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 서삼릉 가는 길

Posted 2008. 5. 1. 19:11, Filed under: 끄적끄적 후기

사실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기 좀 민망하다.
12시에 친구와 종로 3가에서 만나 30분도 안 돼서 내린 것 같으니깐. ^^;;
그래도 딱히 분류가 애매하니 그냥 여행이라고 하자.
문화재 탐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소풍이라고 이름 붙이긴 좀 그렇잖아. ㅎㅎㅎ;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친구가 역사책 읽기에 몰두하면서 시작한
서울 근교의 능 탐방에 급동참해서 갔다온 곳이 서삼릉.
삼송역에서 바로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걸어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3호선 원당 역에서 내렸다.
그렇게 하면 대강 3시간 정도 걷는 코스인데
경치가 어쩌구, 허브랜드가 어쩌구..하면서 나를 꼬드긴 친구...ㅋㅋ

그리하여 능까지 걸어가는 길이
또 하나의 여정이 되어버렸다.
사실 경치 좋은 길을 걸어가는 건 추억에 남아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데.. ;;

(사진이 너무 많아서 글을 나눴다.)


           

1. 서삼릉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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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리고 나서 걷기 시작한 길.
길이 사진에서 별로 고려되지 않은 건
길보다 나란히 저 두 그루의 나무가 마음에 들어서임.

날씨는 정말 화창 그 자체였다.
애시당초 반팔에 홑잠바를 입고 걸었지만
햇살이 따끈해서 걸으니 제법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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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예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자연스러운 나무 간판의 색감이랑 예븐 글씨가 맘에 든다.
빨간 글씨의 간판이었다면 눈살을 찌푸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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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예븐 꼿들과 나무가 연신 유혹~
저렇게 별처럼 작은 꽃들이 올망졸망 피어 있는 걸 보면
앙증맞고 사랑스러워서 아니 찍을 수가 없다.
"너는 누구니???"
꽃은 아이에게 대답이 없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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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첫 이정표가 된 곳.
배다리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무슨 박물관인가 했더니 술 박물관이란다.
삿포로의 맥주 박물관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하다.
그냥 사진만 찍고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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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탄성을 지른 꽃나무.
사진 찍으려고 다가가니
몰랐는데, 멋진 턱시도 고양이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인상을 구기며 어슬렁어슬렁 뒤의 창고로 가버렸다.
그냥 같이 한 방 찍혀주지..... 모델료가 없다는 걸 안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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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줌인하여 찍어봤다.
철쭉 종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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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등을 하나하나 매달아 놓은 것 같은 꽃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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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꽃다발을 쏟아놓은 듯 흐드러지는 보랏빛 꽃들도 무더기로 피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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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는 새순이 파릇파릇 가지마다 물오르는 나무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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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으니 이런 멋진 길이 우리를 반겼다.
5월... 신록... 그런 구태의연한 단어들 말고 떠오르는 말이 없을까?
아직 어린 연둣빛을 간직한 싱그런 숲길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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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빠져나오니 두 번째 이정표인 목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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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어려 보이는 송아지들이 햇볕을 쬐러 나와 있었다.
그중 한 녀석이 자꾸만 나와 눈을 맞췄다.
내가 정말 아이였더라면 좋아했을 텐데
이제는 소의 눈이 슬퍼서 쳐다보기가 쉽지 않다.
이녀석들이 최대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 기원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산업화가 되면서 생명도 공산품과 같이 취급되는 세상에서
이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 채식주의뿐일까?
달걀을 먹지 말아야 하는데,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데 ..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달걀을 찾고 고기를 먹는 나.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나를 괴롭혔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조차 간단히 해내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고,
석가모니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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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의 죄를 알면서도 밥집을 보는 순간,
어느새 들뜨고 기대하고 있는 나의 이중적 자아여~~~ ㅜ.ㅜ

세번째 이정표가 된 이곳은 제법 유명세를 탔는지
번호표를 받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우리는 비빔밥이랑 감자전을 먼저 주문해놓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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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용 채소들과 반찬들이 먼저 나왔다. 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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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나물들도 하나같이 맛있었지만
저 새빨간 열무김치..... ㅡㅠㅡ
무가 소음인에게 안 좋다고 하는데
무나 열무, 무순, 시레기, 열무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등
무로 만든 건 뭐든 다 좋아.....ㄹ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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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보글보글 된장찌개와 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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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캭.. 내가 비빈 것들~
열무 보리비빔밥을 좋아라 해서 열무김치랑 국물을 들미붓고
비빔채소는 더 적게 넣고 비볐다.
나 때문에 친구가 남은 비빔채소 다 먹느라 죽을 지경이었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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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나온 따끈따끈 감자전도 넘나 맛있었다.
배부르다면서도 감자전까지 모두 해치움....
그러고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먹는 거 포스팅하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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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걷기 시작~
얼마 걷지 않아 꽃송이가 나무를 뒤덮은 이 나무를 보고 탄성을 연발~
마치 여름에 보는 눈꽃 같았다.
그런데 사진이 왜 이 모양일까..
어둡고 시퍼헣게 찍혀서 아무리 보정해도 더이상 밝고 화사해지지가 않네... 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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