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어서인가.
몸도 마음도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것만 같다.
몸만 아프거나
마음만 우울하거나 해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 판에
두 가지가 다 힘드니 요즘 같아선 사는 게 정말 지친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2월부터 3월 중순 무렵까지 힘들어했던 것 같다.
봄을 타는 계절병이 오는 건지, 이맘때면 오래도록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올해엔 마음만 무기력한 게 아니라 몸도 피곤하다.
푹 쉬었다 싶은 날이 없어서인가.
연휴가 며칠 있어도 밀린 약속으로 몇번 외출하면 어느새 일상이 돌아와 있으니.
작년엔 어떻게 이 울적함을 떨쳐냈더라?
재작년엔 또 어떻게 이 우울에서 벗어났더라?
딱히 무슨 수가 있었던 건 아닌지 아무 기억도 안 난다.
하루 시간 내어 부모님과 일산에 꽃구경을 가면서 콧바람을 쐬었던 것도 같은데
아직은 그조차도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오래 오래 오래 침잠해야 하나.
가라앉다 보면 언젠가 다시 솟아오르겠거니... 믿으며.

<사족>
오늘 동생과 오랜만에 영화 <콘트롤러>를 봤다.
간만에 보는 영화인데도 왜 이리 재미가 없던지.
로맨스 영화라는 걸 알고 봤는데도 정말 별로였다.
차라리 <아일랜드>처럼 애시당초 로맨스 영화를 표방했으면 아기자기한 재미나 설렘,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의 만족감이라도 있었을 텐데
이건 딱히 로맨스의 애틋함이나 재미난 장치도 전혀 없고,
그렇다고 액션 영화로서의 긴장감이나 볼거리도 없고,
게다가 SF는 더더욱 아니어서 맥빠지는 그런 영화였다.
광고는 SF 액션 스릴러,라고 붙여놓고 낯부끄럽지 않은지.
천사가 중절모 쓰고 다니는 것 역시 미드에서 하도 보아온 소재라 신선하지조차 않았다.
걍 <슈퍼내추럴>이나 <프린지>를 보는 게 더 신선하고 스릴감있지...-_-p


  1. # 후배 2011.03.02 20:54 신고 Delete Reply

    열심히 자판 두르렸건만...날아가버렸네ㅠㅠ
    (다시 올리고 있음)

    <콘트롤러>?? 처음 들어보는 영화인데,
    어떤 영화길래 웬만하면 재미없다는 소리 안 하는
    선배가 이리 혹평을 하시는지??ㅋㅋ
    혹 기분 탓인가?ㅋㅋ
    근데...
    선배는 항상 바쁘고 호기심이 많아서
    우울하거나 침울할 새가 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붕어입이라 말로 뭐든 날려버릴 것 같은데ㅠㅠ, 그래서 '우울'이라는 단어가 선배하고는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데,이상하다ㅋㅋ
    후배인 제가 좀 재밌게 해줘야 하는데,
    만날 때마나 심각한 말만 하고 징징대기만 한 것 같아 내심 죄송할 뿐ㅠㅠ
    언제 한번 선배가 좋아하는 사찰 나들이 같이 가요^^
    전각 툇마루에 앉아 풍경소리 들으며 해바라기 해요^^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3.03 00:40 신고 Delete

      맞아.. 나랑 우울이랑 참 안 어울리지..ㅋㅋ
      늘 붕어주뎅이에 웃고 사는데 말이야.
      근데 내가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어째 그리 사춘기를 심각하게 보냈겠어.
      내 정신은 우울과 웃음의 양극을 달린다고!
      밝은 것도 나 맞고, 어두운 것도 나 맞아.
      난 달의 양면 같은 사람이라니깐.
      그래서 굉장히 쾌락적인 동시에 또 허무적이기도 하지.
      내가 호기심이 많은 건 참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이 긴 인생을 어찌 보냈을꼬..껄껄껄

