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포숑의 오텀을 마시다

Posted 2008. 11. 10. 12:04, Filed under: Happy Teatime
오늘 아침 나절부터 아파트 안을 소득도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왔더니
뭔가 또 특별한 것이 마시고 싶어졌다.
(늘 특별한 것이 마시고 싶긴 하지..;;)
그래서 그동안 미처 꺼내지 못했던 행아님이 보내주신 차 봉지를 살피다가
포숑의 오텀을 골랐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티들이 쏟아져나오는데
이 달이 지나면 정말로 시즌티의 빛나는 순간을 잃어버릴 차.



시즌티는 역시 제 시즌에 마셔주는 게 제일 어울린다.
뭐.. 한겨울에 태연히 사쿠란보를 마시는 내가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제 분위기를 잡아주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지.



어쨌든 개봉하니 익숙한 단내가 화악 풍겨온다.
허니앤선스의 플로렌스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향과
그 사이로 시원 달콤한 향이 살짝 스치길래
코코아 가향에 꽃향인가.. 했다.
찾아보니... 이런!!!
헤이즐넛에 머스캣 향이 입혀져 있다고 한다.
생각하니 바보 같은 게, 플로렌스가 헤이즐넛 가향차 아니었느냔 말이다!!!!
(아무래도 난 헤이즐넛향과 코코아 향을 잘 구분 못 하는 것 같다.)



베란다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던 스튜디오엠의 르포팟을 집어들었다.
스튜디오엠의 모토는 그야말로 "Simple is best"인가.
어쨌든 가을이라는 분위기에 어울리게 마시고 싶었다.
물 250밀리에 3분 우림.



저번에 루피시아에서 구입한 융 드립퍼도 꺼냈다.
찻물이 배서 지저분해지겠지만
찻잎을 잡아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대신...물을 부으면 드립퍼가 길게 늘어져서 얕은 홍찻잔에 쓰기엔 다소 귀찮다.



몇 모금 마셔보고
아아........가을의 맛이란 이런 거로구나.... 하고 끄덕였다.
머스캣 향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느끼기 어렵지만
헤이즐넛의 단내 사이로 씁쓸한 낙엽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차분하게 살짝 가라앉는 무게감이 정직하게 와닿는다.
왠지 테이블에는 책 한 권이라도 있어줘야 할 것 같지만....



그 옆에는 다 부서진 과자 조각이 있을 뿐.. ^^;;
사은품으로 온 과자들은 왜 하나같이 이리 다 부서져 있는 건지..;;;;
비스코티라는 이름의 이 과자는
가을의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게 단맛이 없이 깔끔, 고소했다.
그래도 티푸드는 역시 치즈가 들어가든가
다소 달콤한 쪽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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