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던 영화였다.
원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극장판 다큐는 TV판보다 영상미와 절제미가 뛰어나서 감동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다큐멘터리는 함께 보러 갈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니
어느새 보러 갈 기회를 놓쳐버렸다. ㅜ.ㅡ

"보고 싶은 건 극장에서 본다"가 내 신념이지만
어쩔 수 없이 동생 PMP로 보게 되었다.



극장에서는 장동건이 내레이션을 맡아서 했는데 이게 별로였는지 말들이 많았다.
내레이션이 거슬려서 몰입을 방해했다고도 하고,
화질이 좋지 않아서 극장서 보기 아깝다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한편으로, 극장 가서 안 보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 대해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말하자면,
과연 지구라는 곳이 재미있게 보여져야 하는 곳일까?
라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재밌고 유쾌하고 싶다면
해피 엔딩 결말의 유쾌한 동물 영화를 한 편 보는 게 낫다.
그 속에는 허구와 이상의 세계를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그게 아니다.
이상을 촉구하기 위해 현실을 직시하자는 목소리를 담는 게 다큐멘터리다.

개를 사랑하는 인간과,
인간을 사랑하는 개가 서로 만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건
카메라 밖의 개들을 잘라버린 채 해피엔딩을 꿈꾸는 드라마다.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행복한 개도 보여주면서
기르다가 버려져서 동물보호소에 끌려가 안락사당하고,
보신탕용으로 사육되는 개의 비참함을 같이 보여주는 건 다큐멘터리다.

진실은 결코 재미있을 수가 없고
이렇게나 불편한 것이다.
편하지 말자고,
주위의 불편한 진실에서 눈돌리지 말자고 제작하는 것이 다큐멘터리다.



아름다운 지구.
맞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물들.
맞다.


그러나 지구는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니고,
동물은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형이 아니다.

지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속에서 모든 동식물들은 매순간마다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살고 있다.
여기에 인간으로 인한 환경 파괴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종의 멸절이 예상되는 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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