    2.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3.03 00:43 신고 Delete

      참, 근데.. <컨트롤러>는 진짜 별로였어.
      나도 왠만하면 그냥 볼만하다고 하는데
      이건 뭐 온갖 장르를 다 집어넣으려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 살린 격이라고 해야 하나?
      로맨스의 달콤함도 없고, SF의 신비와 미지의 분위기도 없고, 액션의 긴박감이나 스릴도 없고...
      정말 어느것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게 없어.
      내 우울이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정말 별로야.
      보다가 하품도 몇 번씩 했다고~!!
      차라리 쥔공들이 빌딩에서 떨어져 죽었더라면 그나마 충격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럼 운명에 맞선 인간의 의지에 새삼 놀라기라도 하지... 이건 뭐 뻔히 알아서 **님이 해결해주니..쩝

  2. # 이지선 2011.03.05 03:56 신고 Delete Reply

    ㅎㅎ선배님도 봄 타시는군요. 저도 그래요. ㅎㅎ
    사찰 나들이? 암튼 뭐가 됐든 괜찮으시면 저도 끼워 주세요.ㅋ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3.06 00:37 신고 Delete

      정말 사찰나들이건 오찰나들이건 함 나가봐야 할 텐데..
      지선군에겐 정말 미안해~ㅜ.ㅜ
      내 우울의 원인이 봄 탓인지
      아니면 꼼짝할 수 없이 빡빡한 일상 때문인지 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도무지 사람들 만나서 여유롭게 즐길 형편이 못 되는 이 상황 때문인가..-_-;;
      송반장이랑 같이 만나서 실컷 떠들어야 하는데
      내 생활이 요새 토욜도 바빠...
      이거 어떻게 좀 해야 하는데 말이야.

  3. # BlogIcon sylvan 2011.03.08 12:34 신고 Delete Reply

    컨트롤러 관심 갔었는데, 관심 싹 끊어야겠네요;;;
    우울은... 시간이 약인 듯 싶어요 :D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3.09 02:16 신고 Delete

      컨트롤러.. 보지 말라고 적극 권하고 싶어요.
      저뿐 아니라 동생도 별로였다고
      맷 데이먼한테 낚였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발버둥칠수록 더 가라앉기만 하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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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룽아, 유치원 가자~^^

Posted 2011.02.21 00:43, Filed under: 알흠다운 꽃띠냥이
예전에 찌룽이 홈피를 운영하던 시절에 자주 찾아와주셨던 라노마님도 이 블로그에 와주시고
또 라카님도 우연히 여길 찾아 와주시고 하니
사람의 인연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라노마님은 예전에 나랑 음악 취향도 비슷한데다 영화도 좋아하셔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이분들이 다 찌룽을 검색어로 찾으신 듯한데
요즘 들어 찌룽이 사진 올린 적이 거의 없어서 어째 양심에 조금 찔림...-_-;;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딸랑 두 장 건진 찌룽이 사진과
동생이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을 몰래 가져다 이곳에 올린다.;;;;;


캣타워에서 취침 모드에 진입하기 직전인 찌룽 마님.
한 팔을 늘어뜨린 자태가 참으로 고혹적이지 아니한가.

찌룽이는 원래 여름에는 저 캣타워를 안 쓴다.
아마도 푹신푹신한 인조털이 더워서 그런 것 같은데
대신 겨울에는 항상 저 자리에 올라가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겨울에는 날씨가 연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도 캣타워에 올라가지를 않는 거였다.
그냥 단순한 변덕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날 캣타워에 붙은 찌룽이 털을 제거하려고 들여다보았다가 그만 경악~~ -0-;;
시상에.... 언제 토해놓은 건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토사물이 인조털과 뒤엉킨 채 말라붙어 있었던 거다.
제딴에도 더럽다고 안 올라간 모양.
캣타워를 빨 수도 없는 노릇이라 궁여지책으로 밍크담요를 깔아주었는데,
요 여시같은 것이 토사물이 안 보이니 냉큼 올라가 뒹굴며 잔다. -_-;;


