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일의 스캔들

Posted 2008. 3. 24. 12:37, Filed under: 끄적끄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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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이후로 오랜 만에 영화를 봤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추격자>가 보고 싶었지만
잔인하다고 해서 계속 겁을 먹고 보지 못한 채
뭘 볼까 동생과 고르다가 택한 것이 <천일의 스캔들>.

제목이 참 진부하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천일의 앤>이라는 고전영화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인가, 이해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원제는 <볼린가의 또다른 소녀> 정도??
원제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긴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이 영화가 <천일의 앤>처럼 앤의 입장이 아니라
또다른 자매인 메리의 입장에서 본 영화라는 것만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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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불린 역의 나탈리 포트만과
메리 불린 역의 스칼렛 요한슨.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당연히 금발인 스칼렛이 앤 연기를 하고,
브라운 헤어의 나탈리가 메리 역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금발 = 유혹, 방탕, 천박  / 갈색 = 정숙, 절제, 도덕, 이라는 통념이
내 머릿속에 너무 박혀 있었나 보다. -_-;;

뜻밖에도 메리 역에 스칼렛 요한슨,
앤 역에 나탈리 포트만이었는데, 둘 다 아주 잘 어울렸다.
스칼렛 요한슨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참하다 못해 백치미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고,,
나탈리 포트만도 지적이면서 야망이 넘치는 앤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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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헨리 8세를 향한 두 자매의 유혹이 어쩌구~ 하는 선전 문구로 관객을 유혹하지만,
그다지 유혹과 음모가 판을 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극은 아마 셋 중 하나의 노선을 취할 것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극적으로 구성할 것인가,
둘째,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인물을 재해석할 것인가,
셋째, 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상하여 새로운 가설을 내세울 것인가...다.

그런데 <천일의 스캔들>은 뭐 그다지 새로운 해석이나 조명은 없는 듯하니
안전하고 평이한 첫번째 노선을 걷는달까??
다만, 지금까지 헨리 8세와 캐서린 왕비, 앤 왕비의 구조로 조명되던 이야기에서
지금까지 별로 조명받지 않았던 메리를 화면 속에 끌어내어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자매의 갈등 구조 정도를 덧붙인 정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가 얼마나 흥미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는 메리와,,
똑똑한 건지 코앞의 위험을 모르는 불나방 같은 건지 모르겠는 앤의 역할 속에서
어느 인물도 그다지 썩 호감가게 그려지지는 못했다는 기분이 든다.
적어도 예전에 <천일의 앤>에서 본 앤이 훨씬 더 재능이 넘치고 매력 있었던 것 같다.
 
나머지 이야기는 역사의 수순대로 밟고 지나갈 뿐,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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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유혹하라는 아버지와 삼촌의 지시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신분 상승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신있게 왕에게 대시하는 앤.
그러나 영화는 지나친 자만 때문에 화를 자초하여
왕의 눈밖에 나는 불운으로 그녀의 앞날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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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앤이 불러일으킨 사고가 원인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그 대역이 되어버린 메리.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고 지적인 앤과 다른,
욕심 없고 순진한 그 모습이 헨리 8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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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임신으로 왕이 메리를 떠난 틈을 타서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앤.
뭐 두 자매의 유혹..이라지만,
그저 자신의 꿈을 향해 닥치는 대로 하는 앤과
남들 하라는 대로 이끌려 살아가는 수동적인 메리가 있을 뿐, 다른 건 없다.


에릭 바나,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이런 쟁쟁한 배우들을 데려다 쓰면서도
이런 그저그런 영화를 만들다니... 한편으로 아쉽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한 가지 새로 배운 역사적 사실이 있다.
헨리 8세가 불린 가의 자매와 스캔들이 있었으며,
왕비만도 여섯이나 되었었다는 것. 허얼~~~

이 영화보다 차라리 <튜더스>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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