차다.



마지막 남은 수뎅이의 쿠키.
항상 티푸드는 단맛 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수뎅이의 쿠키를 먹으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어떤 차는 초코 쿠키가 더 잘 어울리고
어떤 차는 뒤의 하얀 쿠키가 더 잘 어울리는데,
이번 아무르는 초코 쿠키가 더 맛있었다.
아무래도 가향차이다 보니 쿠키 자체에서 느껴지는 생강스러운 향과 살짝 충돌을..^^;;
수뎅이한테 쿠키 좀 더 얻어야겠다..히힛
(내 차랑 네 쿠키랑 바꾸자~)



그냥 보면 예쁜 줄 모르겠는데
막상 쓸 때엔 멋진 존슨브라더스의 잔.
로얄 코펜하겐을 본뜬 거라지만 차의 운치는 충분히 살려준다.
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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