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매일 얼굴만 한번씩 볼 뿐인데 그것도 정이라고
나도 초롱이도
어쩐지 무언가가 마구마구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드는 지경......
(흠.. 단순한 나의 착각인 거야??)

두어 달 전쯤이었나?
한번은 애옹거리며 밥그릇을 따라 쫓아오다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 초롱이가
밥그릇을 내미는 내 손등을 앞발로 살짜쿵 때리셨지. 끌끌끌..
그 두툼한 젤리의 감촉이 주는 황홀함과
과감하게 내게 어택을 할 수 있다는 초롱이의 자신감에
무척이나 감격스러워했었다.

요즘은 어떠한고 하니,
가까이 가서 밥그릇을 내밀어도 하악질도 잘 안 하고
내가 뭐라고 말을 걸면 대답도 곧잘 해준다.
내가 밥그릇을 놓고 자리를 뜨지 않아도
곁에 와서 고개 숙이고 오도독 오도독 밥도 잘 먹고......
솔직히 말해서 머리를 마구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지켜보다가
충동이 괴로워서 자리를 뜨는 상태랄까...?? ㅜ.ㅠ

길냥이에게 정이 든다는 건
위태로운 사랑이다.
행여나 무슨 봉변을 당할까 걱정이 되니
밤중에 초롱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잠도 오지를 않는다.
요새는 아깽이들이 제법 자라서 데리고 다니는 모양인데
자주 잃어버리기 때문인지
아깽이들을 찾는 초롱이의 안타까운 을음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그러면 한 시간도 넘게 울고 다니는 초롱이의 울음이 애처로워서 마음이 아프고
시끄럽다고 경비가 해코지를 할까 봐 걱정되고
문 열고 자는 사람들이 길냥이들 때문에 못자겠다고 항의할까 봐 걱정되고
자연히 길냥이 밥 주는 것도 못하게 할까 봐 걱정된다.
다행히 근처에 초롱이 혼자 홍일점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매번 늘어나는 길냥이들의 수도 사실 마음이 쓰이기는 마찬가지.

부산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근처에 사는 고양이 17마리를 포획해서 중성화수술을 해주고 놓아주었다 한다.
그리고 그 수술비는 집집마다 나누어서 관리비로 내었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멋진 사람들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달지 않고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훗훗, 부산 분들.. 멋진 분들이십니다.)

지금은 몇 녀석이 밥을 먹으러 오는지 알 수 없다.
초롱이, 아롱이, 주니어, 꼬맹이, 까치, 까롱이, 치즈, 노룽이, 삼순이..
눈에 띄어 이름 붙여준 녀석들만 전부 아홉이다.
밤늦게 온 녀석들은 빈 밥그릇을 보고 돌아가는 넘도 있을 거다.

부디 이 아파트에 미움이나 배척보다는
포용과 사랑의 기운이 가득해지기를 바랄 뿐....




갖고 있는 초롱이 사진이라고는 작년엔가 동생이 찍은 요것이 유일... -_-;;
엄청난 보호색이라서 땅에 있건 자전거 사이에 있건
움직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걸 믿고 밤에는 아예 마당에 철푸덕 누워 기다리는 배짱까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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