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같은 생각일지라도...

Posted 2008. 1. 14. 17:41, Filed under: 이런 역사이야기

최근 한국 고대사에 관해 교정을 보다 보니
학교에서 전혀 배우지 않았던 새 학설이나
주류가 되지 못한, 소위 민간역사학자들로 치부되는 사람들이 올린 역사 해석을 자주 접하면서
솔직히 놀라고 또 놀라게 된다.

"모두 엉터리야~"라고 일축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지금까지 배운 게 전부 엉터리였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정설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어도
무조건 엉터리라고 매도하는 것만이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거나 재해석될 때마다 나는 오히려 짜릿하다.
저 우주가 무궁무진한 비밀을 갖고 있어서 신비롭듯이
판에 박히지 않은 역사의 해석들,
그리고 그것이 하나하나 증거를 들이밀며 '진실은 이것이다'라고 말할 때마다
마치 미스테리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과도 같은 감흥을 느낀다.

학교교육에서도
이런 새로운 가설과 증거들을 수집하게 하면서 역사 공부를 시켰더라면
학창시절에 국사라는 과목을 더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텐데...
몇년에 뭐가 일어나고,
몇년에 뭐가 일어나고,
이 책을 쓴 사람은 누구고, 저 일을 한 사람은 누구고..하는 단편적인 암기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이해해야 했던 지겨운 기억만이
내 국사 공부의 기억들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사다, 보니
해석에 대한 태도들도 자못 흥미롭다.
민족주의에 불타서 글을 쓰는 이도 있지만,
민족주의를 옹졸하다면서 제법 거시적인 세계관을 가진 양 빈정거리는 태도도 보이고,
주류와 비주류 간의 비난이 판을 친다.

나의 생각으로 말하자면,
글쎄~
우리가 배운 것이 100% 정답이라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한다.
갈릴레오가 "지구는 돈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지구는 돌지 않는가.
더욱이 역사라는 게 항상 쓰는 이의 입장에서 왜곡되기 마련이고
기나긴 세월 속에서 상당 부분 소멸돼서 확실한 것이 없는데
어째서 그것만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옳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수집해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게 역사가들의 일이 아닐까?
마치 과학자들처럼.

김씨가 선비족의 후손이라는 이야기나
박혁거세의 6촌장이 인도인이었다는 이야기,
백제나 고구려의 조상에 관한 이야기 등은 내게 모두 흥미롭다.
그것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오히려 나는
'나, 우리 민족, 만주족, 일본인, 그리고 세계인..."
모두가 서로 깊이 섞이고 연결되어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는 사실에 흥분된다.
혹자는 이런 일이 민족주의의 발로, 어쩌구 하는데
뿌리를 안다는 것은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일이 아니라
진실에 접근할수록 인류의 공통분모를 밝히는 일만 같다.

앞으로 이 일을 하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을 종종 발췌해서 올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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