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홍차 우리는 법

Posted 2008. 2. 20. 12:36, Filed under: Happy Teatime/홍차 정보 UP
'맛있는 홍차 우리는 법'이라고 썼지만
사실 이건 아니다... 싶어요.
왜냐하면 내게는 맛있는 홍차가 누구의 입에는 너무 강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너무 밍밍하고 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그잔 하나 가득 물을 부어 밀크커피를 타 마시면서
"맛있다!"고 하지만,
나는 커피 가득 2스푼, 설탕 살짝 2스푼, 프림 가득 2스푼을 넣고서
물은 정수기물 정도로 졸졸 나올 때 마음속으로 "하나, 두울, 세엣" 하고 딱 멈춘답니다.
다들 커피 죽이라고 부르는 그 커피를 최고로 맛있다고 여기니
홍차에 있어서도 가장 맛있는 홍차란 정의내릴 수 없는 거죠.

그러니.....
여기서 '맛있는'이란 홍차의 농도라기보다
홍차의 풍미나 향을 잘 끌어낼 수 있는 방법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차마다 다른 개성과 특색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홍차 우리는 법 정도로 보는 게 옳구요.


1. 우선 준비물부터 챙기자
준비물 : 홍차(잎차), 티팟(차주전자), 모래시계(시계), 스트레이너, 찻잔(머그잔)

* 만일, 스트레이너가 없다면 거름망이 내장된 티팟을 쓰면 됩니다.
단, 거름망에 차를 넣게 되면 찻잎의 점핑(물의 대류현상에 의해 찻잎이 위아래로 순환하는 것을 점핑이라고 하는데,
이 점핑이 잘 일어날수록 차의 맛이 좋다고 해요)을 제한하므로
찻잎에 들어있는 맛과 풍미를 끌어내는 데 약간의 손실이 있을 수 있죠.


2. 물을 주전자에 팔팔 끓인다.
홍차의 양과 취향에 따라 티팟에 쓸 물의 양이 달라지지만
가장 일반적인 접근법은 홍차 2~3그램에 물 350~400cc입니다.
대략 홍찻잔으로 두 잔 분량에 해당하죠.(잔도 잔 나름이지만..ㅎㅎ)
잘 모르는 홍차라거나 홍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렇게 연하게 마셔보고 취향에 따라 홍차의 양을 늘리거나 물의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아가는 것이 좋아요.

* 그리고 물을 끓일 때에는  
딱 티팟에 쓸 물만 끓이지 말고
더 넉넉히 끓여 티팟과 잔을 예열하는 데 쓰세요.


3. 티팟과 잔을 예열한다.
물이 팔팔 끓으면 우선 티팟과 잔에 따라서
미리 잔과 티팟을 덥혀줍니다.
이것은 기껏 끓인 물의 온도를 티팟이나 잔이 빼앗아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녹차의 경우, 60~70도가 가장 이상적인 온도라고 하지만
홍차는 팔팔 끓는 물일수록 차의 맛과 향이 더 잘 우러난다고 해요.
만일 법랑티팟이나 직화가 가능한 유리티팟이  있다면
그대로 티팟에 찻잎을 넣고 시종 팔팔 끓일 수 있으니 더 좋겠죠?????
단, 이때엔 스트레이트티로 마실 거라면 시간은 더 짧게 우려야겠구요.


4. 덥힌 물을 버리고 티팟에 찻잎을 넣어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티팟을 덥힌 데 쓴 물은 버리고 찻잎을 넣어주는 겁니다.
근데 이 당연한 걸 까먹고
저는 종종 찻잎을 넣고 나서 아차!! 하곤 해요....;;

* 찻잎의 양은 2~3그램이 보통인데 일반 찻숟가락이 2그램이에요.
그러니 찻숟가락으로 듬뿍 뜨면 3그램쯤 되죠.
만일 찻잎이 곱고 잘다면 차의 양은 더 적게 넣고
찻잎이 큰 편이면 차의 양도 좀더 넣어도 돼요.
찻잎이 잘수록 더 잘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5. 팔팔 끓는 물을 티팟에 붓고 3분 내외로 우린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물은 350cc에서 400cc 정도를 부어요.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면,
입맛에 따라 진하게 또는 더 연하게,
차를 더 적게 넣고 물도 더 적게 넣어 한 잔 마실 분량만 만든다든가
자신이 좋아하는 잔 크기에 맞게 조절할 수도 있게 됩니다.

