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던 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우연히 동생이 쓴, 찌룽이의 육아 일기 파일을 발견했다. ㅋㅋㅋ
지금 보니 또 새록새록 반갑고 새로워서 
므흣한 마음으로 블로그에 남기기로 했다.

2002-09-15 (일)
치로가 입양된 지도 24시간이 지났다.
어제 저녁에는 노란 물을 토했다고 해서 걱정하게 하더니,
지금까지 멀쩡하게 잘 놀구, 잘 먹구, 잘 싼다 ^^; 
지금은 사람이랑 한 방에 없으면 먀~하고 울긴 하지만,
막상 쓰다듬어주는 걸 꺼리는 눈치.
언제쯤이면 찰싹 달라붙으려나?
여전히 건사료는 먹지 않고, 사료를 물에불려 아스쿠캔과 섞어줘야 먹는다. 
똥은 잘 가린다. 기특한 늠~
공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낚시놀이를 즐긴다.
비닐 밟아 소리내는 것도 좋아한다. 
아직은 침대 밑을 더 좋아한다.
가끔 언니 침대 위에 올라가서 자기두 한다.
언니방 밖에서 나오는 걸 좀 두려워하기두 하지만, 곧 좋아지겠지.
치로야~ 튼튼하게만 자라다우!!!


찌룽이가 입양된 지 이틀 뒤에 쓴 일기다.
이걸 보니 기억이 난다.
오고 나서 노란 물을 토해서 분양자에게 전화로 괜찮은 건지 물어봤던 일..ㅎㅎ
지금은 단순히 위액을 토하는 건 줄 알지만
당시엔 얼마나 당황했던가.
그러고 보니 저때 이미 토쟁이 대장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구나.. ^^;;;
캔과 사료 섞어주기도 곧 캔만 핥아먹는 버릇이 생겨
먹는 양이 너무 적다 싶어서 그냥 캔으로 바꿨었고...
쓰다듬어 주는 걸 싫어했던 건 정말 오래 갔던 것 같다.
3개월 이상을 못 만져 보고,
그냥 우리들 곁 전방 1미터 정도에서 늘 웅크리고만 있었다.
참으로 가까이하기엔 먼 고냥씨였던...;;;


2002-09-16 (월)
지난주 금욜에 주문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왔다. 
샘플들이 줄줄이 오는 바람에, 쥐장난감이 3개가 되어버렸다. 
특히 정신 못차리는 것은 깃털 달린 와이어 낚시대 ㅋㅋ
물고 놓질 않는다. 
물론 캔을 더 좋아하지만,
이제 꺼리는 기색없이 물에불린 사료와 캔을 섞은 것을 잘 먹는다. 기특한것~
오늘 첨으로 집에 혼자 있었는데 (언니랑 나는 출근해야 하니까)…
엄마만 졸졸 쫓아다녔다고 한다. 
잠시 시장에 갔다오니 현관에 오도카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이놈이 낭중에 얼마나 껌딱지가 될까 상상이 된다. 
아~ 22,000원이나 주구 방석을 샀는데 이놈이 거기는 싫어하고 스크래치 위에 올라가서 쉰다.
정말 엽기적인 놈~
버려야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다른 집으로 바꿔야할 듯 싶다.


이 일기를 보니 찌룽이가 오던 날 바로 물품 주문에 들어갔었나 보다. ㅎㅎㅎ
지금은 깃털 달린 낚싯대만 보면 무서워서 도망치기 바쁜데
저때는 저걸 젤루 좋아했다니..ㅠ.ㅜ
이제는 끝에 아무것도 없는 그냥 줄이나
아니면 크기 1센티 내외의 작은 벌레 크기 붙은 것에만 반응한다.
작은 메달이 달린 반짝이는 목걸이에 흥분하거나..;;;; (이건 끊어먹을까 두려워..)
근데 당시에도 까칠한 주제에 사람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구먼..ㅋㅋㅋ
겁이 많아서 엄마만 따라다녔나 보다.
엄마가 없으면 장롱 위에 올라가서 숨어 있었던 게 생각난다.
지금은... 나를 따라다니는 껌딱지가 되어서 어무이가 배신감에 몸을 떨지만..음홧!!
어쨌든 껌딱지의 기질은 이미 저때도 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난 김에 찌룽이의 어린시절 사진을 찾아봤다.
이건 우리 집에 오기 전에 분양자가 찍은 3공주들.
맨 왼쪽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넘이 찌룽이란다.
다 똑같이 보여서 털색의 농도만 보고 데려왔는데,
하필 그게 젤루 까칠하고 소심한 녀석일 줄이야..;;;



이건 울 집에 오자마자 찍은 사진.
디카가 없어서 필카로 찍은 거라 동공이 파랗게 반사됐다. ^^;;
당시만 해도 얼굴이 슬림해서.. 귀가 참 커 보인다. (ㅎㅎ;; 지금은... 대굴휘만..... ㅠ.ㅜ)

아마 참 무서웠겠지.
엄마, 아빠, 형제 품을 떠나 낯선 환경, 낯선 이들이 사는 곳에 왔으니
얼마나 겁이 났을까.
지금은 가족을 제일 믿고 
우리집을 제일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가족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6년이 훌쩍 지나버렸구나.
그래도 함께한 세월은 결코 헛되지 않다.
1주일을 함께했을 때, 1달을 함께했을 때,
그리고 해가 흘러
재작년보다 작년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사랑스러운 찌룽이.
해가 갈수록 교감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다.
응석과 어리광도 심해져서 이제는 화장실도 함께 가자고 졸라대지만
그 대신 더 많은 것을 허용하는 걸 깨달을 때마다 행복하다.
이담에 십 년쯤 지났을 때엔 정말 아기가 되어버릴 찌룽이. ^^

아이는 세월이 가면 어른이 되지만
우리 찌룽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아기가 되어간다.
더 많은 애정을 요구하는 대신 더 많은 접촉을 허락하는 고양이.
찌룽이 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털냄새, 꼬리한 발바닥 냄새, 살짜쿵 향긋한 젖냄새....
그속에서 순간 머무는 향긋한 행복에 모든 걸 잊는다.
예쁜 찌룽~~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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