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춘천을 다녀오다
Posted 2008. 5. 16. 16:27, Filed under: 끄적끄적 후기지난 5월 3일 토요일.
은경 선배와 후배 송반장과 같이 생전처음 춘천엘 다녀왔다.
친구와 서삼릉 갔다온 포스팅이 너무 힘들어서
춘천 사진은 한동안 포스팅할 엄두도 내지 못했음.
아아....
이번엔 말은 가능한 생략하고
사진만 올려야지..... 하면서 포스팅에 들어간다...... ㅎㅎㅎ;
1. 청평사 가는 길
세 사람 중 아무도 사전 준비를 해온 사람이 없어서 이후로 막막....;;;
안내판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바보같이 택시기사의 낚싯밥이 되었다. -_-;;
춘천닭갈비 먹을 거냐는 낚싯밥에 걸려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다가
행선지는 정했느냐는 말에 "아니요~"
그럼 청평사로 가라~~고 하는 기사.
동생이 청평사 좋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순순히 택시에 올랐다.
기사는 명동에 가서 닭갈비 먹지 말라며
요즘 <겨울나그네>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와서 맛이 변질됐다고 충고까지 해줬다.
그러면서 자기가 맛있는 데 소개해준다고 선심공세까지...
(이때만 해도 아무 의심이 없었음)
청평호 선착장 있는 곳까지의 택시요금이 무려 17000원.
사실 택시로 20분 넘게 달렸으니 요금 자체가 바가지인 건 아닌데,
그럼에도 막상 돈 낼 때엔 왠지 당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_-;;
청평사로 가기 위한 배 안에서 찍은 청평호수의 모습.
1인 왕복요금이 5000원이었다.
어쩐지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기차 타고, 택시 타고, 배 타고....(은근히 춘천이 교통비가 많이 드는군)
맞은편 선착장에서 내렸다.
본격적으로 청평사 가는 길.
오전 7시 기차를 탔더니 이제사 해가 제대로 비추기 시작한다.
바위들이 멋지게 들어선 계곡.
난데없이 물이 맑으니 찍으라고 성화인 후배 땜에 찍은 사진.
저걸 보고 "폭포다!" 하고 외친 후배..ㅋㅋㅋ
아니... 여긴 더 큰 폭포가 있네......ㅋㅋㅋ
좀더 오르니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을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공주가 남자 같아...." 하고 쓸데없는 소리나 하면서 계속 걸었다.
그야말로 계속 걸었다.....;;;
걷는데, 난데없이 산길을 가로질러 나타난 60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등장해서 말을 건넨다.
"어디서들 오셨어요?"
"서울이요."
"그 밑 길로 오신 거예요?"
"네"
"요금 안 받아요?"
"냈는데요....."
"얼마씩?"
"1인당 1300원이요."
그러자 이 아저씨 득의양양 웃으며
"어이쿠, 1300원씩이나... 이리로 오면 돈 안 내도 되는데...." -_-+
그랬던 거다.
다들 입산금지 표시를 무시하고 열심히 그 길로 들어간 이유는
산을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청평사 입장요금을 안 내기 위해서였던 거다.... ;;;;
그런데 이 아저씨, "춘천닭갈비 먹으려면 명동으로 가야 해." 하는 게 아닌가.
"네? 아까 택시기사는 거기 맛이 다 변질됐다고 **로 가라던데요?"
"거짓말이야. 이쪽에 잇는 건 다 맛없어. 엉터리야."
아니....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고민하다가
이 아저씨는 춘천 토박이니
결국 그 택시기사가 삐끼라는 데 중지를 모았다. 이런 젠장~!!
아저씨를 떼어내고 우리끼리 좀 걷다 보니
이번엔 진짜 폭포가 있었다. 폭포 이름은 구성폭포.
간만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무지 시원~
발이 계곡에 담근 수박이 될 지경이었다.
서로 "발이 이상하게 생겼다"며 흉을 보다가 발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푸르디 푸른 숲길을 한참 걸어갔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어서 가는 내내 연등이 길안내를 해주었다.
마침내 이곳이 청평사가 있는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표지판 반대쪽에는 연못이 있었다.
연못에도 설명이 있었는데,
이 연못은 평생을 청평사에 은거하면서 지낸 이자현이 만든 정원에 속하는 것이란다.
이미 길이 나고 음식점들이 중간중간 들어선 곳에서
정원의 정취는 전혀 느끼지 못했기에 뜻밖이었음.
연못가를 떠나지 않고 왔다갔다하던 다람쥐. 왕귀여움.
뭔가 먹을 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ㅜ.ㅜ
나이가 드니 가방 속에 과자 봉지 하나 안 갖고 다니네...
2. 청평사에서
마침내 청평사에 도착.
이곳에서도 연등이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청평사는 여느 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보통 절은 절간이 사방에 야트막하게 지어져 있어서
아늑하고 사람을 포용하는 듯한 분위기인데,
이곳은 입구에서도 보이듯이 높다랗게 위용을 자랑하는 듯한 분위기??
밑에서 보면 뒤로 더 높은 누각이 연달아 보여서
문 속에 문이 있고, 그 문 속에 또 문이 있는 신기한 구조다.
누각 뒤에 더 높은 누각, 그 누각 뒤에 또 더 높은 누각,
그리고 그 뒤로는 위용을 자랑하는 절경의 산봉우리가 있다.
청평사에서 바라본 맞은편 모습.
눈이 가득 덮힌 듯한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새로 칠한 듯 색상이 현란한 단청.
