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 일과의 시작은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캣타워에서 아직 꿈나라에 빠져있는 찌룽이에게 밥그릇을 들이미는 것으로 시작된다.
워낙에 요 궁리 조 궁리 하는 녀석인지라
비몽사몽 제정신이 아닐 때에 밥그릇을 들이미는 것이
가장 밥 먹이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찌룽이가 밤에 먹을 밥과
아침에 들이밀 밥을 미리 두 그릇을 만들어서 방으로 가져간다.
여름에는 그렇게 아침밥을 먼저 만들어두면
더워서 음식 냄새가 변하기 때문에 찌룽이가 거부하므로
당연히 눈뜨자마자 찌룽이 밥 만들러 주방에 나가봐야 하고... -_-;;

어쨌든 그렇게 밥을 먹고 나서도 졸린지
요즘은 내가 아침 설거지 끝마칠 때까지 계속 자고 있을 때가 많다.
전에는 아침밥 먹고 나면 방에서 나왔는데... (요즘 잠이 부족한가?)
그러다가 설거지를 마칠 기미가 보이면 어슬렁어슬렁 캣타워에서 내려와
그다음부터 '조르기 모드'~~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가자고 조르고
현관 밖에 나가자고 조르고
나한테 볼일 다 봤으면 아빠한테 풀 달라고 조르고~
찌룽이의 오전은 그렇게 대개 조르면서 보낸다.

그렇게 식구들이 대충 조름을 받아주다가 다들 각자의 볼일을 보면서
찌찌를 외면하면
그다음부터는 연신 울면서 뭔가를 호소해보다가
그래도 무반응이면 현관에서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현관에 깔아둔 매트 위에 앉아서
오는 식구, 가는 식구들 감시하거나
컴터 앞에 앉아 있는 나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이후 찌룽이의 점심시간은 대략 11시 반에서 2시 사이.
일찍 배고프다고 보챌 때엔 식구들 점심 먹기 전에 먼저 밥을 먹이고
아니면 점심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희롱의 시간을 가지면서
놀면놀면 밥을 먹인다. ㅋㅋㅋ
이때는 정말 희롱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게
배를 문질러주면서 쓰다듬어가면서 온갖 교감의 시간을 갖기 때문이지...^^;
(시간 없을 땐 귀찮지만 그래도 이때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다.)
찌룽이의 누리끼리해진 배털에 코를 처박아보기도 하고
꼬릿꼬릿한 발바닥 냄새도 맡아보고..ㅎㅎㅎ

그렇게 또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찌룽이는 할 일이 없다.
아버지는 산으로 가고
어머니는 나가버리고
큰하녀는 다시 컴터 앞에 앉아서 제 일을 하거나
아니면 차나 마시면서 노니깐.

내 할 일에 빠져서 지내다가 문득 찌룽이가 생각나서 쳐다보니
짝뚱의 침대 위에 골뱅이가 되어 자고 있네... ㅎㅎㅎ
생각해보니 늘 이 시간엔 저렇게 내 뒤에서 자고 잇었다.

이게 바로 지난주에 찍은 사진인데

오늘이랑 완전히 똑같아서.. ㅎㅎㅎ (완전히 그날이 그날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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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카메라만 들이밀면 용하게도 알고
눈을 뜨고 꼬나본다. -_-;;
"자~ 자~, 찌룽이, 자~~"
토닥토닥~~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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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를 알아듣는 척
눈을 감는 찌룽.
많이 졸린 거겠지~~
그래도 울 예민한 고양이가 나를 믿고 저리 자줄 때 아주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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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잊어버리고 일하다가 돌아봤을 때의 모습.
세상 잊은 듯이 골뱅이 포즈로 자고 있는 성질 드러운 천사. ㅎㅎㅎ


오늘도 저렇게 자고 있는 걸 가서 만졌더니
코에 주름을 잡고 "크킁크크킁" 거리면서
기분 나쁘다고 팍팍 티를 낸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뭐야.
울 고양이가 나를 아주 만만하게 봐주어서.
내가 무서운 사람도 아니고
내가 어려운 사람도 아니고
지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원하는 게 있으면 조르고 보챌 수 있는 사람,
내가 필요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만만한 사람으로 봐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근데 이거 알아??
"이눔아, 나도 네가 만만하거든??
네가 하악질을 해대도
네가 깨물어도
하나도 안 무서워~~ 바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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