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차 한 잔의 여유가 그리워진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일단 부지런히 뛰면서 살아야 하니까
여유롭게 차 마실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고
오자마자 집에서 해야 할 일에 매달려야 하겠지만
태생이 한량인 탓에
팍팍하게 돌아가는 시간과
잃어가는 여유가 그립다 못해 괴롭다. ㅠ.ㅜ

그래서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소중한 행복 상자 안에 담긴 차들을 이리저리 골라본다.
행아님, 캐롤라인님, 호야님의 글씨들이 담긴 상자...



오늘의 마음을 달래줄 녀석으로
마리아쥬 프레르의 느와 드 코코를 꺼냈다.
이름 자체가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줄 것만 같은 그런 차.

마리아쥬에 대한 추억은 가향 녹차였던 '스위트 상하이'와의 만남부터 떠오른다.
이토록 은은한 향기를 머금은 가향 녹차도 있구나.. 했던 기억.
지금은 '마르코폴로' 덕분에 마리아쥬를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



봉지에서 털어내니 정말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온다.
게다가 희끗희끗한 코코넛 조각. ㅡㅠㅡ
향과 음식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달랠 수도 잇는 건지
팍팍하다 싶던 마음이 살짝 누그러진다.



한층 더 기분을 업시키고 싶어서
어무이의 찻장 안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던 딜마의 티팟을 꺼냈다.
350밀리 용량을 부을 수 있는 요 티팟은
심플하면서도 귀여운 모양새도 좋지만
두께가 두꺼워서 보온력이 좋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다만.. 티팟 가득 물을 붓고 우린 다음에
따르기 전에 티팟을 흔들면 주둥이로 차가 쏟아져 나온다는 게 흠.......-_-;;;

어쨌든 이번엔 시간도 잘 지키고
온도도 잘 지켜서 우려야지.. 작심하고
예열도 충분히 시킨 다음에
찻잎과 끓인 물 200밀리를 부었다.



조금 더 붉게 나왔네~
오랜만에 즐겨보는 수색.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먼저 식욕을 자극한다.
보고 있으니 코코넛 기름인가??
자잘한 기름방울들이 동동 떠 있다. ㅎㅎㅎ

요즘 연속 홍차 우리기에 실패를 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한 모금 마셨다가 그대로 화들짝~!!
윽, 홍차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걸까?
고소한 코코넛 홍차의 맛이
쓰거나 떫은 부담감이 전혀 없이 혀끝에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알맞게 우려진 아이리쉬 몰트를 마시고 있을 때랑 살짝 비슷한 기분??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어서
티푸드를 먹으면 차맛을 버릴까 조금 걱정됐다.



저녁 먹을 시간을 앞두고도 준비했던 버터롤빵.
냉장고에서 잼을 꺼내 같이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맛은 요 롤빵이랑 먹으니 오히려 못한 기분이 들었다.
차 자체의 풍미와 은근한 고소함이 빵의 버터맛, 단맛, 씁쓰름한 맛과 뒤섞여
뭔가 뒤죽박죽이 되었달까?
그래도...
먹고 마시는 동안에 기분이 좋아진다. ^^;;



요즘 막 쓰고 있는 법랑 티잔.
사이즈가 넉넉해서 커피, 홍차, 카푸치노 등
다용도로 막 쓰고 있는데,
사진 데뷔는 처음인 듯.. ^^;;
법랑인데도 은은한 핑크빛과 그을린 듯한 글씨 때문에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을 준다.



울집 냉장고에서 꺼낸 어뮈표 잼.
색이 거무스름한 게 포도잼인 줄 알았더니
다행히 제일 좋아하는 딸기잼이었다.

향긋한 홍차와
달콤한 잼, 좋아하는 버터롤빵.
이 간단한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라는 인간은
무얼 하든, 어떻게 살든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야만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끊임없이 주절주절 써대는 이 블로그질도
결국은 나 자신을 확인하는 작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결국 수다만이 나의 존재 이유인 것인가??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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