범종각이라고 써 있는 듯..(맞나??)
종을 바라보면서 얼마 전 미국사에서 읽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프랑스에 주문 제작해서 종을 만들었는데,
(그들은 그걸 자유의 종이라고 부른다.)
그 종은 몇 번 치자마자 종에 금이 가고,
다시 보수를 했음에도 결국 일부가 깨져 버렸다고 한다.
몇 백 년의 세월 동안 타종을 하고도 여전히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 종을 보면서
종이란 원래 다 그렇게 튼튼한 것인 줄만 알았던 나.
새삼 우리나라 종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니....^^;;
핏빛이라면서 후배가 찍으라고 성화였던 꽃.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다능.. -_-;;
정말 보통 절의 건물들보다 화려하고 위용 있지 않은가??
천장을 가득 메운 연등이 단청 무늬와 어우러져 화려함의 극치를 뽐냈다.
이렇게 2층 구조인데, 다리를 놔서 앞 건물이랑 연결이 되어 있다.
함께 간 선배랑 극락전에 들어가 절을 하고 나왔다.
아, 그런데 불암산의 절에서 어떤 아줌마한테
정식으로 절하는 법에 대해 강의를 듣고 난 뒤론,
절하는 게 왜 일케 힘든지 하기가 더 겁나는 거다.
절하면서도 어색어색, 식은땀이 나서 죽는 줄 알았다.
도저히 정신을 모을 수가 없었다능......ㅠ.ㅠ
나오는데, 선배가 물었다.
"근데 왜 하필 극락전에서 절을 하냐?"
"아, 우리 토끼~"
선배가 비웃을까 싶었는데,
"아~" 하더니 아무 말 안한다.
절을 나오는 발걸음 뒤로
녹음테이프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강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욕심을 버리라....는 거다.
내가 얼마나 많은 욕심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스스로도 잘 안다.
"중이나 될까?" 했더니
"넌 못해." 한다.
"왜?" 했더니
"거기도 권력 다툼이 치열하거든." 한다.
하아~~~~~~~~~ ㅠ.ㅠ
3. 청평사를 내려오며
노구를 이끌고 돌아다니니 내려오는 길은 터덜터덜.....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의 두배는 걸린 듯.
심지어 84살 할아버지가 우리 보고
"너무너무 힘들고 지쳐 보인다."고 걱정을.... ㅠ.ㅠ
본래는 춘천 명동으로 가서 춘천닭갈비를 먹기로 했으나
너무 힘들고 지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음식점에서 그냥 산채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엄청난 호객 행위를 뚫고 우리가 택한 곳은
올라갈 때 물을 샀던 곳.
결국 물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밥까지 사먹다니 이게 무슨 논리인지.....
하지만 후배는 꼭 그래야 한다고 박박 우겼다. ...;;
먼저 나온 반찬과 동동주....ㅋㅋ
저 늘어진 선배의 팔 좀 보라지.
사진 찍는다고 해도 비켜줄 생각도 안 한다.
동동주 무지 좋아하는데,
요즘 술을 마시면 소화가 잘 안되거나 체하기 때문에
밥 먹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딱 두 잔 마셨다.
나머지를 두 여인 둘이 다 푸더니 취했다고 난리.... (나참, 술도 세센 여인들이..;;)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산채비빔밥.
사실 산채보다 열무보리비빔밥이 더 좋은데 뭐 어쩔 수 없지.
밥은 조밥을 주어서 맘에 들었다.
최고의 일미였던 게 바로 이 감자전.
뭐랄까.....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감자전 중에서 제일제일 맛있었다. >0<b
감자 속에 양파도 넣고 고추도 넣고 한 듯한데,
믹서에 간 게 아니라 손으로 간 거라 쫀득쫀득하면서
야채랑 어우러져 게눈 감추듯이 다 먹어치웠다.
* * *
그렇게 청평사를 떠나서
춘천으로 다시 돌아와 시내를 어술렁거리다 돌아왔다.
올 때엔 버스를 타고 왔다.
알고보니 버스가 있었던 거다. (부르르....)
참, 계획없는 여인들이지....
기차표를 끊고 남는 시간엔 명동서 춘천닭갈비를 먹어보겠다고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갔는데
왜 백화점에 들어가느냐고요.....
결국 서울과 다를 것도 없는 백화점을 보는 데 시간을 몽땅 허비해서
부랴부랴 식품매장에서 주먹김밥이랑 케밥 같은 걸 사가지고
허둥지둥 택시 타고 역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택시비가 버스비보다 더 덜 나옴..이런 젠장@@ 왜 힘들게 버스를 탄 거야..;)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먹은 주먹김밥.
그런데 ...
아...... 이게 또 눈물나게 맛있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먹어본 주먹김밥 중에서 최고로 맛있었다.
저 다양한 야채들과 속에 살짝살짝 박힌 참치살들까지....
윽, 몇 개 더 사올걸~~~~
아무튼 참으로 무질서하고 무계획한 여행이었다. -_-;;
멤버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지......
선배나 후배나 계획 짜거나 사전조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깐.
즉흥적이고 기분파에 귀차니즘의 대가들....
근데...
저번에 서삼릉을 갔다와서 그런지 나까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는 거.
뭐 그래도 바깥공기 한번 잘 쏘였다.
이런 여행이든, 저런 여행이든
결국은 즐겁게 하고 왔으면 최고지......ㅎㅎㅎㅎ
[뱀발] 아, 포스팅이 두려워서 여행 못 가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