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본 지 한 달은 된 것 같다.
5월 말 개봉하던 주에 본 것 같으니까.
아니지....
그 이후로 2주 정도 뒤에 3D 아이맥스로 봤으니까
2주 정도 전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_-ㅋ

암튼 영화 <아바타>를 볼 때 예고편을 보면서 왠지 딱 내 취향이구나 싶었던 애니였다.
동생도 잊지 않고 있었는지 개봉하자마자 이걸 보겠느냐고 묻길래 흔쾌히 동의하고
우여곡절 끝에 시간을 내어 군자 CGV엘 쫓아갔다.
예매한 걸  캔슬하고 재예매하는 바람에 처음엔 아이맥스가 아닌 일반 2D로 보았지만
열심히 쫓아가서 일반 영화로라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회없이 재밌었다.
동생과 나오면서 "정말 정말 오랜만에 재밌는 영화를 봤다~"며 깔깔거리며 극장을 나온 영화.
그래서 얼떨결에 이번엔 아이맥스 3D로 보자는 동생 말에 끄덕이며 또 따라간 영화.
내 평생 극장 가서 같은 영화를 두 번 본 건 딱 3번뿐인 것 같은데~;;;
<로봇>이랑 <배트맨 : 다크나이트> 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인가? ㅋㅋ



사실 스토리 텔링 자체는 굉장히 신선하다거나 색다른 반전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이야기가 처음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왠만큼 영화 본 사람이라면 어떤 결말이 날지는 뻔히 눈에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고 소설이나 만화책을 읽는 등
온갖 서사 문학에 심취하는 이유가 꼭 스토리의 신선함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때로는 억지 반전에 연연하거나 색다른 소재에 집착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결말과 희망사항대로 흘러가주는 것이 더 기쁘다. ㅠ.ㅠ



게다가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역시 이 사특한 눈빛을 지닌 드래곤~!!
<드래곤 길들이기>에는 말 그대로 다양한 캐릭터의 드래곤들이 나온다.
개중에는 복어 모양도 있고, 닭 모양도 있고, 용 모양도 있고
심지어 티라노사우루스를 방불케 하는 넘도 있는데
단연 압권은 주인공 드래곤인 '블랙 퓨어리'다.

블랙 퓨어리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0<
절대로 사진상으로는 그 매력을 알 수 없고
영화상의 표정과 그 움직임을 직접 보아야만 알 수 있다.
보는 내내 "귀엽다~"를 어찌나 남발했는지 옆사람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영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아이들이라면 만족감 200%는 안고 나올 영화.



몸매는 까만 도롱뇽 같은데
늘씬한 꼬리 끝에는 인어 공주 같은 어여쁜 지느러미를 달고 있다.
안테나처럼 움직이는 귀는 기분을 여실히 나타내주고
때론 위협, 때론 호기심, 때론 재롱을 보이는 그 초록 테두리의 투링 눈동자는 영낙없는 냥이의 눈이다.
(사람들은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반했다지만
개인적으로 이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는 블랙 퓨어리의 눈이야말로 냥이 눈의 진수다~)



<슈렉> 캐릭터 팀에 분명히 고양이를 쌀람해 마지않는 그 누군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지만 
은근히 유대감을 표시하는 것도 냥이를 닮았고
목 주위 긁어주면 좋아라 골골 얌전해지는 것하며 캣닢에 난리치며 뒹구는 것까지 다 냥이 판박이다.
동생과 내가 이걸 또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

하지만 그 보는 과정과 사건의 재미 못지않게
결말이 주는 감동도 퍽 마음에 들었다.
앞서 뻔한 이야기라고 말은 했지만
글쎄, 또 어느 면에서 보면 어린이용 애니에서는 쉽게 보여지지 않을 현실적인 결말이다.

영화 보는 도중 동생이 물었다.
"이거 혹시 비극일까?"
"에이, 설마~ 그래도 애니인데~."
글쎄, 결말은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서 냉정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나는 그 냉정함이 오히려 더 가슴 찡하고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느끼긴 했지만.
홀로 사는 노인과 함께 사는 동물의 관계 속에는 평이한 인간 관계 이상의 교류가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풍족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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