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배기 조카를 보며

Posted 2008. 2. 8. 15:27, Filed under: 디 마이나
한 달에 한번 정도 오는 조카..
애들이란 정말 짧은 시간에 쑥쑥 자란다.
요즘 부쩍 올 때마다 커가는구나 싶더니만
이제는 하는 말까지 웃김..ㅋㅋㅋ

설이라 집에 왔는데,
같이 놀아주고 있으려니 이노므 조카녀석 하는 말이..
"꼬모가 준하 좋아해도 준하는 꼬모랑 같이 살 수가 없어."
하더니
"그 대신 준하가 꼬모한테 자주 올게."
그러는 거다.
하아~
웃기고 귀엽기도 하지만
애들이란 정말 놀라울 만큼 솔직하다.
아마 자주 오겠단 말도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그러고 싶은 거겠지.
저 혼자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깐...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어른들의 생각, 주위 상황,
입에 발린 말이나 눈치...
이런 복잡한 인간 속내를 깨닫고 대처법을 익히면서
점점 그런 마음도 사라져가겠지... (미리 섭섭)

가끔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참 피곤한 거라는 것 때문에 슬퍼진다.


집에 갈 때는 어무이가 동생의 차를 타고 외삼촌 댁에 가셨다.
평소 지네 식구들끼리 집에 갔는데
웬일로 할머니가 같이 타자 이상했던 모양인지
조카가 또 이렇게 말하더랜다.
"그럼 앞으로 할머니랑 같이 사는 거야?"
그래서 어무이가 장난삼아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앞으론 할머니가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엄마는 쉬면 되겠다."라고 말해서
대략 난감해진 올케...ㅎㅎ;
아마 근처에 사는 외할머니가 딸의 가사일을 도와주시는 걸 보고는
할머니는 엄마 대신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애들은 정말 거리낌없이 느낀 그대로 본 그대로 내뱉는다.
어른이 그렇게 말하면 독설도 그런 독설이 없고
이기심도 그런 이기심이 없겠지만,
애들이기 때문에 "그놈 참.." 하고 허허 웃게 된다.

어른이 애들을 보고 천진난만하다며 사랑스럽게 보는 것은
어린이는 죄가 없다거나
천사처럼 착하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인습에 얽매임 없이 마음이 자유로웠던 지난날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짧은 유년기가 순식간에 끝나버릴 것을 알기 때문에
유년의 어린이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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