치사한 놈~!!
고거 사진 한 장 찍었다고 완전히 등돌려 버린다.
우리가 저한테 들인 밥값이 얼마인데,
백만년 만에 찍는 사진 모델도 되어주지 않는거냐?  ㅠ.ㅠ
집요하게 반대편으로 가서 겨우 사진 한 장 찍음.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안..다...ㅎ.ㅎ.ㅎ

이건 동생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요샌 아이폰으로만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설 연휴에 들어온 배 상자의 포장 껍데기를 찌룽이 머리 위에 씌워주었다.
아, 그런데 울 찌룽이 대구리가 너무 커서 모자가 안 씌워지는 거다...ㅋ
모자를 쓴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모자를 얹었음.
하지만 엄청 깜찍하고 귀엽당~
찌룽아, 너 여름이면 9살인데 왤케 귀여운 거야~
우리 유치원 갈까? 응?? ㅎㅎㅎ


이 역시 동생이 아이폰으로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
고양이는 코 밑의 양옆 뽈살이 넘넘 귀엽다. (뭐, 어딘들 안 귀여운데가 없긴 하지만....)
암튼 야옹~하고 대답하느라 밀려 올라간 뽈살과
오른쪽 주둥이가 더 올라가서 시니컬해진 썩소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찌룽아,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항상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만 있어주면 돼~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줄 테니 늘 언니들 곁에 있어야 돼~?

  1. # 야끼꼬봉 2011.02.21 05:58 신고 Delete Reply

    아이고... 포스트에 제이름이올라가니 북흐럽네요 ㅎㅎㅎ
    찌룽이는 여전히 아깽스럽네요! 찌룽이도 벌써 9살이라니..
    저희야끼도 어느덧 8살. 줌마삘이 풀풀풍긴답니다.. ㅜ
    그래도 찌룽이는 사진도 이쁘게 찍혀주고(잘찍으시는실력도있겠지만)
    이름부르면 꼬박꼬박 대답도해주고 ... 그저부러울뿐입니다~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1 13:04 신고 Delete

      순전히 사진빨이에요~
      실제로 보면 목욕 안 한지도 몇 달이 돼서
      저희 어매는 누렁스라고 불러요..ㅋㅋ
      저 대답도 강도 높은(?) 훈련에 의한 거라죠, 아마~
      동생이 대답할 때까지 염소 울음소리로 불렀거든요.
      그 집요함에 찌룽이가 진 거죠..
      근데 웃긴 건, 동생이 말 걸면 100발 100중 대답하고요..
      제가 물으면 기분 내킬 때만 대답해요..ㅠ.ㅠ

  2. # BlogIcon sylvan 2011.02.23 00:41 신고 Delete Reply

    오와! 이게 얼마만인가! 찌룽아 ;ㅁ;
    오랜만에 봐도 여전한 미모,
    아홉살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고양이들은 영원한 동안인가봐요...
    캣타워 밑으로 늘어뜨린 것은 꼬리인줄 알았다죠 ㅋ
    부름에 대답해줄 때 정말 사랑스러워요~
    세리는 절대 안해준다능;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4 01:00 신고 Delete

      놀랍죠~ 저 동안의 비결~
      얼굴만 동안인게 아니라 갈수록 더 애기짓을 해요.
      이젠 아예 대놓고 끙끙 앓으면서 보챈다능...ㅡ_ㅡ;;
      세리를 동생한테 보내세요!
      치로맘은 고양이들이 대답할 때까지 요상한 고문을 가한답니다.ㅋㅋ

  3. # 이지선 2011.02.23 02:25 신고 Delete Reply

    ㅎㅎ찌룽아, 안녕?
    넌 여전히 차도녀 스타일이구나~
    아름답지만 너무 차가워.. ㅎㅎㅎ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4 01:10 신고 Delete

