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룽이의 피부병 때문에

Posted 2008. 8. 31. 19:03, Filed under: 알흠다운 꽃띠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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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룽이가 피부병에 걸려서 치료 중이라는 건
왠만한 지인들은 이제 모두 다 아는 사실... -_-;;

저 사진 속 땜빵을 발견한 것이 7월 초이니
벌써 증상이 나타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부병에 독한 약을 먹이는 것은
차라리 치료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여론에 따라
근 한 달 동안 약국에서 소독약만 사서 매일 두 차례 발라주었더랬다.
그러자 털 빠진 자리에 자잘한 새 털이 나기 시작해서
"역시~" 하면서 스스로 뿌듯해하고 자만했더랬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웬일.....
새로 나던 털이 몽땅 도루 빠져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나아간다고 소독약을 하루 한번만 발라준 게 잘못이었나..하면서
다시 소독약에 매진...
그런데 일주일쯤 지났을 때 아래쪽에 새로운 땜빵이 생겨버린 것이다. -0-;;

아뿔싸, 싶었다.
뭔가 소독약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구나....
아무리 피부병이 본인은 스트레스 안 받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냥갤 분위기라지만
역시 뭉텅뭉텅 털이 빠져나가고 빨간 살이 드러나는 걸 보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게다가 가려운지 귀를 자주 긁어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초봄에 장미 어쩌구 하는 이름도 복잡한 바이러스성 피부병으로 두 달 간 피부과를 다녔었는데,
처음에는 서서히 번지던 것이 시일이 지나니 아침 저녁이 다르게 무서운 속도로 번져나가서
얼마나 공포에 떨었던가...)

결국 찌룽이를 델꼬 태릉동물병원으로 직행....
의사 선생님께서 대뜸...
"겉이 아니라 속이 문제일 것 같은데?" 하고는 내시경 같은 걸로 귓속을 비추니
이럴 수가.......
귓속에 피부병이 생겨서 빨갛게 헐고 궤양까지 생겼다. OTL

토토가 피부병 치료를 받다가 피부병이 아닌 그 치료로 인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두번 다시 피부병 치료 따위로 어이없이 잃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에는 그로 인해 병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에서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는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그때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할 뿐인 것이다.
결과를 두고서 후회하지만,
어디까지나 결과에 근거한 후회거나 자만일 뿐이다.
같은 치료를 했는데 목숨을 건졌다면 치료하길 잘했다고 할 것이고,
같은 치료로 목숨을 잃었다면 치료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할 것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이상, 결국 무엇이 옳은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라고 소리치지만
어떤 게 잃지 않는 길인지도 알 수 없다.
작은 생명들이란 얼마나 여리고 위태위태한지...
또다시 병원의 의사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에 언제나 내리누르고 있던 토토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다소 덜었다.
당시 3~4일헤 한번씩 꼬박꼬박 토토를 병원에 데려갔던 것은
어쨌거나 토토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 믿었던 때문이다.

지금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들을 취해주는 것만이 내 몫이다.
피부병이란 장기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자칫 간 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한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20일쯤 되어서 어제 다시 한번 혈액검사를 했다.
다행히 간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피부병 치료를 하다가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 "과잉진료 아니냐"고 한댄다.
그래서 간 손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고 진료를 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왜 처음부터 얘기해주지 않았느냐"고 한댄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 역시 피부병 치료로 토토를 잃지 않았다면
꼬인 시선으로 의사를 바라봤을지도 모르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란 매사에 조심하면서 치료를 해주는 길이다.
그럼에도 약 먹는 스트레스, 병원 가는 스트레스로
가뜩이나 소심한 녀석이
음침하고 새침하고  더욱 의기소침해져버렸다.
앞으로 점점 나이가 많아지면 더 큰병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이정도 일이야 잘 참아내야 하는데,
녀석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고 측은한 생각이 절로 든다.

생명을 돌본다는 건
귀엽고 사랑스런  순간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 요즘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눈물을 쏟을 일이 있을까...
그래도... 그래서 사랑한다.
로봇이 아니고 자동인형이 아닌 숨쉬는 생명체.
영겁의 세월 속에 순간을 불태우고 꺼지는 생명체.
나의 너무나 사랑스런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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