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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한다는 말이 있다.
나의 홍차 입문이 바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이 녀석...
<벳쥬만 앤 바통>이라는 이름조차도 첨 들어본 녀석을 구입하는 건 극히 무모한 도전이었다.

어느날 불쑥 쇼핑 사이트에 나타났는데
프랑스에서 홍차 대상을 연속 4번 수상한 브랜드...라는 설명 외에는
딱히 어떤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라 '포엠'이라니.....
분명히 무슨 가향차 같은데 어떤 향이며 무엇이 블랜딩되어 있는지 정보조차 없는 것이다.

자신이 없어 계속 눈여겨보고 지나치기만 하다가
결국 이노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즐링과 함께 구입...
근데 도착한 다음날 도착 후기 쓰러 들어갔다가 열받아 죽을 뻔했다.
바로 40퍼센트 세일에 들어간 게 아닌가......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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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게 억울했지만
너무 맛있으면 어쩌나.. 싶어 세일할 때 더 사두려고 부랴부랴 틴을 개봉했다.
(원래 아까워서 사두고 금방 못 먹는 게 내 스타일인데....;;)
클래식한 틴이 굉장히 고급스럽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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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의 레터링도 예쁘고....
뜯어내고 보니  바닥에 '애플티'라고 일본어로 설명이 적혀 있다.
아하~ '포엠'이라더니 애플 가향이었구나..
내심 안도....... (근데 왜 안도하는 거지??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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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을 여는 순간
굉장히 기분좋은 달콤상큼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확 풍기는 그런 향이 아니라
"어? 향이 나네?" 하는 순간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듯한 그런 향...
미풍처럼 부드러운 향이 순식간에 내 맘을 앗아갔다. (우선 향은 오케이~)

찻잎도 어찌나 고운지....
아마도 밀크티를 만들 때 잘 우러나라고 일부러 저리 잘게 만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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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이 고우니 스트레이너 거르기가 힘들 듯해서
일회용 티백에 2그램 정도 넣고 물 300밀리를 부어 우렸다.

'맛있을까? 맛있을까?
맛있으면 어쩌지? 더 사야 하나??
40퍼센트나 세일을 하니 금세 품절될 텐데...'
이토록 허겁지겁 복잡한 마음으로 차를 우려보긴 처음이었던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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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을 지켜 우린 차의 수색은 담홍색~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차의 수색을 음미할 경황도 없었다.
우려지기 무섭게 우선 한 입 마셔보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깐. ^^;;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맛,있,다~!

마치 크림을 살짝 넣은 듯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면서
향기로운 사과향이 살짝 입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거다.
향이 오래 입안에 남지는 않지만 어딘지 여운을 남기는 그런 맛.

니나스의 가향차가 풍부한 향을 자랑하고
아마드의 애플티가 요란한 단내를 풍기고
브리즈나 루피시아의 가향차들이 달콤한 향기를 팍팍 피워 올리는 데 비해
'포엠'은 정말 시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은은한 향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화려한 향이나 달콤한 향에 익숙한 이들은
"이게 무슨 가향차야?"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벳쥬만 앤 바통의 '포엠'은
클래식티와 가향차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얼굴이다.
요란한 치장과 향수를 마다하고
맨얼굴에 화장수 정도로 자신의 향기를 풍기는 그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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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강하지 않은 차라서 차이식 밀크티는 하지 않고
남은 두번째 잔에 데운 우유를 조금 부어서 밀크티를 만들어 마셨다.

첫잔을 마시는 동안, 티팟 안에서 6분도 넘게 우려졌을 텐데
씁쓸하거나 떫은맛은 나지 않고 자기만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식었음에도 그 향이 오히려 첫잔에서보다 더 잘 느껴질 뿐더러
스트레이트티에서도 느껴지던 감칠맛이 우유와 어울려 더 한층 진해져서 감미롭다.
로얄밀크티가 어울리는 게 바로 이 '포엠'이 아닐까 싶은 생각~


역시 억울해......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랴부랴 .... 재주문....ㅜ.ㅜ
정식으로 수입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이런 홍차는 해외구매대행을 하거나 프랑스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사지 않는 다음에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슬포... ㅠ.ㅠ
틴 하나에 2만원이었는데
40퍼센트나 할인을 하니 12300원에 팔고 있었다. 윽윽윽~~
속은 무진장 쓰리지만, 그나마 저렴하게 산 거랑 합쳐서 물타기한 셈 쳐야지..
(이게 무슨 주식 투자?? -_-ㅋ)

어쨌든 .....
최근 열심히 이넘을 마시고 있다.
조만간 벳쥬만 앤 바통의 '다즐링'도 음미를 해볼 생각이다.
다즐링은 아마드의 다즐링을 마셔봤을 뿐이지만
아직까지 그 얼굴을 모르겠다.
벳쥬만 앤 바통이 내게 다즐링의 방향도 알려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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