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기] 루피시아의 로즈티

Posted 2008. 9. 18. 18:49, Filed under: Happy Teatime

추석 전부터 시작해서
추석 연휴가 끝나고서도 제대로 된 티타임을 갖지 못해서
간만에 제대로 된 티타임을 가져보자고
이리저리 고르다가 캐롤라인님께서 주신 루피시아의 로즈티가 눈에 띄었다.

로즈티라니 장미잎이 들어있는 홍차가 분명한데,
사실 장미꽃잎의 차를 마신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예전에 마신 포숑의 '하늘에서 내리는 장미'는 마시기 쉬운 차가 아니어서
이후로 다신 꺼내지 않은 기억이.... 끙..;;;
그나마 위타드의 '잉글리시 로즈'가 좀더 편했고,
카렐의 '잉글리시 가든'은 장미꽃 말고도
여러가지 꽃과 허브가 첨가돼서 더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또다시 사치를 누려보고 싶은 욕망이 불끈!!!



티트레이에 쏟아부으니
화려한 장미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포푸리보다 더 아름다운 장미꽃잎.
간혹 보이는 검은 잎이 홍차잎인데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적다.
이건 로즈 블랙티가 아니라 진짜 '장미차'다.
어쩐지 전에 마신 '로즈티'와 다를 것 같은 예감~!!

그나저나 너무 이쁘다.
마시기 아깝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귀족적인 티팟에 우려줘야 하건만
그냥 저렴한 호박유리 티팟에 우렸다.
유리니깐 왠지 더 아름답게 우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물방울 땜에 암것도 안 보이네.. -_-;;
물 200밀리에 3분~



너무너무 이쁜 수색~~
저것보단 연한 색인데
어쨌든 다소 붉은빛이 도는 오렌지색의 차가 되었다.
꽃잎이 떠 있으면 더 예쁠 거 같아서
꽃잎을 건져내어 동동~~ (버들잎을 불듯 호호 불어가며 마시리라..)



가까이 코를 대니
은은한 장미 향이 향기롭게 풍긴다.
포숑의 티를 힘들게 마신 기억에
여차하면 시럽을 넣을 태세로 시럽 준비하고서 먼저 한 모금만 마셔봤다.

그런데.. 이게 왠일??
전혀 무겁지 않고 은은한 장미향이 기분좋게 입에 감돌고
어딘가 살짝 달큰한 듯한 느낌이 혀끝에 돈다.
역시 홍찻잎이 적게 들어갔기 때문인 걸까??
말 그대로 홍차는 살짝 보조,
장미꽃잎을 우린 쪽에 가까운 맛과 향이다.

시럽도 넣지 않고 홀짝홀짝 마시고
호호 우아하게 불어가며 마시리라던 꽃잎도 귀찮아서 
그냥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_-;;
우아하진 않지만 꽃잎도 나름 맛이 괜찮았다능..푸흡!!

국화차도 잘 마시고
자스민차도 잘 마시는
나는야 오히려 꽃차를 잘 마시는 여인?? ^^;;

캐롤라인님 덕분에 정말 좋은 차를 마셔봤다.
눈과 코와 입이 모두 사치를 누렸으니
18세기 영국 귀족부인들이 부럽지 않을 티타임을 보낸 듯~!!
가끔은 꽃잎이 가득한 욕조에서 호사는 못 누리더라도
이런 호사는 누려줘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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