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스위트 홈>을 보고
친구 글에 댓글을 달다 보니 문득 찌룽이를 데려오던 때가 생각났다.

기억이 또렷하다.
2002년 월드컵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던 해, 9월 13일 금요일...
벽돌색 7부 티셔츠 차림으로
아깽이를 담아올 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한남동으로 향하던 밤...
급작스럽게 분양받게 되어
사료나 이동장 하나 갖추지 않은 채 급하게 달려갔더랬다.

우리를 마중나온 주인이 집으로 안내하며 현관문을 열자,
쪼르르 튀어나오던 아빠 고양이. (그 이름 시로..ㅎㅎ;)
그러고보니
우리가 현관문을 열면 대구리를 쑥 내밀고 튀어나오며 반기는 찌룽이랑
상당히 습성이 닮았구나.
이것이 부전여전인 것인가.....

방 안에는 조그만 회색 털뭉치들 세 녀석이 마구 뛰어다니며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주인이 한 녀석을 집어들며
"이 녀석이에요....." 했다.
"아, 네~~" ^^;;

건강한 고양이라는 듯 여기저기 설명해주는데
뭔지 모르니 그냥 끄덕끄덕.
귀도 보여주더니
"이건 그냥 닦아내면 돼요" 하는데
역시 뭔지 모르니 끄덕끄덕. (지금 생각하니 바보 같다.ㅎㅎ)
찌룽이는 유난히 한쪽 귀만 쉽게 더러워지는데,
이미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세상의 전부 같았을 집에서
형제 부모와 떼어놓고 데리고 나오는 순간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한 손에 폭 잡히는 그 작은 털 덩어리는
두려움에 "빽빽"거리며 계속 울어댔다.
지하철 안에서도 연신 울어대며 품에서 도망가려고 발버둥치고,
천 가방 속에서도 쉬지 않고 울어댔다.
(행여나 질식사할까 봐 가방 끝을 살짝 열어두었더니
그리로 대구리가 쏘옥 나오려고 발버둥을..ㅎㅎ;)
아기고양이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란...
아마 길냥이를 주워 오지 않은 다음에야 누구나 느낄 것이다.

새끼고양이는 정말 작았다.
털이 부숭부숭해서 그렇지,
딱 두 달 된 녀석은 한 손에도 포옥 들어올 만큼 작고 연약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연약한 녀석이
막상 우리집에 내려놓는 순간, 울음을 뚝 그치고
여기가 자신의 새 터전이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집안 탐색을 시작하는 거였다.
내게는 그 모습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토토가 구석구석에 묻혀놓았던 체취들을 탐색하고 지워나가는 것처럼 보여서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첫날부터 대담하게 내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며
이후론 엄마 아빠를 찾지도 않는 매정함을 보였던 녀석.
그 대담하던 녀석이
지금은 혼자 두면 불안해하고, 나랑 동생을 찾아대고 울어대고 보채고 조르는
왕대굴휘 찌룽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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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어린 시절의 찌룽이 사진을 찾아봤다.
예전에 만든 올드갤러리를 뒤졌는데
클릭하니 배꼽만 나오는 게 대부분이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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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처음 만든 갤러리의 대문을 장식하던 찌룽이 사진.
헤에~ 요렇게 귀여운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나..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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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요때가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고 생각된다.
두 달 된 찌룽인가???
첨엔 디카도 없어서 필름카메라 사진을 스캔했었는데...
아무리 봐도 기집애 같지도 않고
어딘가 불쌍하고 한참 엉성한 고양이..^^;;
이때만 해도 이녀석이 제 엄마아빠처럼 된다는 걸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ㅎㅎㅎ;
근데 그 꼬리는 왜 거기에 말고 있는 거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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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파란광선이 발사~~
그러고 보니 저때도
찌룽이가 마구 방법하는 의자가 있었네.. -_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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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눈에 초록 링은 보이지 않고
눈 색깔이 노랬다.
고양이들이 자라면서 눈색깔이 변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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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좋아.....
너무너무 불쌍해 보이는구나....... ㅠ.ㅠ
사실 지금도 생각하곤 한다.
저 작은 녀석이 낯선 곳에 와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느라 엄청 힘들었을 거라고...
울어봐도 아는 이 없고,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니깐....

겁이 많은 찌룽이는
그나마 아기 때엔 엄마 곁을 제일 좋아했다.
엄마가 거실에서 자면 지도 거실에서 자고,
엄마가 안방에서 자면 지도 안방 침대에서 자곤 했던 것이다.