      ㅋㅋㅋ 차도녀 스똬일~!!
      우리 집에선 까도묘라고 부르지..ㅎㅎ
      까칠한 도시 고양이~^^

  4. # 토토 2011.02.23 18:19 신고 Delete Reply

    저희집에 하루가 단모인데도 여기저기 털구덩이인걸 생각하면 찌룽이가 살고있는 그곳은 어떤가 감히 상상도 안됩니다.ㅋㅋ
    고냥마마를 안키울때는 사실 그저 감으로만 많겠구나햇는데...실제로 키우면서 느끼는 털과의 전쟁.ㅠ.ㅜ
    요즘 공기청정기를 살까 로봇 청소기를 살까.그 머시냐 아토케어를 살까 고민중이여요.뭐가 좋을까요??로봇은 방마다 턱이있어서 좀 불편하지싶고.아토케어는 무겁다고하고.이불만 가능한거죠?여튼 입에 딱맞는건 없는데 뭔가 필요하다싶긴하고 그렇스비다.ㅠ.ㅜ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4 01:19 신고 Delete

      하루님 털빨 때문에 고민이 심각하시군요~
      저희 집엔 조카가 생기고 나서 올케가 고양이 털 신경 쓰는 것 같아 장만한 공기청정기가 있어요.
      근데 워낙 울집 식구들이 그러려니..하고 살다 보니
      조카가 갓난아기일 때 좀 틀고는 요샌 완전 장식이 되었답니다.
      저희 찌룽이 털은 또 장모라 장난 아니에요.
      울 동생은 검은옷 안 입은 지 오래고요.. 늘 회색만 골라 입어요.
      전 당연히 옷마다 붙이고 다녀요.ㅋㅋ
      남들이 이게 왠 흰머리? 하고 묻길래 보면 찌룽이 털..ㅋㅋ
      그럼 전 "이 털이 세계 곳곳 안 가본 곳이 없는 털이고만" 하고 웃어요.
      아마 사실일걸요? 울 어무이랑 아부지따라 세계 여행을 다녔을 테니` ㅎㅎㅎ
      에고, 도움이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네요..^^;;
      아토케어는 이불 전용이 맞는 것 같아요. 스팀 청소기..뭐 이런 건 안 닦일까요?

  5. # BlogIcon RanomA Kim 2011.02.24 23:57 신고 Delete Reply

    역시 저 새침함이란... 안달나게 만드는... ㅋ...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3.01 23:50 신고 Delete

      안달 정도가 아닙니다.
      가끔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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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람도 맞춰놓지 않은 채 단잠에 곯아떨어져 있다가 뒤늦게 후닥닥 일어나 허둥지둥 사무실로 달려갔다.
지각한 주제에 인스턴트 커피까지 타서 강의하는 도중에 들어가니
오늘따라 강의하는 샘의 목소리가 유난히 경건하고 엄숙했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어떤 신념으로 사는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등
자신의 생활태도와 소신을 시종일관 경건한 자세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강의실 내 분위기는 숙연 그 자체.
옆자리에 앉은 샘은 경도된 눈빛으로 열심히 메모를 하며 듣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 자리가 답답하고 싫어서 박차고 나오고 싶은 거였다.
그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학창시절처럼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혼잣말을 쓰고 있었다.

그 열혈 분위기 속에서 어쩐지 나만 겉도는 느낌,
학교 다닐 때 모두가 열공하고 있는 교실 속에서
나 혼자 연습장에 낙서하던 고등학생 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나라는 인간은 그 무수한 세월 속에서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조직 속에서 언제나 불편해하는 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외칠 때마다 이건 아니라고 외치고 싶어 하는 나.
어딘지 남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길 거부하는 이 버릇 때문에
얼마나 인생을 허비하고 심지어 따가운 눈초리까지 받았는데....
학창 시절엔 무수히 농땡이질로 시간을 흘려 보냈고,
친구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면 교회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못해
그날 밤엔 악몽까지 꾸어야 했다.
나더러 지옥의 끓는 가마솥에 떨어질 거라는 협박까지 하던 친구에게는
고3 내내 싸늘한 냉대와 무시를 받기까지 했다.
농성이 곧 대학 생활이라고 믿었던 대학 친구들 틈에선
"비싼 수업료 내고 왜 수업을 안 듣느냐"는 소리를 해서 회색분자라는 눈길도 받았고,
지금도 집 안에서 엄마 아빠가 같은 목소리를 내면 꼭 반대에 서서 꿀밤을 맞고 있다. -_-;;

