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도 보기 나름...

Posted 2006. 9. 25. 12:54, Filed under: 디 마이나
잊고 있었는데 친구의 블로그 글을 보고 다시 상기된 사건...
다시 생각해도 몹시 불쾌하지만
같은 상황도 말하기 따라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토요일...
종로에서 친구를 만났다.
가을이라 밤공기도 시원해서 카페 들어가는 것보다 좋다고
주욱 늘어선 벤치를 찾아 삼만리를 한 끝에
간신히 빈 벤치를 하나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다.
"어쩐지.. 동생이랑 오사카에 갔을 때 도톰부리의 거리에 있던 의자에 앉아 있는 기분이야..."
하면서 나름 낭만에 젖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주위가 시끄러워 둘러보니
우리의 옆으로 뒤로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남자 둘에 여자 넷인가 했는데
그 시끄러움이란...
일단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 분위기가 깨져서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내심 "이 벤치가 내가 전세낸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지.." 하면서
그냥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주위를 무시하고 그냥 다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앉았다 일어났다 들썩였다 뒤척였다 그 요란한 움직임에 신경은 곤두서기 시작...
이윽고 친구 왈,
"내가 이러고 앉아 있네??"
보니 자꾸만 밀려난 것인지 친구는 벤치의 끝에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밀려난 모양이다."

이때부터 여길 포기하고 뜨느냐 마느냐 하는 생각이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그냥 일어나자니 억울하고
계속 지키고 있자니 상당히 불쾌한 상황...
두 개의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이번에는 또 하나의 대시가 들어왔다!
허걱!!
등뒤에 앉았던 여자의 엉덩이가
찰떡 같은 감촉으로 내 엉덩이에 맞닿아 밀어대기 시작한 것.
청바지가 골반바지인지라 맨살이 닿는 그 느낌은 너무나 끔찍했다.
그게 싫어서 엉덩이를 앞으로 빼면 친구처럼 달랑 끄트머리에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할 판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 여자가 뒤로 몸까지 젖히면서 나를 밀어대는 것이었다.
불쾌감을 이기지 못한 내 몸이 순간 그 여자를 밀어내려 힘이 들어가기 시작,
"왜 밀어대고 그러세요~"
고개를 홱 돌리며 적반하장으로 시작된 그 여자의 선제공격으로 결국 다툼까지 벌어졌다.

"매너 없이 굴었지 않느냐'는 친구의 말은 귓등으로 들은 둥 만 둥
그저 우리를 의자 하나 가지고 텃새부리는 사람처럼 취급해서
기세등등하게 말하는 그 여자를 보면서
상황이란 게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이렇게도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불쾌하고 씁쓸했다.

뭐, 몸으로 불쾌감을 표현 말고 말로 정중히 했어야 할걸 그랬나?? 생각도 해보지만,
이래도 저래도 떫은 감 씹은 듯 여전히 떱떠름한 게 솔직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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