홍차 우리는 데 드는 시간은 3분이 표준이나
이 역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에요.
브랜드에 따라 차종에 따라 최상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거든요.
3분을 더 넘겼을 때 최상의 맛이 나는 차가 있고,
3분도 안 되어서 떫거나 쓴맛이 우러나기 시작하는 차가 있어요.
따라서, 표준 시간에 맞춰서 우려보고
이후로는 맛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시간을 가감하는 게 좋아요.

* 우리는 동안 티팟의 열을 공기중으로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티코지를 씌우기도 합니다.
이것까지 하면 그야말로 지극정성 할 일 다 해준 겁니다.


6. 스트레이너를 잔에 걸치고 찻잎을 거른다.
스트레이너를 찻잔 위에 걸친 다음,
그대로 티팟을 기울여 따라내면
스트레이너에는 찻잎이 걸러지고
잔에는 찻물만 따라지게 됩니다.
이때, 티팟의 찻물 한 방울까지도 다 털어서 따르세요.. ^^
저는 잘 모르겠지만, 요 마지막 한 방울이 홍차의 '골든 드롭'이라고 해서
가장 차의 향기와 맛을 진하게 갖고 있다고 합니다.

* 만일 티팟 안에 든 거름망을 이용해서 우렸다면 그대로 잔에 따르면 됩니다.
거름망을 빼고 따른다면 한 잔 따르고 나서 남은 차가 계속 우려지는 일은 없겠지요~
티프레스(커피프레스)나 뚜껑에 거름망이 있는 티팟일 때에도
 별도의 스트레이너가 필요없이 따르기만 하면 된답니다.


7. 설탕, 꿀, 시럽 등을 가감하면서 티타임을 즐긴다. 티푸드가 있으면 더욱 좋다.
사람에 따라서 차에서 단맛이 나는 걸 싫어하는 이도 있어요.
그러니 이건 필수사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이에요.
저는 우선 설탕을 넣지 않고 맛을 본 다음,(이건 본래의 차맛을 보려는 목적도 있죠.)
제 입맛에 따라 설탕을 넣어보거나 시럽을 넣어보거나 해요.

신기하게도 차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시럽이 있는데
이걸 찾아내는 것도 티타임의 재미 중 하난 듯싶어요.
또 어울리는 티푸드를 곁들여서 즐기는 것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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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라는 말은 어딘가 격식 때문에 숨쉴 수 없는 분위기지만
티타임이란 말은 여유있고 편안한 나만의 시간이란 기분이 들어요.
'나를 위한 시간'이니 뭐든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재밌으면 제일인 시간입니다.
숙엄하게 차맛을 음미하면서 명상이나 시상을 하지 않아도 되고,
깊이 있는 말 대신 지인들과 왁자하니 수다를 잔뜩 떨어도 좋은 시간이죠.
이것이 입에 안 맞으면 저렇게 해서 마셔도 되고,
차가 별로여도 티푸드랑 먹다 보면 행복하고.

'맛있게 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의 목적은 '즐겁게 마시는' 거란 게 제 생각이에요.
그 시간을 위해서 오밀조밀 정성을 쏟는 것도 나름 재미고.
위에 말씀드린 사항들은
그냥 차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멋모르고 녹차처럼 홍차를 우리다가
"웩! 홍차는 못 먹을 차~~"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고픈 바람에서
이것저것 제가 아는 지식을 적은 것일 뿐.
중요한 건 티팟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스텐레스 주전자에 우려도
노랑 양은냄비에 찻잎을 팔팔 끓여도
기분좋게 일상을 즐기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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