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달아놓고 나니
도대체 내 인생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게 존재하기나 했던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코찔찔이 시절
부모님께 크리스마스인데 왜 아무것도 없느냐고 졸라서
산타 장화 속에 든 500원짜리 과자 선물 세트가
내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전부이지 싶다. -_-;;

뭐.. 어린이날이라고, 생일이라고
알뜰살뜰 아이들 선물 챙겨주던 시대가 아니라
그저 밥 먹여 학교나 보내면 부모 할 도리 다였던 시절이었으니
언감생신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이런 내가 오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사무실서 돌아오니 거실에 놓여 있는 귀여운 택배 상자.
아기자기 귀여운 테이프로 치장한 박스와
이름을 보고 바로 "호야님이다~" 했다.



상자 속을 여니 예쁜 카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 붉은색 봉투를 보는 순간, 낯설고도 아련한 그 무엇임을 직감했다.
비록 선물은 아니 주고받았을지라도
대학생 때까지도 해마다 잊지 않고 여기저기 건넸던 그것.



크리스마스 카드....
언제부터 보내지 않게 됐을까.
크리스마스를 놓치면 새해 연하장 정도라도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건넸던 것 같은데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간에 암묵적인 약속이나 한 듯
카드 보내기를 그만뒀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건 핑계다.
결국 귀찮아진 거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카드는 가시처럼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
호야님의 카드를 보면서 고마움에 앞서 먼저 양심부터 따끔거리는 나.. ㅠ.ㅜ



뽁뽁이에 둘러싸인 박스를 열었더니
이렇게나 예쁜 머그가 나왔다.
카렐의 2009 이어즈 머그!!!
2008 이어즈 머그는 쥐 그림이 별로 예쁘지 않아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건 보구서 참 이쁘구나.. 생각했던 녀석이었다.
오똑할까나.... >0<



당장에 개시를 했다.
카렐의 머그에는 카렐의 티를!!
그래서 카렐의 캐러멜티를 뜯었다.

작년 이맘때쯤 처음 마셨던 내 첫 캐러멜 차.
5월엔가 다 비우고서 깍꿍님께 빈 틴을 선물했으니
반년 만에 다시 만나는 건가?
그동안 딜마의 캐러멜 차에 익숙해진 내 입에
카렐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했다.

고소하고 달콤한 캐러멜 풍미가 내 코를 자극한다.
음......
하지만 역시 맛은 딜마의 캐러멜에 비해 다소 심심... ^^;;
딜마 쪽이 캐러멜의 풍미와 달달함이 더 잘 살아 있다.
그럼에도 카렐의 캐러멜 역시 나름 좋은 건
희미한 캐러멜 향 속에서도 느껴지는 고소한 맛 때문인가?

호야님의 크리스마스 선물 덕분에
나의 백만년 전 기억을 헤집어 보고,
작년 이맘때의 향수를 떠올리는, 
아련한 하루가 되었다. 



참, 요건 박스에 붙어 있던 귀여운 라이너스 스티커.
호야님은 스누피 매니아시다.
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걸 모으시는지...
스누피 캐릭터들.. 하나같이 사랑스러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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