그렇다고 열혈 반골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어째서 이토록 한 목소리로 색깔이 규정되어지는 건 싫어하는 것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부모님께 착하고 반듯한 딸이 아니었고
학교에서 모범생이 아니었듯이
어느 조직엘 가나 나는 바람직한 직원은 못 될 것 같다.

강의하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안 봅니다. 내 취미 하나 줄여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드라마 같은 걸 왜 봅니까?
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기도하고 어쩌고저쩌고 하고
늦은 밤까지 일합니다."
"회원이 하나 그만두면 저 때문에 마음 아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회사의 터전이 나로 인해 무너지는 건 괴롭습니다."

난 이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말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대신 어이없어지는 내 자신을 보았고,
숙연한 주위 위기를 또 보았다.
이런 걸 '위선'이라고 생각하는 건 설마 나뿐은 아닌 거겠지?
라고 믿고 싶다.

친구가 말했다.
"넌 갈수록 더 시니컬해지는 것 같아."
친구는 틀렸다.
갈수록 시니컬한 게 아니라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이랬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고2때부터.
그리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타로 위장하고 자기를 속이기보다
이기를 인정하고 본질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사는 게 더 나은 거라고
예나지금이나 믿고 있다.

  1. # 후배 2011.02.20 03:36 신고 Delete Reply

    이기적인 삶과 이타적인 삶?
    선배는 본인한테는 이기적인 존재일진 몰라도
    타인에게는 항상 뭔가를 주려고 하는 이타적인 존재인 것 같아요
    그러기에 선배 주위엔 마음이 따뜻한 이들이 우글거리죠.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저구요ㅋㅋ
    갑작스레 자기성찰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꺼내놓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왜냐면 살면서 항상 흔들리는 건 저이고 선배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항상 굳건히 서 있는 길잡이였다고나 생각하거든요ㅋㅋ
    암튼 요즘엔 술 한잔 걸치면서 건아하게 취하고 싶네요
    마취적 음료수인 술에 의지해서 그냥 몽롱한 상태가 되고 싶다고나 할까요?
    결론은 선배는 멋지다는 사실^^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0 22:53 신고 Delete

      이지선 못잖은 칭찬인데 잘 보면 자기자랑이군..ㅋ
      내가 말하는 '이기'라는 건 뭐 그래...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하여 행동한다는 거지.
      내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인 것도
      솔직히 직시하면 그게 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아마 이 모든 게 고등학교 때 읽은 책 때문일 거야.
      그 책을 보면서 굉장히 공감했거든.
      모든 선은 자기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타인에게 은혜나 보답을 기대하지 말아라. 생색 낼 생각 따위 하지 말아라.
      넘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당시엔 단지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에서 어떤 공감을 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 모든 행위로 대체되는 거야..^^;

  2. # 후배 2011.02.21 00:58 신고 Delete Reply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조금은 차가운 느낌? 시니컬하다는 느낌이 드네요ㅠ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인간은 어차피 개별적이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중심에 두어라.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한다고 해도 내가 있기 때문에 그 변화 또한 있는 것이다."
    요즘에 사람들을 보면 객관화시켜서 보려는 습관이 생겼어요
    상대방을 나와 비교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다르긴 하지만 한 시대를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쯤으로 여기게 된다고나 할까?(넘 거창한가?ㅋㅋ)
    물론 그 상대방은 전혀 관심없다는 얼굴이긴 하지만요ㅋㅋ
    가끔은 이 수많은 사람들 둘레에 쳐진 가족, 친척, 친구와 같은 모든 관계망을 거두어버린다면 다들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도 있어요^^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1 13:11 신고 Delete

