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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2.0>의 편집장이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두고
잔인함과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두 편 연달아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었다.

공포물은 좋아하지만 잔인한 건 싫어해서 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스위니토드>보다 잔인하지 않다는 동생의 말에
지난 주 금요일... 수뎅이와 이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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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박력과 긴장감이 일품이었다.

영화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보여주는 범인의 얼굴과 엽기적인 살인 행각.
그리고 범인 찾기가 쟁점이기 마련인 일반 영화의 공식을 깨고,
초반에 바로 범인을 검거하고부터 시작되는 색다른 긴장과 공포.
한마디로 영화 시간 내내 범인과 추격을 벌인다기보다는
범죄의 현장을 찾기 위한 심리적인 추격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심리적 추격의 끈은 한순간도 마음놓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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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내내 전율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
마치 그 끔찍한 범행의 현장을 직접 겪고 있는 듯한 공포와 분노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신경줄과 심장, 그리고 근육을들을 괴롭혔다.

뉴스에서 들려주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세상에 이럴 수가.. " 혀를 차면서도
진심으로 죽어간 이들의 입장에서 공감해보지 못했구나... 절감할 만큼
무섭고 잔인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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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 영화를 가리켜 그다지 잔인하지 않다고도 말하더라.
앞에 한 장면,
뒤에 한 장면만 빼면 뭐 별로 잔인한 건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내게는 보고 나서 이틀 동안 죽어간 여자의 영상이 머릿속에 떠다닐 만큼 잔인했던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ㅋㅋㅋ..을 넣어가며 말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더럭 겁이 났다.
어쩌면 '잔인하다'는 개념이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내게 이 영화는 '잔인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무서운 거'다.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즐긴다고 말할 때에는
게임을 즐기는 자의 유희와 같은 게 은연중 숨어 있다.
스릴을 즐긴다는 말 속에는 '나만은 살 것이다'는 위너의 심리가 숨어 있다.
온갖 공포와 악몽 속을 뚫고 나온 단 한 명의 위너.
관객은 그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승자= 살아남은 자'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 카타르시스는 악몽이 깊을수록,
헤집고 나와야 하는 역경이 거칠수록,
사건이 미궁에 빠질수록,
악인이 악하고 영민할수록 비례해서 커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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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추격자>가 가리키는 지점은 전혀 다르다.
범인은 초반에 잡혀서 경찰서에 붙들려 있고,
당연한 얘기지만 범인이 잡혀 있는 동안 더이상의 살인의 위험은 일어나지 않는다.
죽어가는 여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 여자의 죽음이 불안감을 가져다 주거나 공포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끔찍하고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은
살인자 지영민이 주는 공포의 실제감 때문이다.
"나는 살아날 것이다"가 아니라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느낌.

지금까지 남에게 원한이나 사지 않으면
그런 대로 무탈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안전의 지지기반이 무너지는 공포...
사람의 머리와 채석장의 돌을 똑같이 다룰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공포...
나는 참 약한 사람이구나.. 라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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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 영화는 <쏘우> 같은 류의 영화와도 차별된다.
<쏘우> 역시 잔인을 가장하지만 그래도 일종의 게임을 지향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그런 류의 영민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이 영화는 적합하지 않다.
<살인의 추억> 같은 영민함이나 지적인 유희가 이 영화에는 없다.

그 대신 <추격자>가 전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에 바탕을 둔 생생한 심리적 공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 영화를 보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느끼지 못하거나
쫓는 자의 분노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김 빠지는 영화고 결말이 짜증난다고 말할지도......
하지만 조금은 자신의 인성을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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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새삼 내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정말 관객을 스크린에 빨아들일 듯한 연기였다.
이미 <타짜>에서 짝귀로 등장할 때마다 관객을 얼어붙게 만드는 연기력을 보여줬던 김윤석.
이번에는 그 자신이 엄중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했다.

그리고.. 처음 본 하정우에게도 역시 경의를 표한다.
유명 탤런트의 아들이라는 네임 브랜드를 버리고
오로지 연기로 승부하는 자세만으로도 멋진데
어리숙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살인마의 모습을 오싹하리만큼 훌륭하게 연기했다.
이런 배우들이 있으니
근사한 시나리오만 있다면 또 훌륭한 한국영화가 나오리라..기대해본다.


아쉬움이 있다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면,
그건 마지막 살해 장면이랄까....
아무리 무능한 경찰에 또라이 같은 형사라지만,
연쇄살인범을 미행하면서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도록
그리고 범인이 머리를 잘라가지고 도망치도록 내내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좀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주인공과의 마지막 격투 장면을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추격자>의 동영상-----
물론 정식 배포된 거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 많이 보여준다.
만일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라면 이런 거 보지 말고
그냥 가서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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