어무이도 외출하고 혼자 집을 지키게 되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옷걸이를 타고 장롱 위에 올라가 오돌도돌 떨다가
식구들이 돌아오면 내려달라고 마구 울어대곤 했다.
꽤 커서까지 그랬으니 어찌나 겁이 많고 소심한 녀석인지 상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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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꼬치가 참으로 거대해 보이는구나...ㅎㅎㅎ;
그래도 승질은 있네.... 저 눈매 좀 봐..... -_-;;
아기고양이는 몸에 비해 발이 또 어찌나 큰지
그래서 특히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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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지금의 미모가 보이시는지????
그래도 나는 지금과 같은 찌룽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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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아기고양이라는 사실에 열광하며 놀아주곤 했던 기억들.......
더욱이 드디어 고양이를 기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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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이 아니라, 물 먹는 아가냥 찌룽. -_-;;
그 집에서 이유 단계에서 바로 캔을 급여해버리는 바람에
건사료로 옮겨가게 하려고 캔이랑 건사료랑 섞어주었는데,
그러면 저렇게 캔만 핥아먹고 건사료는 고스란히 남겼다..
그때 고치지 못한 식습관이 오늘의 입맛 까다로운 찌룽을 만들었으니.... ㅠ.ㅠ

그러고 보니
밥그릇도 물그릇도 제대로 장만해주지 않았었구나.
물그릇은 전에 토토가 쓰던 사료 그릇이었고,
밥그릇은 우리가 쓰던 종지 그릇이네..^^;;
옆의 스크레처는 사다주니 스크래치는 안 하고 저기서 잠을 잤다. ㅎㅎ
(나중에 알게 됐지만 찌룽이는 기둥형 스크래치를 좋아한다.
저 스크래치는 결국 모그 누나네 기둥형이랑 서로 맞바꿨음...;;
그 집 애들은 기둥형을 싫어한다나...... 0)0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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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어린 넘도 그루밍은 착실히.....
귀여워~~~~ >0<
(울 찌룽이도 이런 시절이.......)
헉~! 근데 밑에 저건 내 발꼬락????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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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를 열혈 탐색 중이 아기 찌룽.
찌룽이는 유난히 저 장소를 킁킁거리면서 냄새 맡고 돌아다녔더랬다.

토토가 머물던 케이지 안에는
대신 토토가 사용하던 물품들이 한동안 채워져 있었다.
케이지 안의 이동가방은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토토를 담아왔던 가방인데
몇 년 동안 버리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보관하고만 있었다.
훗훗...
당시엔 아스쿠 캔을 먹었었군.
그 집에서 아스쿠 캔을 먹였다고 해서 샀던 거다.
지금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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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서 자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이건 디카로 찍은 사진인 듯......(아니, 전부 다 디카랍니다..;;)
찌룽이의 눈에서 레이저빔이 발사되는 바람에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혀서
결국 디카를 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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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도 자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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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날아갈세라....
아기고양이가 자는 모습은 더 조심스럽고나.....
이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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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밑에 놔둔 박스 위에 올라가서 자기도 했다.
저렇게 숨어서 구석에 웅크리고 자는 걸 보면
여전히 맘이 아팠다.
겁 많고 의심 많은 녀석이라
이때도 우릴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늘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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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란 듯이 보인다.
석 달짜리 냥이를 향해 달려가는 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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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기집애 같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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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얼굴이 이리도 넓지는 않았거늘...
귀도 열라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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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섹시한 표정도 보여주고~ ㅇ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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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앞으로 미묘로 자라날 녀석의 미모를 감지했다능..... -_-;;
청순과 도발적 섹시 눈빛을 날리는 찌룽, 낭랑 석 달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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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룽아.....
지금은 어디에도 이때의 청순, 섹시미는 보이지 않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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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은 큰하녀의 곁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요로콤 지 세상인 양 맘놓고 살고 있으니
찌룽아, 난 지금의 찌룽이가 너무 좋다~~~ ^^


6년이란 세월은 사람도 동물도 정말 한가족이 되어가는 것이구나.....
앞으로도 세 배는 더 많은 날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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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문제의 의자......
어릴 적 표정은 간데없고
지금은 사특한 눈빛으로 의자를 괴롭히고 있네....ㅎㅎㅎ;

<뱀발>
레이저 빔이 나오고
색감도 이상해서 필카 사진이 섞여 있나 했더니
전부 다 디카라는군용........ ^^;;
넘 초창기라 사진 보정이니 카메라 조작이 서툴러서 요런 사진이 나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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