      그치? 그 말이 참 시니컬하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거라니깐.ㅋ
      그래도 얼마나 좋아.
      우리가 뭔가를 할 때 '자식을 위해 살았다' '남편을 위해 살았다' '너를 위해 이렇게 했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잖아.
      그런데 그럴 때 자칫 상대방이 내 기대에 어긋나면 무지 배신감 느끼고 속상해하지. 원망도 하고.
      하지만 내가 나를 위해 모든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봐.
      아이를 위해 내가 희생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아이를 낳았고,
      내 인생의 기쁨을 위해 아이를 양육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아이라는 존재 자체에 감사하게 되겠지.
      주변인을 객관화시켜서 본다는 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봐.
      뭐든지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는 건 좋은 거야.
      한발 물러서서 상대방을 생각해 보는 것,
      관계를 따져보는 것도 다 괜찮아.
      글쓰기 역시 자신을 객관화하는 거니까 것도 괜찮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관계를 거두어버린다면... 글쎄?
      자유롭지만 또 한편 외로워지겠지.
      인간은 자유와 속박이라는 모순된 감정을 갖고 있는 존재니까.

  3. # BlogIcon sylvan 2011.02.23 00:46 신고 Delete Reply

    글도, 댓글도 너무나 진지해서....
    댓글을 달아도 될지 잠시 고민했답니다 ^-^;;
    무조건적인 반항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사는 사회니까.....
    물론 저도 잘 더불어살줄 모르고, 혼자만 살겠다고 못된 짓 하는 인간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근데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차피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참 좋은 것 같네요.
    좋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ㅋㅋㅋㅋㅋ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4 01:05 신고 Delete

      댓글 달아도 돼요..ㅎㅎㅎ
      제가 예전부터 좀 요상한 떵꼬집이 있어요.
      그게 무조건 반항하는 건지
      아니면 뭔가 하나의 흐름을 요구하는 그 집단적 분위기를 못 견뎌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제 생각엔 후자가 아닌가 싶어요.
      세월이 이만큼 흘러도 이런 면이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에요.
      하지만 ㅎㅎㅎ
      불우이웃을 돕자라든가, 동물을 사랑하자 같은 의견이라면 무조건 따라야지요...ㅎㅎㅎㅎ

  4. # 이지선 2011.02.23 02:35 신고 Delete Reply

    오~ 참 심오하네요~!! ㅎㅎ
    근데 다 맞는 말씀 같아요.
    저도 요즘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저런 생각이에요.
    전 사실 예전에 억울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어요.
    ㅎㅎ선배님도 아마 아실듯.. ^-^;;
    그때 왜 그랬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살면서 그런 게 어긋나는 경험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젠 억울하다는 거 거의 못 느끼고 사네요.
    근데 그게 단순하게 보면 좋은 건데.. 선배님들이 말씀하셨듯이 좀 깊이 생각해 보면 이젠 제가 그만큼 제 주변 사람들한테 기대조차 안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제가 이젠 좀 정 없이 살고 있는 거죠. ㅠㅠ
    흠.. 아무튼 선배님 말씀 중에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기쁘고 좋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야 나중에 배신감 같은 걸 덜 느낀다는 말에 백 프로 동감합니다. ㅎㅎ

    1. Re: # BlogIcon 꽃띠냥이 2011.02.24 01:13 신고 Delete

      에궁~ 울 투덜이 스머프께서 여전히 속상한 일들이 많았나 보구먼~
      뭐 배신감을 덜 느끼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고 살라는 건 아니고
      정말로 그렇다는 거지~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누굴 원망하겠어.
      사실 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또 무지 잘해주고 싶거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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